지난달 25일, 광화문 광장에는 특별함이 더해진 행사가 개최됐다. 25일이 토요일이라는 걸 알고 있던 이라면 단번에 눈치를 챘을 거라 생각된다. 당일은 제17차 촛불집회가 열린 날로 박근혜 정부 출범 4주년이었다. 초반에 촛불집회가 열렸던 과거를 회상하듯 많은 시민이 광화문으로 모여들었고 그동안 축적된 분노를 보여주듯 손에 쥐고 있던 작은 촛불은 횃불로 바뀌어 어두운 거리를 밝혔다.

수 많은 시민이 모여든 광화문 거리를 함께 지켰던 것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모인 세월호 유가족과 그들을 지지하며 현 정부의 블랙리스트 생산에 저항하는 문화 예술 단체였다. 본래 노란색 종이배가 가득 매달려 있던 천막들을 지나 걸음을 옮기면 들쑥날쑥하게 거리를 꿰찬 각종 전시작을 관람할 수 있다. 그중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목에 주삿바늘이 꽂힌 박 대통령의 형상을 한 작품이었다. 참사 당일 대통령의 흔적이 묘연했던 ‘세월호 7시간’에 관련된 의혹을 밝히고자 프로포폴을 연상케 하는 주삿바늘을 이용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였다.

다음으로 기자가 찾아간 곳은 현 시국을 풍자하는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궁핍현대미술광장’이었다. 이곳은 지난해 11월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이 가시화되면서 광장 캠프촌에 모여든 예술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로고를 패러디한 본 전시장은 돈과 인맥이 없고 자기 검열을 거치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광장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했다. 직접 특정 정치인을 그려 넣을 때도 박 대통령을 풍자할 때 주로 사용된 닭과 사악함을 상징하는 뱀 등이 함께 그려진 작품들은 그 누구의 검열도 거치지 않은 표현의 자유가 여실히 드러났다.

오후 8시가 되기 10분 전, 기자는 미리 받았던 입장권을 통해 광장에서 가장 큰 규모의 블랙텐트에 들어갔다. 날이 추웠지만 자리는 금새 관람객으로 가득찼고 공연의 취지를 설명하는 짧은 인사를 시작으로 연극 ‘킬링타임’의 막이 올랐다. 해경, 세월호의 선장, 1등 항해사 등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기까지 마땅히 해야할 각자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가해자들의 고백을 듣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다. 극에는 ‘경황이 없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실제로 진상규명 공청회를 가질 때 가해자들이 주로 사용했던 단어가 극에 그대로 반영된다. 이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는 관객의 바람은 이야기의 흐름과 함께 점점 고조되고 현실에서도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연극 또한 결말을 뚜렷이 제시하지 않은 채로 막을 내린다. 

이처럼 오늘날의 광장은 더 이상 단순하게 여러 사람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뜻이 맞는 이들이 함께 분노하고 저항한 뒤 바로 사그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서 소개된 여러 작품을 통해 현 시국의 잘못된 점을 되새기는 문화의 장이 됐다.

 

글·사진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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