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업적을 남긴 위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이곳 <다빈치코덱스展>에서는 살아생전 미술 외에도 건축과 과학, 철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약했던 다빈치의 작품세계를 현대적인 예술과 기술을 통해 재현해낸다. 그동안 듣고 싶어도 들어볼 수 없었던 다빈치의 이야기를 그가 걸어온 발자취와 함께 만나보자.

현대 과학기술이 이룬 다빈치의 작품 세계 체험기

  전시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그의 예술관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며 다른 하나는 다빈치의 코덱스를 연구해 실제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여기서 ‘코덱스’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37년간 남긴 약 3만 장 정도의 기록물을 뜻한다. 실례로, 두 번째 순서로 만나보게 되는 장성 작가의〈모비_키에사〉라는 설치 미술은 다빈치의 스케치 가운데 교회 건축물의 기하학 평면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됐다. 또한, 작품에 이용된 모비라는 디자인 도구는 내구성이 강한 가벼운 신소재를 염원했던 다빈치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5세기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현대의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그의 영향력을 통해 관객은 다빈치가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관람을 이어나가다 보면 유독 많은 이가 발걸음을 멈춰 감상하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다빈치의 코덱스를 바탕으로 만들어낸〈기계 독수리〉와〈기계 박쥐〉,〈기계 사자〉가 그 예다. 이는 20년간 다빈치를 연구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엘뜨레(Leonardo 3)’라는 팀이 코덱스 속의 디자인과 스케치를 오늘날의 기술, 과학과 접목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다빈치는 새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비행 기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인물로, ‘기계 독수리’는 그의 작품 중 가장 훌륭한 평가를 받는 비행 기계이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본 작품을 세부적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설치된 터치스크린 키오스크에서는 우리말로 해석된 해당 코덱스 외에도 도르래 시스템을 적용해 날개의 상하 운동이 가능한 기계의 특징을 3D 시뮬레이션으로 직접 살펴볼 수 있다. 또한, 관객은 엘뜨레 연구팀의 실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통해 연구가 시작된 지 500년 만에 기계 독수리가 재현에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하나의 전시작을 오랫동안 감상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총 6단계로 이뤄진 키오스크의 콘텐츠를 모두 소화해내기란 작품에 대한 어지간한 관심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기자가 취재할 당시만 해도 이를 통해 작품세계를 관찰하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적었다. 관람 방식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을 붙잡을 만한 방안을 고심해야만 전시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실례로 작품의 바로 옆에 키오스크가 위치한 기계 박쥐와는 달리 나머지 두 기계는 키오스크가 작품을 등진 채로 놓여 비교·관찰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에 다빈치의 걸작으로 손꼽히는〈최후의 만찬〉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VR 기기 앞에는 많은 사람이 줄을 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엘뜨레 연구팀이 복원해낸 그림을 이 작품이 소장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의 수도원 식당과 함께 재현한 본 VR 체험에서는 사용자가 조이스틱을 이용해 360도 관찰이 가능하다. 기존에 이미 스토리가 정해졌던 3D 영상과 달리 자신이 이동 경로를 결정하는 이용 방식은 실제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다빈치의 작품을 관람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전시는 관람객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천재 예술가의 머릿속을 안내한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이상, 건축과 공학 등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던 다빈치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기에 관람객은 예술품과 함께 기획된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분명, 이러한 과정이 관람을 마친 후, 본 전시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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