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부터 국내에 발생한 AI 사태가 아직도 종식되지 않고 있다. 최단 기간, 최대 피해로 기록된 이번 AI는 발생 50일 만에 3,000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하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가 1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도마 위에 오른 ‘AI 백신’은 국내에 바이러스 상재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에 AI 백신과 우리나라가 앞으로 갖춰야 할 방역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한국가금수의사회 윤종웅 회장을 만났다.


‘조류인플루엔자(AI)’란 무엇인가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 중에서도 닭과 칠면조, 메추리는 감염될 시 100% 죽게 되는 전염병으로 한국의 상황만 살펴보면 철새가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신성으로 오는 질병이지만 호흡기로 감염될 확률이 가장 높으며, 발병 후에는 전신과 호흡기에 출혈을 보이는 특징을 갖는다. 
 

  AI는 크게 고병원성 바이러스와 저병원성 바이러스로 나뉘는데, 이는 감염된 조류가 죽게 되는 확률을 기준으로 한다. 예시로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H5N6 조류인플루엔자’는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해당한다. 100마리의 닭을 기준으로 삼을 때, 3일 안에 대부분을 죽이는 바이러스는 고병원성이며  약 30마리의 닭을 일주일에 거쳐 죽이는 바이러스를 저병원성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AI에 감염될 확률은 얼마나 되나
  지난 1월, 들고양이가 AI에 감염된 사건이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이 조류인플루엔자의 인체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다. 그러나 종 간의 특성으로 인해 조류와 달리 고양이와 사람은 적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된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반대로 들고양이가 AI에 걸린 이유를 살펴보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죽은 닭을 먹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양이가 죽은 닭을 먹도록 방치한 방역 체계의 허술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들고양이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확률을 생각하면 사람이 AI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편, H5N6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11명의 사망자가 나온 중국은 사람의 주거지와 닭의 사육지가 거의 동일하다. 무엇보다 닭을 돼지와 함께 키우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변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의 닭은 밀집 사육 시스템으로 키워지며 대부분 현대화된 상태다. 이 같은 사육환경의 차이로 중국과 우리나라는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오는 환경이 다르다. 실제로 이번 AI 사태로 인해 살처분 정책에 동원된 인원인 3만 명 중 단 한 명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백신 도입이 불러오는 효과는 무엇인가
  현재 정부의 방역 정책은 이동제한과 살처분에 국한돼 있다. 이와 더불어 백신 정책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AI 상재 지역인 중국과 가깝게 위치해 2년에 걸쳐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마리를 살처분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만원이라면 백신은 200원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3,300만 마리의 닭을 땅에 묻었으니 3천억 원 가량을 살처분 비용으로 사용했으며 간접적인 경제 손실은 총 1조 원으로 통계 된다. 또한, 살처분은 생산 지속이 되지 않지만, 백신은 산업 유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감염된 동물을 모두 살처분하면 국제수역사무국이 AI로부터 안전하다고 인정한 ‘AI 청정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호주처럼 주요 수출국이 아니며 열처리된 가공육은 청정국이 아니더라도 수출이 가능하다. 이를 AI 사태에 대입하면, 우리나라는 200억 원의 수출 이익을 남기기 위해 1조 원 가량의 살처분 비용을 감당한 것이다. 지금처럼 산란계 닭 중 전체 3분의 1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약 1% 정도만 살처분 한 뒤 백신 정책으로 전환했다면 이 같은 경제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백신을 이용하는 방법은 어떻게 되나
  백신 정책은 백신을 주입하는 것보다 의사결정 체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상을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살처분의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는 것까지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작업이다. 백신을 도입하면 이러한 방역 정책에 있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세부적인 백신 정책은 긴급 백신과 예방적 백신, 전국 백신 총 3가지로 나뉜다. 우선 긴급 백신은 발병 후 백신을 놓는 것으로, 그중 ‘Vaccine to kill’은 감염이 된 동물에게 백신을 맞힌 후 무조건 살처분 하는 방법이다. 백신을 맞아도 전염병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기침과 배설물을 통한 바이러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백신으로 전파 속도를 늦춘 뒤 살처분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Vaccine to live’는 천연기념물 등의 희귀종을 보존하기 위해 백신을 맞힌 뒤 살려두는 정책이다. 다음으로 ‘링백신’은 한 곳을 기점으로 반경 10km를 접종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배출량의 감소와 전파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가 산발적으로 나타나거나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구역을 접종하는 지역 백신이 있다.


  그밖에도 전염병이 한차례 지나간 뒤 여러 번 감염이 발생한 지역에 미리 백신을 맞히는 예방적 백신과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접종하는 전국 백신이 있다. 이와 같은 백신 정책은 살처분 속도가 바이러스의 감염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살처분 만으로 효과를 보지 못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백신은 결코 살처분을 배제하는 방안이 아니며 두 가지의 장단점을 병행하는 방식의 방역 방법이다.


앞으로 정부가 구축해야 할 방역 체계는 어떤 것인가
  과거부터 철새도래지와 하천 근처에 위치한 농가는 매번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피해를 보았다. 이러한 고위험 지역에 미리 링백신을 접종한 뒤 경과를 지켜보는 방식을 통해 AI 발생 시 전파 속도를 늦춰 살처분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주위 다른 농가가 감염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혈청검사를 하는 등의 모니터링 전략도 필요하다.


  이밖에도 정부는 독단적으로 방역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농가와 임상가, 연구자 등의 다양한 방역 주체와의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AI 발생 시 가장 직접 손해를 입는 농가가 빠른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상 정책을 강화하거나 각 농장의 경제 수준을 고려한 방역 레벨을 제시하는 등의 움직임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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