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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넘어 탈이 나버린 오늘날의 민주주의
『민주주의 내부의 적』 - 츠베탕 토도로프 / 반비 -
2017년 03월 03일 (금) 15:42:25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한 오늘날 자유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많은 이가 긍정적인 측면만을 바라볼 때,『민주주의 내부의 적』의 저자는 ‘자유’라는 단어가 가진 역설로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관념에 균열을 낸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힘은 외부가 아닌 자유라는 내부적인 이념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이슬람 테러 조직이 3,0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던 9·11테러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고문을 허용하고 소수자를 차별하는 행위가 자유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수년간 지속된 것이다. 이에 작가는 이슬람 테러 조직의 일회적인 공격 때문에 수백만의 희생자를 냈던 미국의 대응방식이 정당한 것인지 질문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지금껏 지나쳤던 사건에 의구심을 갖게 되면서, 결국 자유란 대상을 억압하는 수단으로써 양면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렇듯 민주주의는 가변적 속성을 지닌 자유를 포함하는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자유 외에도 다양한 개념이 속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본래 민주주의의 뜻은 인민이 권력을 갖는 체제로, 그 구성 요소에는 인민과 진보가 함께 속한다. 이때의 인민은 인종과 종교 등으로 구별되지 않고 같은 땅에서 태어난 이들 혹은 그들이 받아들인 모든 개인을 일컫는다. 또한, 민주주의는 공동체를 이뤄 사회 질서를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러한 모습이 진보적 속성에 해당한다. 결국,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특징은 자유와 인민, 진보 세 가지로 요약되며, 특히 자유와 진보가 두드러질 때 민주주의에는 ‘정치적 메시아주의’가 나타난다. 메시아주의는 겉으로는 평등을 내세우지만, 특정 목표를 이루는데 혁명과 공포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예시로 1792년 프랑스 국민의회는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모든 민중의 권리를 승인함으로써, 자국의 군대가 다른 나라를 점령하는 것에 대해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타국에 대한 개입이 자신들이 옹호하는 만민의 자유와 상충되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안타깝게도 이는 비단 과거의 일만이 아니다. 과거 2003년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는 추측을 핑계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바로 현대의 메시아주의 부활의 표본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의 명의로 백악관에서 발표한 미국의 군사 전략 보고서에는 “우리는 전 세계의 자유와 민주를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이를 위한 자신들의 방법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메시아주의 야심은 결국 보편적 가치가 아닌 미국의 의지를 타국에 관철시키는 전략적 방식일 뿐이라며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민주주의의 요소 중 인민을 지나치게 강화할 때 나타나는 내부적 위협은 ‘포퓰리즘’에 해당한다. 본래 포퓰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대중의 견해를 대변하는 정치 활동이지만, 현재 이 용어는 공산주의의 몰락 후 대중의 불안을 외국인에게 투사하는 것을 주로 뜻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말부터 유럽사회는 다문화주의의 실패를 언급하며 자국민과 이민자의 경계를 구분하는 의견을 표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는 틸로 자라친의 『쇠락해가는 독일』이 대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 내용은 무슬림 이민자의 유전자는 지적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근동과 중동 출신의 이민을 금지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여론은 폭발적으로 반응했고 독일인의 50% 이상이 그의 의견에 지지를 보냈다. 이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자라친의 주장이 명예를 훼손한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자 타문화를 배척하는 데 동의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자신의 정치 수단으로 포퓰리즘을 활용하고 만다.


  이처럼 탈선된 길을 걷는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자유, 인민, 진보 세 가지의 탈을 번갈아 씀으로써 내부적인 저항은커녕 긍정적인 평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수백 년간 지속되면서 변질된 민주주의의 여정이 단숨에 끝날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또한, 이 순간에도 민주주의의 쇄신을 외치는 민중의 목소리는 현 체제에 불만을 표출하며 저항의 필요성을 피력 중이다. 파국으로 치닫는 민주주의의 문제가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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