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2일, 학교 구성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학사구조 개편에 관한 공청회가 백주년 기념관에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열렸다. 학교 측은 이날 공청회에서 내년 상반기에 실시될 교육부의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이하 구조개혁평가)를 대비하기 위한 학사구조 개편안(이하 개편안)을 학생들에게 처음 소개했다. 또한, 개편된 학사구조안은 2018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는 시험 기간이었지만, 공청회가 진행됐던 대강당에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참석한 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공개한 개편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며 3시간 30분 동안 멈추지 않고 질문을 이어갔다. 학생들이 이토록 공분하고 반발한 이유는 학생들의 의견 반영 절차가 생략된 채 학사구조 개편안이 결정됐으며, 공개된 개편안도 납득하기 어려운 학과 통합의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학생들의 반응에 학교 측은 처음 공개된 개편안을 수정해 3가지 안을 새롭게 만들었고 그 수정안에 대한 설명은 종강 후인 지난해 12월 23일 백주년 기념관에서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 설명회의 개편안과 속기록은 외부 유출을 꺼려한 학교 측의 반대로 총학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교내 커뮤니티 사이트 동감(dong-gam.net)에 게시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또다시 수정된 개편안이 교수연수회에서 공개됐다. 이에 대해 발전기획팀 김근호 팀장은 “일단 틀은 이미 제시가 됐고 본부에서도 이 정도면 됐다고 하는데, 혹시라도 이견이 있는지 묻는 과정이 있을 수도 있다. 이제는 새로 만들어지거나 합치는 학과의 명칭을 정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개편이 거의 마무리돼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덧붙여, 연수회 때 공개된 내용은 전체 학생들에게는 이달 하순경에 공개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교수연수회에서 공개된 개편의 주요 내용에는 △융복합특성화대학 신설 △학부제 확대 △자연정보대학 신설 △경영경제 학부 통합(트렉제) 등이 있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달 2일에 총학과 중운위, 학보사를 대상으로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7일 기획처는 일정을 취소했고 언제 설명회를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학사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확정되면 입학처에서는 개편안을 교육부의 권한이 위임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제출해야 한다. 대교협은 올해 5월 말까지 각 대학의 학사구조 개편과 관련된 심의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입학관리팀 정강수 팀장은 “우리 학교가 적어도 5월 이전에는 어떻게 바꿀 것인지 확정짓고 대교협에 그 개편안에 대한 심의 요청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교협에서 심사를 할 수가 있다. 게다가, 우리 부서는 요청에 필요한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사 구조의 변경이 빨리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일 대교협에서 변경된 학사구조안에 대해 반대하면 개편은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본교, 학사구조 개편 지난해 여름부터 준비
발전기획팀 김근호 팀장에 따르면, 이번 학사구조 개편은 지난해 여름부터 준비되고 있었다. 실제로 공청회가 열리기 전, 진행된 사항을 보면 △학사구조개선연구위원회 1차 회의(2016.09.06.) △학사구조개선연구위원회 2차 회의(2016.09.13.) △교무위원 및 전체 학과장 연석 회의(2016.09.27.) △학사구조개선연구위원회 3차 회의(2016.10.18.) △교무위원회 단과대학 의견 수렴 및 발표(2016.10.25.) △학사구조개선연구위원회 4차 회의(2016.11.15.) △특성화 분야 학과장 회의(2016.11.29.) △학사구조개선연구위원회 5차 회의(2016.11.29.) △특성화추진위원회 1차 회의(2016.12.06.)까지 총 9번의 회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학사구조 개편 초안의 모습은 지난해 12월 6일 교무위원회의에서 각 단과대학 학장에게 처음 공개됐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다음날이었던 7일, 이 회의에 참석했던 교수 중 일부가 본인의 강의 시간에 학과가 변경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했고, 이 내용은 동감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지난해 12월 8일 총학은 학사구조개편과 관련된 내용의 진상을 파악하고자 학교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러자 본교는 같은 달 9일 총학과 중운위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고, 총학은 당일 바로 설명회의 속기록과 학사구조 개편 초안을 페이스북과 동감에 게시했다.
그런데 이때 공개된 학사구조 개편안은 현재 학과제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고 있어 학우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8개의 단과대학과 36개의 학과로 구성된 기존 학사구조가, 문·이과로 통합한 특성화 대학 1개를 포함해 총 5개의 단과대학과 11개의 학부로 변경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개편 초안에 있던 ‘휴먼웰니스학부’에는 사회복지학과, 아동학과, 식품영양학과, 보건관리학과, 체육학과가 포함됐는데, 이는 학생들로부터 학과의 특성과 전문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실제로, 한 학우는 동감 익명게시판에서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학부제 변경이 불가피하더라도, 어떤 기준으로 묶였는지조차 납득할 수 없는 이런 개편안이 의결되는 것만은 막을 것이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또한, 함께 공개된 속기록에는 “우리 대학 본부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지난 10년 동안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이야기 한다”라는 권영국 기획처장의 말이 그대로 담겨 문제가 됐다. 권 기획처장은 당시 설명회에서 다른 대학이 미리 위기를 인식하고 여러 투자를 해온 반면, 본교는 그러지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며 학사구조 개편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이 발언으로 인해 학교 건물 곳곳에는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비난의 대자보가 붙었으며 권 기획처장은 학교의 책임을 학생에게 돌리고 있다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본교, 공청회를 통해 개편 이유 밝혀
결국, 지난해 12월 12일 학교 측은 전체 학생과 대화할 수 있는 공청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의 설명 역시 권 처장이 맡았다. 우선, 그는 기말고사와 종강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이러한 개편안이 나온 것은 절대로 의도한 점이 아니며, 교육부가 지난 11월부터 2주기 구조개혁평가에 대한 계획을 조금씩 드러냈기 때문에 발표 시기가 늦어진 것뿐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공청회가 시작되자, 지난 12월 9일에 있었던 설명회의 속기록과 개편 초안을 미리 보고 온 학생들은 “학사구조 개편외에 다른 평가지표에서 먼저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권 처장은 “학교는 현재 학생 지원,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구조개혁평가에서 하위권에 들지 않으려면 그것들뿐만 아니라 모든 지표를 동시다발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 특성화가 가장 상단에 배치된 평가지표인 만큼, 학사구조 개편은 놓치지 않고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주기 구조개혁평가에서는 대학을 A, B, C, D, E 등급으로 나눈 후, 차등적인 정원 감축을 시켰던 것과 달리, 이번 2주기 구조개혁평가에서는 대학을 상위권과 하위권으로만 구분해 하위 50%에 속한 대학에서만 정원의 10-30% 감축이라는 강력한 제재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언론을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또한, 1주기 때는 2단계 평가지표에 있던 대학의 특성화가 2주기 때는 1단계 평가지표로 올라가, 교육부가 학사구조의 조정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총학, 본교와 소통 이뤄지지 않아
총학은 학사구조 개편에 대한 설명이 이뤄진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학교 측에 정량지표 상승 상세계획안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대학이 교육부 구조개혁평가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만큼, 특성화 외의 다른 지표를 어떻게 상승시킬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총학은 어떠한 자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본교는 지난해 12월 9일 설명회와 같은 달 12일 공청회에서 총학이 지표 상승 계획안에 대해 묻자 “다른 것들 모두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지금은 학사개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자리니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설명해드리겠다”라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난해 12월 23일에 이뤄진 2차 설명회에서도 같은 요구를 하자 “학교 발전에 관한 전략적인 부분까지 주기는 어렵다. 이게 대외적으로 알려졌을 때 우리 학교의 치명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총학은 정량지표 상승 계획안을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26일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공적으로 오가는 자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해야 했다. 또한, 지난달 3일에는 권 기획처장에게 다시금 상승 계획안 공유를 부탁했다. 그러나 당시 권 기획처장은 “총학의 주도하에 많은 정보가 왜곡됐으며 외부로도 전략이 많이 유출됐다. 더 이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내부 규칙을 정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학사구조 개편에 관한 정보도 학생들과 공유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보이기도 했다.


글·사진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