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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도 통화한다
2017년 03월 03일 (금) 17:38:10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동덕여대 학보사 기자 생활은 생각보다 무척 힘들다. 학업과 기자 일을 병행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좀 더 와 닿게 말해보자면, 기자는 지난 학기에 통계학에서 D+이라는 성적을 받았다. 물론, 이것은 본인 의지에 달린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기자의 경우에는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매일 머릿속에 써야 할 기사가 날아다니고 있는데, 강의에 집중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마음 한 편에서 기자를 그만두고 싶다는 외침이 들리지만, 머리는 다음 취재를 생각하느라 바쁘다. 어서 빨리 노트를 펼치고 취재원에게 요청할 질문거리를 적어야 한다. 질문을 다 정리했으면 다음 수업 시간이 되기 전에 담당 부서에 전화해 취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선뜻 전화를 걸지 못한다. 여러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혹시 이 질문이 이상한 건 아닐까?’라거나 ‘혹시 직원이 대답을 해줄 수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등의 생각이 끊임없이 맴돈다. 결국, 다시 노트를 펴 예상되는 대답에 맞춰 질문을 더 다양하게 준비한다. 그렇게 몇 번 더 망설이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시계를 보면 어느새 다음 강의를 들으러 가야 할 때가 돼버린다.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고 혀를 찰 수 있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일종의 취재 트라우마다. 대학 언론사의 주된 취재원은 교직원이다. 특히 행정 직원과 통화를 해야 할 때가 매우 많다. 그런데 전화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일부 직원에게 야속한 소리도 들어야 한다. 기사를 어떻게 쓸 건지 말해달라는 노골적인 질문부터 기사에 실지 말라는 명령 같은 부탁까지 다양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발언을 꼽자면 ‘이런 것도 모르면서 무슨 기자에요?’가 아닐까 싶다.


수습 기자 때부터 해왔으니 이제 익숙해질 만한데, 아직도 가끔씩 말문이 ‘턱’ 막힌다. 본인은 기자이면서도 평범한 학생이기에 솔직히 말하자면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더 꼬치꼬치 캐묻는 편이지만,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라 죄송하다며 웃어야 할 땐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직원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업무를 방해하며, 대답하기 어려운 난감한 질문만 하니까 나름대로 곤란할 것이다. 당연히 그들이 학보사 기자의 사정을 알아줄 의무는 없다. 그렇지만 우리의 준비까지는 허투루 보지 않길 바란다. 기자들은 오늘도 수업을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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