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의 파면 선고가 내려졌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은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으로서 그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국정농단 사안의 죄질을 명료히 보여준다. 바로 최순실 등의 비선 실세와 함께 국민을 우롱하고 사익을 추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가 공공연하게 인정된 것이다. 이는 겨울의 길목에서부터 광장을 밝힌 수천만의 촛불이 간절히 바라온 순간이었다.

이를 방증하듯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확정되자 전국 곳곳에서 축제의 분위기를 보였다. 다만, 그러한 해방감 속에서 우리가 한 가지 상기해야 할 것은 무능과 부정직의 아이콘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결국은 국민이 선출한 국가 원수라는 사실이다. 물론, 국정원의 여론 조작 및 댓글 아르바이트와 같은 부정선거의 의혹이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신임했던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번’과 같은 두꺼운 지지층의 존재는 부정할 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적 업적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스펙으로 작용해 맹목적인 지지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당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을 신뢰했던 국민에게 돌려준 건 국정 농단이라는 이름의 숨은 발톱이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정권의 사유화가 다시금 반복된 것이다.

헌법에서는 대통령의 자리가 빌 때 60일 이내로 대통령선거(이하 대선)를 시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19대 대선은 오는 5월 9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직접 부패한 대통령을 끌어내린 끝에 쟁취한 기회로써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 하지만 지난 넉 달간 국정 혼란을 겪었던 국민은 몹시 지쳐 있어 다음 정권을 세우기 위한 체력이 고갈된 상태다. 게다가, 탄핵 찬반 집회의 양극화로 인해 진보와 보수의 개념도 상당히 왜곡돼 만전을 가해야 할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결정력이 흐트러질 수가 있다.

그렇기에 단발성의 파도처럼 대선이 치러져서는 안 된다.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대선주자 토론회와 같은 대화의 장이 끊임없이 제공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국민도 급히 뜬 첫술에 체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한 달 안에 국가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매우 어렵고 위험한 선거지만 이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 없다. 다가오는 봄은 대한민국의 새 천 년을 이끌어갈 투명하고 정직한 정부와 함께이길 염원한다.

김진경 기자 wlsrud68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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