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목적을 두고 서로 이기거나 앞서거나 더 큰 이익을 얻으려고 겨루는 것' 이는 경쟁에 대한 사전적 정의이다. 생존경쟁에 적합한 것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는 진화론에 따르면 현재 우리의 존재는 탄생 후 현재까지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매순간 대부분 인식하지 못할 뿐 경쟁하고 있다. 사실 경쟁을 인식하는 경우 경쟁의 참가자는 상대방보다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압박에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경쟁에서 물러나 경쟁을 바라보는 입장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케이블 방송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Mnet의 <슈퍼스타K2>의 성공 이후 방송가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방영 전부터 실력파 가수들의 출연 사실 자체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나가수>는 방영 후 개편 전에 비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참가 가수 7명이 미션을 수행을 위해 준비한 무대의 음원 모두가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주요 음악 감상 사이트의 차트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슈퍼스타K2>, <나가수> 등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한 명의 우승자를 가리기까지 참가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살아남은 자가 우승자이며, 우승자에게는 막대한 보상이 주어진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콜로세움에서 벌어지는 검투사의 결투와도 같다. 시청자는 네모난 브라운관을 콜로세움 삼고 <슈퍼스타K2>의 가수 지망생, <나가수>의 가수들의 경쟁을 지켜보는 것이다. 검투사의 결투를 통해 관객은 피를 보며 희열을 느꼈다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시청자는 참가자들의 사연과 매력, 능력에 때론 공감하고 분노하며 대리만족까지 느끼고 있다. 경쟁을 추구하는 현실을 압축적으로 담아내 극적인 요소를 갖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시청자는 어느새 참가자에게 자신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경쟁에 집중한 나머지 참가자의 인격이나 사생활을 고려하지 않은 채 흥미만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수를 뽑는 것이 목적이면서 개인이 원치 않은 사생활을 공개하거나 왜곡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곤 한다. 이에 일각에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시청률만 의식한 ‘막장 예능’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는 참가자들의 행동이나 모습은 그들의 일부분만을 담고 있다. 이마저도 프로그램의 의도에 따라 편집되고 가공되기도 한다. 때문에 프로그램의 참가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은 채 시청자가 판단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참가자이기 전에 인격을 지닌 존재이다. 다만 그들이 참가한 경쟁이 대중을 향해 공개되어 주목받고 있을 뿐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본질에 맞게 참가자들의 인격이나 사적인 부분은 지켜가며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일각의 우려처럼 ‘막장 예능’으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대중이 현실로부터 받은 상처를 다른 이의 경쟁을 통해 위로받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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