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핵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국민의 생활 영역 가까이 핵발전소가 있다는 뜻으로, 만일의 사고 발생 시 그 피해가 막대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 혹자는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의 내진설계를 근거로 들며 일어나지도 않을 사고 때문에 효율적인 에너지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한국의 원전사고는 정말 허황된 가설에 불과한 것일까.

국내 원전 25기 중 영남권 동부해안 지역에만 19기의 발전소가 몰려있고, 월성원전, 고리원전 등의 주요 원전이 모두 경주 인근에 있다. 평균적으로 이들 원전의 내진은 6.0 규모의 지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이 같은 원전의 내진율을 간 보기라도 하듯 경주 일대에 5.8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대한민국의 원전사고가 더는 ‘설마’ 속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핵발전소 사고 모의실험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에서 거대 원전사고가 날 시 충청남도와 광주 그리고 해안가 지역에 8만 명의 급성 사망자가 발생한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18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연구 결과만 살펴보더라도 원자력 에너지가 효율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원자력과 ‘효율’의 가치를 거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 필자는 ‘탈핵 희망 프로젝트’에 참가해 원전 지역민을 만나봤다. 그들은 엄청난 위험성을 잠재한 원전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지 인구가 적고 우라늄이 많이 묻힌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원전의 최전방에 내몰린 것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원전 사업에 끊임없이 투쟁하지만, 정부는 그 어떤 의견도 수렴하지 않는다.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가 철저히 무시된 것이다. 이처럼 약자에게 기생해 생산되는 에너지는 그 이익 창출이 어떻든 간에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해당 지역의 복구 사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주변 지역의 주민들은 2차 피해로 인해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고통의 역사가 단지 일본만의 이야기일까. 시한폭탄과도 같은 원자력 발전소, 이 거대한 판도라 상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다. 그 상자 안에 기대와 희망 따위의 존재는 없다.

 

박해윤(문예창작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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