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기를 넘다 - 2

  지난 481호의 ‘대학가에 드리운 학생유치라는 그림자’에서는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각 대학의 신입생 유치가 앞으로 얼마나 어려워질 것인지를 알아봤다. 또한, 본교가 수험생으로부터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살펴보며 학교가 존폐의 갈림길에서 벗어날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사실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학교 본부의 대외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학내 구성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수의 임무가 막중하다. 대학교수는 한 번 채용되면 유동성이 거의 없어서 그들의 능력치가 대학을 운영하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학의 미래가 교직원에게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교수의 임용과 업무 실태에 관해 다루고자 한다.
  우선, ‘전임교원 확보율’을 통해 각 대학이 교수를 얼마나 채용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때, 재학생의 수가 적어 교수의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지 않도록 전임교원 확보율은 ‘재학생 충원율’과 동시에 봐야 한다. 또한, 전임교수 1명당 맡을 수 있는 학생 수를 의미하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에서 낮은 수가 나와야 그 대학의 수업여건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교육전문신문 베리타스알파가 2014년을 기준으로 이러한 지표를 종합 고려한 결과, 재학생 충원율과 전임교원 확보율이 모두 100% 이상이면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0명 미만으로 적은 학교는 206개 대학 중 5.3%인 11개교에 불과했으며 여기에 본교는 속하지 않았다. 한편, 우리 학교를 포함한 서울시 내 상위권 대학 24개교 중에서는 서울대학교만이 유일하게 전임교원 확보율이 100%를 넘었다. 이 24개교의 학생 1인당 평균은 30명이며 전임교원 확보율은 7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를 제외한 서울 4개 여자대학교(이하 여대) △성신여대 △덕성여대 △서울여대 △동덕여대는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35명을 넘고 전임교원 확보율이 64%가 되지 않아 체질개선이 필요했다. 당시 우리 학교의 학생 수는 35.4명이었고 확보율은 62%였다. 다행히도 본교는 2016년도 기준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이 68.79%로 상승했고,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31.82명으로 하락했다. 이는 2015년 1주기 구조개혁평가 당시, 우리 학교가 9%의 신입생 인원 감축을 하면서 2014학년도에 1,657명이었던 정원에서 150명이 줄어 현재 1,507명이 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본교뿐만 아니라 대부분 대학에서도 전임교원 확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전임교원 대신 시간강사를 많이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간강사를 채용할 시에는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학과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시간강사 채용
  전임교수는 대학마다 공개모집을 통해 까다로운 심사와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된다. 그러다 보니, 이 과정에서 비리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시간강사는 임용이 아닌 위촉이다. 본교를 포함한 많은 대학의 ‘시간강사 위촉 및 강사료 지급 규정’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해당 학과장의 추천과 학장의 제청으로 총장이 위촉한다고 나와 있다. 전임교수와 달리 절대적인 결정권이 학과에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김동익 전 용인송담대학교(이하 용인송담대) 총장은 본인의 저서인 『대학교수 그 허상과 실상』에서 “위촉 권한을 학과에 거의 맡긴 셈이나 다름없다. 학과 교수는 시간강사를 채용할 때 저마다 자신의 후배 또는 제자를 데려오려 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교내 커뮤니티 사이트 동감(dong-gam.net)에는 한 시간강사가 자신이 해당 전공 교수의 후배임을 피력하면서 본인의 학벌을 자랑했다는 골자의 글이 게시된 적도 있었다. 게다가, 일부 시간강사는 강의 실력이 엉망인데도 어떻게 위촉이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전임교원은 시간강사와 달리 공개모집을 통해 채용하지만, 이사회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일차적으로 학과 교수에 의해, 이차적으로 교수로 구성된 교수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후보자가 추려진다. 그러다 보니, 전임교원 채용 시에도 교수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재작년 본교는 기존에 학과 및 전공의 요청이 있을 때만 가능했던 신규 교원 초빙을 총장도 심의 요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하기도 했다(본지 보도 2015년 8월 24일 465호 2면). 당시 본교는 “기존 규정에 문제점이 많았다. 학과에 자율권을 지나치게 보장한 결과, 교수 간의 의견대립으로 신규 교수를 채용하지 못하거나 꼭 필요한 분야의 교원임에도 불구하고 아예 교수 선발 요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개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김 전 용인송담대 총장 역시 대학이 학과 편의주의와 인맥 주의에 빠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비정년트랙의 증가로 인해 흔들리는 교수 임용 문제
  대학정보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에서 2016년 본교의 교원 현황을 살펴보면, 전임교원은 총 236명인데 비전임교원인 시간강사는 총 475명에 달했다. 다행히도 과거에 비해 이 격차는 매년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결코 좋은 현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시간강사가 줄어드는 대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하 비정년트랙 교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교원은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으로 나뉘게 되는데, 비정년트랙 교원이란 박사 학위를 소지했지만,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통상 2년 계약을 통해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를 일컫는다. 이들은 같은 전임교원이지만 정년트랙과 달리 승진, 급여, 근무여건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
  지난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발표한 ‘통계로 본 대학구조조정 실패의 민낯’ 자료에 따르면 2008년 70.3%였던 4년제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은 2013년 76.1%, 2015년 80%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1년 12%의 비정년트랙 교원은 2015년 20.6%로 비중이 확대됐다. 즉, 시간강사의 비율이 줄고 전임교원의 확보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비정년트랙 교원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이 같은 눈속임을 통해 등록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여 각종 교육부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가고 있다. 덕분에 계약직인 교수는 늘어나고 있다. 비정년트랙 교원도 재계약으로 교수직을 연장할 수 있지만, 학교의 눈 밖에 나게 돼 재임용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이에 그들은 교육이나 연구보다는 대학의 눈치에 더욱 신경 쓰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교수라도 고용이 불안하다 보니, 학생에게도 수업 질의 하락 등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본교의 연구 실적은 하위권
  이 같은 상황에서 교수는 연구 실적 역시 제대로 쌓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적하듯 지난해 12월 12일, 학사구조 개편에 관한 공청회 자리에서 한 학우는 우리 학교의 전임교원 1인당 연구 실적이 타 대학보다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본지는 정보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근거해 2016학년도 전임교원의 연구 실적을 조사해봤다. 해당 실적에는 전임교원 1인당 논문 △국내 기준 △국제 기준 △SCI급/ SCOPUS 학술지 △한국연구재단 등재지(후보 포함)와 전임교원 1인당 저역서 수치가 포함됐다.
이 결과를 서울권 내 여대 △덕성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와 비교해보니, 전임교원 1인당 저역서 항목을 제외한 4개의 지표에서 우리 학교는 최하위였다. 우선, 국내와 국제 기준에 따른 논문 수는 각각 교원 1인당 0.6712, 0.1134편이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CI급/ SCOPUS 학술지에서 본교는 1인당 0.0868편을 기록했다. 반면, 앞서 말한 5개의 여대 모두 해당 영역에서 1인당 0.1편이 넘도록 논문이 게재했다.  
  이렇게 교수의 연구 실적이 낮으면, 대학은 발전의 기회를 잃게 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의 논문 중 200개를 선정해 우수학술지로 지정한다. 여기서 논문이 당선되면 해당 대학은 국고 지원 사업에 더 유리하게 적용된다. 또한,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대학의 연구 실적을 보고 재정 지원을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 정보가 어느 곳에 집중돼 있느냐에 따라 해당 학교에 산학 연계프로그램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전임교원 1인당 교내외 연구비가 낮아 활발히 연구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를 앞서 언급한 타 여대와 비교해본 결과, 우리 학교가 가장 연구비를 적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330만 원에서 910만 원까지 교내 연구비가 제공되는 타 여대와는 달리, 본교의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는 약 140만 원에 그쳤다. 교외 연구비의 실정은 더 열악했다. 다른 여대에서는 모두 2,000만 원이 넘게 교외 연구비가 제공됐지만, 본교의 지급액은 약 81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원금과 연구 실적이 항상 비례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11년에 높은 연구 실적을 낸 10위권 대학 중 40%가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가 많이 지급되는 대학 10위권 밖에 있었다. 이때 서울대학교는 연구비 순위가 2위였지만, 논문을 게재한 실적은 7위권에 그쳤다. 반면, 광운대학교는 연구비 확보율이 10순위 안에 들어오지 못했는데 연구 실적이 높은 대학 2위에 올랐다.
  덧붙여, 대학 내에서는 여전히 교수가 작성한 논문의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일정 수의 논문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실적 확보에 급급한 교수가 비양심적인 방법을 택한다는 것이다. 우선, 정년이 보장된 교수가 자신의 과거 논문이나 타인의 글을 표절하는 일이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달에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의 박효종 교수가 미국 인디애나대학교에 제출한 논문이 다른 사람의 글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2013년에 전주교육대학교의 체육교육과 장용우 교수가 대학원생의 논문을 베낀 것으로 알려져 정년 보장이 취소된 일도 벌어졌다. 게다가, 국제 학술지에 글이 올라갔다는 업적을 쌓기 위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않은 해외 유령 출판사에 논문 게재를 부탁하는 교수도 있다.


과도한 업무를 해내야 하는 교수들
  한편, 본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교원업적평가규정에 따르면, 우리 학교의 교원은 교육, 연구, 봉사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업적이 평가된다. 먼저, 교육에는 △강의 △학생 지도 △산학협력 교육활동 및 취업지도가 포함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봤을 때 교원은 학생과의 상담, 동아리 및 스터디 담당, 국제교류 학생 지도 등의 업무를 한다. 또한, 연구 항목에는 △학술 논문 △ 저서 △산학협력 연구활동으로 나뉘며 봉사는 교내 봉사와 교외 봉사로 구성돼 있다. 세부 항목마다 점수가 적게는 5점에서 많게는 200점까지 부여돼있고 교원은 이 같은 업적을 달성해 기준치 점수를 통과해야 한다.
  이 외에 교수의 많은 업무량도 좋은 연구 결과를 내는 데 걸림돌이 된다. 교수는 연구나 수업 외에도 취업 알선, 학생 상담, 각종 입시 및 행정 업무 등의 일을 해야 한다. 우선, 교수는 학생의 취업률을 관리한다. 실제로 교수가 학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취업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각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찾아가 제자의 채용을 부탁하는 일이 빈번하다. 2015년에 한국고용정보원 전국의 4년제 대학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4년제 대학교수 학생 진로지도 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교 본부가 교수에게 가장 권고하는 정책과 지원이 무엇인지를 묻는 물음에 89.5%가 ‘취업률 목표 설정과 달성 독려’라고 응답했다. 그다음은 ‘취업률을 교수업적평가에 반영’이 82%로 뒤를 이을 만큼, 취업률 관리는 교원에게 중요한 업무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가 대학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유치해오는 것도 교수가 신경 써야 할 항목 중 하나다. 몇몇 교수는 1년 동안 사업 준비를 하면서 억 단위를 호가하는 재정지원 사업을 수주해야 한다. 요즘에는 대학특성화사업,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사업 등 정부가 주최하는 국고 사업이 많고 이 결과가 대학구조개혁평가와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교수의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연구 실적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배려가 필요해
  하지만 대학 본부 측은 교수를 배려하는 모습보다 업무를 떠넘기기식의 행태를 보인다. 취업 상담이나 사무적인 행정 처리는 교수 외에도 다른 직원이 투입돼 업무를 도와줄 수 있는데 이러한 조치는 거의 없다. 학교 측은 교수업적평가에 항목마다 점수를 매겨 놓았고 이를 어길 시에는 교수의 감봉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로 한 대학에서는 본래 취업을 성사시킬 때 3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더 지급하게 돼 있었지만, 대학의 예산이 적어짐에 따라 업적평가에 담당 학생의 취업률을 반영해 승진을 막고 있다. 우리 학교의 ‘교원업적평가규정’에 따르면,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가 업적평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교내 연구비와 연구년 신청이 제한된다. 1회 미충족했을 시에는 다음 평가 전까지 3학점의 수업을 더 맡아야 한다. 만약, 2회 이상 업적평가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호봉 승급에 타격이 생긴다.
  이처럼 교수는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좋은 연구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수가 증가함으로써 대다수 교수의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는 결국 교수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재정 지원이 부족해지거나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등의 학생과 학교 전체적인 피해로 귀결된다. 따라서 교수는 맡은 바를 잘 수행하고 학교 측은 교수에게 모든 일을 맡기거나 불평등한 고용을 하는 등의 시스템을 중단하고 그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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