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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의 블루가 주는 위로의 메시지
2017년 03월 28일 (화) 14:06:37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영화 <문라이트>의 배경은 미국 마이애미 흑인 지구의 마약소굴이다. 우리는 보통 마이애미 하면 뜨거운 태양, 신나는 음악 소리, 젊은 남녀로 가득한 해변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 주(州)인 마이애미의 이면에는, 마약에 노출된 채 벗어나지 못하는 흑인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삶에 주목한 배리 젠킨스 감독은 “아름답지만 악몽이 가득한 마이애미를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무리 지옥 같은 곳이라도 아이들은 자라나기 마련이다. 주인공 ‘샤이론’ 역시 이곳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내며 성장한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샤이론이 유년, 소년, 청년으로 성장할 때마다 불렸던 호칭인 ‘리틀’, ‘샤이론’, ‘블랙’으로 3부작을 구성했다.


우선 <1부 리틀>에서는 마약과 매춘을 하는 엄마와 사는 유년 시절의 샤이론이 등장한다. 샤이론은 또래 아이들보다 유난히 왜소한 체구 때문에 리틀이라는 별명을 얻고 호모라고 놀림 받는다. 학교에서는 괴롭힘을 당하고 집에서는 마약에 중독된 엄마에게 쫓겨나기 일쑤라, 아이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위험한 거리를 전전한다. 그러던 와중에 샤이론은 일대에서 유명한 마약상인 ‘후안’을 만나게 된다. 후안은 비록 마약상이지만 유일하게 샤이론에게 따듯한 관심을 보인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리틀에게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라는 조언을 해주는데, 이는 앞으로 성장할 샤이론의 미래 모습을 암시하면서도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실제로 <2부 샤이론>에서 소년이 된 샤이론은 후안이 죽고 예전보다 더 공허한 눈빛을 하게 되지만, 자신을 적의 없이 바라봐주는 ‘케빈’이라는 동성의 친구를 만나며 사랑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된 샤이론은 더 이상 불행한 흑인 소년도 게이도 아닌, 그저 달빛 아래의 ‘블루(blue)’가 된다. 이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흑인 영화에 대한 편견을 깨트린 것이기도 하다. 보통 영화에서 흑인은 춤과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인물이거나 인종차별에 괴로워하는 약자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젠킨스 감독은 <문라이트>에 백인을 등장시키지 않음으로써 의도적으로 인종차별적 상황을 모두 배제하고, ‘흑인들은 유쾌하다’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마약소굴을 배경으로 택했다.


<3부 블랙>에서는 동급생의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결국 케빈과의 연도 끊고 학교를 그만둔 뒤, 블랙이라는 마약상이 된 청년 샤이론이 등장한다. 블랙은 마치 후안을 연상시킬 법한 강인한 남성이 된다. 성인이 된 후 10년 만에 재회한 케빈도 낯선 모습의 샤이론에게 “너는 누구냐”라며 장난스럽게 묻는다. 그러자 샤이론은 “난 그냥 나야.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한 적 없어”라고 답한다. 이는 블랙이 여전히 외로운 리틀이며, 케빈을 사랑하는 소년 시절의 샤이론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우리는 종종 남의 기준에 맞춰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샤이론이 다른 이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후안의 껍데기인 ‘블랙’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블랙은 자신의 본모습을 인정하고 리틀이자 샤이론으로서, 참회하는 엄마를 용서하고 케빈을 만나 고백하기로 결정한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삶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샤이론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남이 아닌 그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을 했기 때문 아닐까.


이제 <문라이트>의 포스터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유년, 소년, 청년의 모습이 합쳐진 모습은 고달픈 성장기를 거쳐 단 한 명의 샤이론이 완성됐음을 보여준다. 혹시 당신이 사회의 억압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살아야 할지 걱정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달빛 아래 샤이론, 아니 블루가 당신에게 힌트를 줄지도 모른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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