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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보존, 미래 세대를 위한 당연한 선택”
2017년 03월 28일 (화) 14:09:41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1976년, 국립중앙박물관은 보존과학에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우리나라는 보존과 관련된 각종 기술을 외국에서 배워 문화재를 복원해갔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이제는 그 어느 나라에도 뒤쳐지지 않을 보존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양한 최신기술을 이용해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유물을 복원해내고 있다.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많은 종류의 유물이 바로 그러한 기술에 의해 본래의 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문화재 보존 처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 장연희 연구원을 만나봤다.


문화재 보존 처리란 무엇인가
문화재 보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기 전에는 ‘수리(repair)’라는 개념이 있었다. 수리는 알다시피 일반적으로 물건이 부서지거나 고장 나면 고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70년대 무렵, 손상 입은 문화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수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 ‘보존 처리(conservation)’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문화재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이기에 미래 세대에게도 넘겨줘야 한다. 이때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하는 ‘보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단순히 물건을 고쳐서 다시 쓰는 게 아니라, 손상 원인을 제거해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금속 유물에 녹이 심하게 슬었으면 보통은 그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보존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더 이상 부식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품에 담가 형태를 강화시켜주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 만약 녹이 슬었다고 해서 그 부분을 모두 없애면 앞으로의 세대는 그 유물의 본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문화재의 손상 원인은 무엇인가
문화재를 크게 무기질과 유기질로 나눠 살펴봐야 한다. 먼저 종이, 직물, 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유기질 문화재는 온·습도가 높아지면 곰팡이와 해충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해충은 유기질 문화재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게다가, 곰팡이는 한 번 생기면 어떤 클리닝 작업을 거쳐도 잘 사라지지 않으므로, 가능하면 미연에 차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 외에도 천연 염료가 쓰인 염직물이나 그림은 빛에서 나오는 자외선에 의해 점차 본연의 색상을 잃어간다. 이에 박물관에서는 빛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막기 위해 차단등을 이용하거나 전시실 내부를 아예 어둡게 조성해놓기도 한다.
한편, 돌이나 흙을 이루는 광물로 만들어진 무기질 문화재는 빛과 온도의 변화 등에 덜 민감한 편이지만, 습기와 유해가스 같은 화학적 요인에 약하다. 요즘에는 대기오염과 산성비로 인해 무기질 문화재의 손상이 더 심해진 실정이다. 공기나 수분 등으로 주위환경과 맞닿다 보면 무기물은 부식물을 만들어내며 손상을 되풀이하다가 결국 문화재로서의 모습을 잃어가므로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박물관에서도 도시의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가스가 전시관에 유입되지 않도록 공기 질을 꾸준히 점검하고 청정 공기를 투입하기도 한다.


복원 과정에서 전통기술과 최신기술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용구름무늬주자라는 문화재는 발견됐을 당시, 용구름 무늬가 뒷면에만 있고 앞면에는 없었다. 그런데 최근 3D 스캐닝 기법을 통해 뒷면과 똑같은 무늬를 만들어냈고, 결실된 부분에 새 조각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이런 기술이 없었을 때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무늬를 조각하느라 굉장히 오래 걸렸겠지만, 이제는 최신기술로 인해 시간도 훨씬 단축되면서도 더 정교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전통적인 복원 기술도 현재 많이 이용되고 있다. 금속유물 복원 작업은 70-80년대에 보존과학기술이 등장하면서 같이 시작됐기 때문에 전통기술이라고 할 만한 기법 같은 것이 따로 없지만, 유기질 문화재, 특히 ‘서화’ 분야에는 ‘장황’이나 ‘배접’ 등 우리나라 고유의 옛 복원 방식이 있다. 여기서 서화는 그림이나 글씨를 말하며, 보통은 종이에 그려진 유물을 일컫는다. 옛 조상들은 그림이나 글씨가 담긴 한지를 장식하고 보존하기 위해 종이나 비단을 여러 겹 덧붙이는 배접을 했고 족자, 액자, 병풍 등으로 꾸며 서화를 감상하기 편하게 만드는 장황이라는 기술을 이용했다. 이 기술이 활용되는 예시를 들자면, 현재 발견된 과거 시대의 작품들은 그림이 그려진 한지가 많이 손실돼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흐려져 있고, 비단과 배접지가 그림에서 분리돼 들떠 있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배접지와 비단을 조심스레 떼어낸 뒤 비슷한 재질로 새로 직접 만들어 장황이나 배접 등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그림에 다시 붙이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때, 전분 풀을 이용하는 등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희미해진 그림은 X선 투과조사, 적외선 조사 등 과학기술을 통해 당시에 사용했던 원료를 알아낸 뒤 채색을 더해준다. 또한, 보존과학실에서 직접 제작한 비단은 그대로 붙이지 않고 일부러 전자선에 바스락거릴 만큼 열화를 시킨다. 너무 좋은 질의 비단을 붙이면 오래된 종이나 비단과 연결할 때 옛것과 새것 사이에 힘의 균형이 무너져 오히려 더 손상이 심해진다. 즉, 복원 과정에서는 전통 기술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학기술을 접목하며 더 나은 보존 처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보존 처리 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보존 처리의 제1원칙은 ‘가역성 있는 처리’다. 가역성이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성격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문화재를 언제든지 처리 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는 재료와 방법을 사용해 복원하라는 말이다. 사실상 현재의 기술력에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완벽한 보존 처리란 없다. 시간이 지나서 보다 안전한 기술과 재료가 개발됐을 때를 위해 수정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공산품은 대체로 30년만 버티면 된다지만 문화재는 100년 혹은 1000년 뒤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히 복원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복원을 하더라도 반드시 다양한 분야의 관련 연구자들이 충분한 협의와 고증을 거쳐야 하며 손상 없이 제거 가능한 재료와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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