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졌던 촛불집회가 범국민적으로 이어진 데는 언론의 역할이 컸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지지를 받은 언론사는 단연코 종합편성채널 JTBC였다. 일명 ‘JTBC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로 커다란 공신력을 자랑하게 된 배경에는 ‘최순실 태블릿 PC 문건 유출’과 ‘정유라 덴마크 은신처 고발’ 등의 이슈 집중 보도가 큰 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뉴스를 다루는 방식은 보도 내용 외에도 플랫폼 양식에서 유의미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과연 JTBC가 추구하는 뉴스의 방향은 무엇이며 어떤 점이 대중의 지지를 끌어내는지 <뉴스룸>의 내의 플랫폼을 통해 살펴보자.

뉴스를 파헤쳐 진실을 밝혀내다
뉴스란 기본적으로 새로운 소식을 일컫는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정보의 홍수라고 불리는 시대에 새로운 것에만 집중한다면 언론이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는 기사에 잠식될 위험이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기존에 생산된 뉴스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는 해당 언론사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한 고정 코너다. 지난 2014년 9월 처음 기획된 이후로 2015년에는 책으로 출간되는 등 이례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팩트체크>는 팩트체킹 저널리즘(이하 팩트체킹)을 기반으로 기획됐다. 팩트체킹이란, 언론보도와 주요 인사의 발언뿐만 아니라 풍문으로 떠도는 이야기까지 철저한 검증으로 사실 여부를 파헤치는 보도 방식이다.

그렇다면 전문가 사이에서 국내 팩트체킹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되는 <팩트체크>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팩트체킹을 도입한 오마이뉴스의 <오마이팩트>와 비교해봤다.
기존 방식을 차용한 <오마이팩트>는 정치·사회·경제 분야의 사건을 다루며 그중에서도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코너를 특화시켜 운영 중이다. 이와 비슷하게 <팩트체크> 또한 다방면의 사회 이슈를 주제로 사실관계를 파악한다. 그러나 둘은 실제 생활 상식과 사회 통념으로 여겨졌던 것을 함께 다룬다는 점이 큰 차이를 갖는다. ‘과자 봉지 안에 질소량은 얼마나 될까?’, ‘영화 <암살> 속 전지현은 실존 인물일까?’ 등이 그 예시다.

또한, 본 코너는 직장인의 실질적인 불편 사항을 골자로 한 ‘퇴근 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지시는 시간 외 근무일까?’라는 주제를 통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기존에 우리나라의 노동법에 제시된 범주 외에 SNS를 이용한 새로운 업무 트랜드를 노동 환경에 접목해 분석한 결과다. 이에 대해 직장인 권 씨(27)는 “퇴근한 뒤 상사에게 오는 업무 연락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몇몇이 모여 볼멘소리를 하는 것에서 그쳤는데, 뉴스에서 외국의 노동법 사례와 각종 실험 지표를 근거로 들어주니 그동안의 고충을 인정받은 기분이에요”라며 공감했다. 이처럼 누구도 관심 두지 않은 시청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뉴스룸>의 기획은 대중이 뉴스를 실생활과 연결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두 언론사가 같은 주제를 분석한 뉴스를 비교하면 팩트체킹의 순기능이 더욱 드러난다. 실제로 두 곳 모두 지난해 ‘촛불 집회의 참가자 수 집계’를 주제로 경찰 측과 집회를 주관하는 측의 추산 결과가 각 26만 명과 100만 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분석했다. 우선 <팩트체크>는 당시 학계에 제시된 두 과학자의 계산법 모델을 분석 기법으로 선정해 과학 기술을 통한 집계 수치를 검증하고자 했다. 반면, <오마이팩트>는 군중의 밀도(Mosh-pit 밀도)와 당일 광화문 광장 일대의 지하철 이용객 수라는 기존의 데이터 분석 기법을 이용했다. 결국, 세부적인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양측의 뉴스는 촛불 집회에 10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모였다는 동일한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경찰이 유동인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팩트’를 인지함으로써 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민심의 크기를 오롯이 체감할 수 있었다.

앵커의 눈으로 사회를 꿰뚫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클로징 멘트라 함은 뉴스 진행이 끝나는 단계에서 앵커가 사회의 각성을 요구하는 말을 한두 마디 덧붙이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뉴스룸은 이를 <앵커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확대시켰고, 현재 <뉴스룸>만의 특징으로 분류될 정도로 많은 이가 관심을 두는 하나의 코너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는 사회 이슈와 역사에서부터 노래, 그림 등의 문화 예술까지 시청자에게 공감과 울림을 선사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사용된다. 대학생 엄 씨(21)는 “앵커가 진행석을 벗어나 관련 이미지와 함께 브리핑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더욱 와 닿았어요. 무엇보다 바로 본론을 제시하지 않고 다른 사례를 비유해서 소개하니까 브리핑 안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돼요”라며 시청 소감을 전했다.

손석희 앵커가 앵커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월 15일에는 당시 개봉한 영화 <컨택트>의 줄거리가 <앵커브리핑>의 서두에 제시됐다. 외계인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주제로 한 내용 소개와 더불어 당일 보도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570번가량의 차명폰 사용 내역이 골자로 떠올랐다. 이는 비록 영화 속 이야기지만 언어체계가 다른 생물 간의 의사소통을 비교 사례로 말함으로써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극심한 불통이 자리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꼬집은 뼈 있는 해석이었다.

<팩트체크>와 <앵커브리핑> 등의 시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새로운 정보보다 기존의 뉴스를 재가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사안의 쟁점을 꿰뚫어 볼 여력이 없는 시청자를 대신해 뉴스가 해석을 덧대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결국, 기존의 뉴스에서 파생되는 정보를 끌어냄으로써 진실에 깊이를 더하는 ‘해설자’를 자처하는 JTBC 뉴스의 이러한 행보는 국민의 신임을 받는 이유로 자리하고 있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