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면서 19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가 다음 5월 9일로 확정됐다. 이로 인해 각 정당의 대선 후보가 내세웠던 정책이 다시 한차례 큰 주목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은 주요 논쟁거리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일자리 확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정부 손에 쥐어진 해답
  최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9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 기준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35.2%가 ‘민생과 경제회복’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이다. 본 방안을 추진함으로써 경제 회복과 더불어 사회문제에 대한 개혁을 함께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은 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의 평균인 21.3%에 절반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반면에 비율이 30%를 넘어서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의 국가는 오늘날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복지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스웨덴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일자리의 90%가 공공서비스 부분에서 발생하면서 높은 수준의 경제 성장이 이뤄진 선례가 있다. 이는 여성에게만 할당됐던 육아와 노인 서비스가 공공부문으로 이전되면서 발생한 효과로,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증가하는 등 소수자를 위한 복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편, 과거 수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논의됐지만, 지금껏 정부는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올리는 공정임금제를 도입하는 등 기업에게 관련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해 비정규직으로 고용된 인원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원은 총 230만 명으로 그 중 비정규직의 규모는 1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때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는 약 40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임금과 복지 혜택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이 갖는 본질적인 불안감을 해소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학 기술의 발달과 생산성의 향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IMF 금융 위기 수준인 5%를 기록했으며 청년실업률은 12.3%로 치솟았다. 지금처럼 정부의 주도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실업 문제는 더욱 극심한 경제 침체로 우리를 덮칠 것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서비스 확충으로 경제 회복과 복지, 불합리한 고용 문제 개선을 함께 도모할 기회를 져버리는 것은 해답을 놓고도 스스로 눈을 가려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그만
  최근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이 정책은 정부가 직접 나서 공무원과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경찰, 소방관 등의 일자리를 81만 개 창출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현실화되기 힘들기 때문에 일자리 확대에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먼저, 공무원의 일자리 창출은 증세와 직결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무원 연금은 2001년부터 기금이 동나면서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의 세금으로 공무원 연금을 충당할 채무만 2015년을 기준으로 532조다. 이 금액은 공무원 연금을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매년 조 단위씩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공무원 수를 늘린다는 것은 자금 조달의 문제에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혹자는 사회적 필요에 의해 공무원과 공공부문 일자리를 반드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국민에게 제공돼야 하는 공공서비스의 양에 비해 그것을 채울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종사자가 적은 것은 일자리 공급이 적어서가 아니라, 해당 직업을 원하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중 하나인 사회복지사를 예로 들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월 163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액수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다. 소방관도 비슷한 실정이다. 국민안전처가 2015년에 소방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80%가 부상 비용을 본인이 부담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사회복지사, 소방관 등의 공공부문 직업은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 및 복지로 인해 취업준비생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정부가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예컨대 작은 규모라도 전망과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선정해 인건비와 투자비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이는 국가 재정이 공무원 임금에 편성돼 단지 ‘일회성’ 지출로 소비되는 것보다 훨씬 투자 가치가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물론, 대기업 중심의 양극화 문제도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지양하고,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