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변화의 계절이다. 그것은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속은 치열한 생존의 전장이다.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나와 다른 것보다 햇살을 선점하고 영역을 넓혀 앞으로의 삶을 담보하기 위한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이는 마치 오늘의 대학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도 매우 유사하다. 교육부에 의한 대학평가는 연례행사가 되었으며, 생존을 위한 대학 간의 무한경쟁은 이미 일상화됐다. 평가의 내용에 따라 치러야 하는 대가는 해가 갈수록 혹독해 지고 있다. 그것은 한순간의 경고나 회초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성장과 발전은 물론 생존 자체까지도 위협하는 매우 엄중하고 가혹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변화가 머지않았음을 충분히 감지한 바 있다. 지난 학기 말부터 학내 구성원 간에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했던 학사구조조정이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전공 신설 등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적 노력에 다름 아니다. 이제 변화는 낭만적인 구호가 아닌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이해가 전제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혼란스럽고 곤혹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필연적으로 이러한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이 야기될 수 있음은 충분히 예상되는 바이기도 하다. 우려되는 것은 변화를 통한 생존이라는 절대명제를 목전에 둔 우리 학교가 소모적인 갈등으로 인하여 스스로 동력을 소진하고 때를 놓쳐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를 전제로 한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를 통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이 합의되어 도출되면 학교 발전이라는 대명제를 향하여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와 새삼 변화하는 세태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지난날들을 비판하고 후회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뒤를 돌아보고 푸념하고 책임을 전가할 만큼 한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봄꽃은 그냥 피는 것이 없고 엄동의 대지는 절로 녹는 것이 아니다. 꽃샘추위를 이겨내야 비로소 꽃은 피고, 생존하겠다는 치열한 생명의 의지가 얼어붙은 땅을 녹이는 것이다. 우리는 매섭고 가혹한 봄을 마주하고 있다. 서로 몸을 비벼 체온을 나누며 이 추위를 이겨내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적어도 100년이 넘는 거목이 이 봄에 혹독한 몸살을 앓는 것을 그저 앉아서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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