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벚꽃처럼 기다려지는 곡이 있다. 바로 장범준의 ‘벚꽃엔딩’이다. 올해도 이 노래는 다시 음원차트에 들어와 역주행하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기적 같은 행보를 어쩌다 벌어진 행운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 개봉한 장범준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다시, 벚꽃>은 이것이 결코 우연으로 얻은 결과가 아님을 보여준다.

사실 그는 ‘벚꽃 엔딩’이나 ‘골목길 어귀에서’등의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앨범 제작을 염두 해두지 않았다. 순간마다 느꼈던 감성을 노래로 적었을 뿐인 그의 음악은 일상적인 삶을 솔직하게 고백할 뿐이다. 작곡자와 세션 또한 음계와 코드에 능통하지 않은 그에게서 오히려 신선함을 느낀다고 평한 바 있다. 즉, 음악을 ‘음학’으로 공부한 이들이 그 틀에 갇혀있을 때, 장범준은 부족하더라도 자유롭게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결국, ‘벚꽃엔딩’은 이러한 틀에서 자유로운 아티스트가 끄집어낸 청춘의 천재성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곡에서 나타나는 봄과 벚꽃, 청춘, 네버엔딩 등의 감성은 오늘날까지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곡으로 부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노래가 봄날의 전령이 될 수 있었던 건 조금은 어설퍼도 풋풋한 청춘의 면을 끊임없이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영화 <다시, 벚꽃>을 보면, 장범준은 2집 앨범을 준비하면서 뒤늦게 음계를 공부하고 더 열심히 기타를 연습한다. 이후 스스로 만든 곡을 음계로 그려 세션과 쉽게 소통하고, 온전히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2집은 나오자마자 전곡이 음원차트의 1위부터 15위까지 매겨지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처럼 장범준이 보여주는 일련의 선택이 청춘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우리는 무언가에 도전할 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려 하지만, 사실상 그보다 중요한 건 일상에서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다. 배운 뒤 실천하는 것은 오히려 그 틀에 갇혀 자신만의 개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수많은 청춘이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막막해하며 취업 준비와 스펙을 쌓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하지만 자칫 이러한 과정은 본인이 가진 특별한 재능을 가릴 위험이 있다. 꿈이 멀어 보여도 일상의 작은 한 걸음이 모여 상상하는 바를 이뤄낼 것이라고 장범준은 자신의 음악을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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