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위기를 넘다 - 2


  지난 482호의 ‘교수의 임용과 업무 개선으로 밝아질 대학의 미래’에서 본지는 본교 교수의 임용과 그들의 연구 실적을 분석해보면서, 계약직 교원의 채용을 점차 늘리고 교수에게 많은 업무를 맡기는 우리나라 대학의 실태를 분석해봤다. 그렇다면 이처럼 교원의 업무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외부 환경이 교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이때, 그 임무는 바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들은 그 어떠한 중대한 업무가 있더라도, 수업을 가장 우선시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대학생이 비싼 등록금을 내며 듣는 대학교 수업에 실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MBC다큐스페셜팀과 함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63.4%가 대학 진학을 한 번이라도 후회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대학 수업 내용에 대한 불만족(19.8%)’이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지불한 대학 등록금 대비 받은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37.5%,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28.6%로, 총 66.1%가 대학 교육에 대해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만족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을 때는 18.3%가 ‘능력 미달 교수진’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의 ‘4년제 대학의 교수·학습 역량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62개 대학 4만2,000여 명 대학생의 전공수업 만족도는 2011년 83%에서 2012년 70.6%, 2013년 75.2%로 꾸준히 하락했다. 교양수업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도 2011년 78.8%에서 2014년 54.5%로 대폭 떨어졌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생이 강의 시간에만 교수와 만나는 일이 많아, 대학에서 교수의 위치는 ‘스승’이 아닌 그저 ‘지식전달자’에 그친다. 교수와 학생 간의 교류가 부족한 실정이다. 앞서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서 ‘진로에 대해 교수와 의논하느냐’는 질문에 38.7%가 ‘거의 안함’, 41%가 ‘가끔’이라고 답해 무려 79.7%가 교수와의 상호작용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대학 강의의 문제점과 함께 교수가 학생과의 친밀한 교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관해 다뤄보고자 한다.

 

  본지는 우선 학우 90명에게 본교의 수업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해, 학생의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다. 먼저, 선호하는 수업 방식에 대해 묻자, 총 설문 인원의 47%가 ‘교수 중심의 수업’을 원한다고 답했으며, 22%의 학생은 ‘학생의 참여가 중심이 되는 수업’을 선택했다. 이 외에도 영상자료가 많은 강의, 팀 활동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가 많은 강의를 수강하고 싶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절반에 가까운 학우가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교수의 강의를 듣는 시간을 더 선호했다는 것이다. 이 설문에 참가한 한 학우는 “하고 싶은 말이 없는데 의견을 제시하라고 시키는 수업은 부담스럽다. 교수가 강의하면 그 말을 필기하는 수업이 확실히 편하게 느껴진다”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대학에서는 수업시간에 학생이 말 한마디, 질문 하나 꺼내지 않고 끝나는 일이 다반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공부할 의지가 없다”라고 말하지만, 대학 교육 관련 전문가들은 학생이 궁금한 점이 없다는 것은 그 수업이 실패했다는 뜻이나 다름없고, 그 책임이 교수에게 있다는 점을 지적하곤 한다. 실제로 『좋은 대학수업의 특징과 그 의미』라는 학술논문의 저자 부산대학교 이은화 연구교수는 “수업과정에서 교수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에서 강의식 수업방식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교수는 다양한 수업방식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교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강의계획서에서 ‘수업방법’ 부문을 보면, 적지 않은 교원이 교재를 통한 교수 중심의 강의를 진행하겠다고 적어놓은 것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본지가 인문대학의 언어계열 학과를 무작위로 하나 선택해 수업방식을 확인해본 결과, 해당 학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총 수업의 3분의 2 이상이 교수 중심의 일방적인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 역시 한쪽으로 이뤄지는 주입식 수업에 익숙해지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강의는 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진동섭 교수 역시 “어떤 수업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할 겨를 없이 교수가 중심이 돼서 가르치는 방법에 학생들이 매우 익숙해져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교육방송사 EBS에서 준비한 기획 프로그램인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 5부 말문을 터라’를 보면, 이러한 학생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한 강의실에 관찰카메라를 두고 수업시간을 지켜보니, 교수가 질문해도 수많은 학생 중 단 한 명도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그 이유를 묻자, 한 학생은 “틀릴까 봐 민망하고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순간이 두려웠다”라고 말한다.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말할 기회가 없는 수업을 들어온 터라, 쉬이 의견을 내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렇듯, 얼어붙은 수업시간이 넘쳐나는 한국 대학의 현실에 대해 교원대학교 교육학과 임웅 교수는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해본 경험이 많지가 않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그렇게 하라고 얘기를 하고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대학의 수업 방식을 비판했다.

 

  그렇다면 대학이 교수 중심의 전통적인 강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원인은 대학의 교수업적 평가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교수평가는 크게 논문 실적을 보는 연구영역과 강의와 학생지도역량을 평가하는 교육영역으로 나뉜다. 그런데 이중 연구영역의 비중이 높은 대학은 거의 80%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즉, 교수가 논문을 위해 연구에 더 투자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교의 평가기준은 어떨까. 교원업적평가기준 규정을 살펴보면 교수가 국제나 국내학술지에 논문을 한 편 실으면 많게는 200점부터 적게는 100점까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교수법 연구회 혹은 강의컨설팅과 같은 교수법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는 고작 3점이나 5점밖에 받을 수 없다. 결국, 연구실적 중심으로 교수 평가가 이뤄지므로 수업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상황 속에서 강의 준비가 소홀한 교수가 많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앞서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수의 강의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58%의 학생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들은 대부분 교수가 개정된 사항 없이 몇 년째 같은 내용으로 수업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학생은 “부가적인 설명을 거의 하지 않은 채로 교재를 읽는 교수가 있다. 그 수업 때는 독학으로 공부하는 셈이나 다름없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라며 부족한 강의에 분노를 드러냈다.


  게다가, 교육부는 그동안 질 좋은 교육과 각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BK21 플러스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 체감하는 교육의 질은 향상되지 않고 있다. 유현숙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학 역량 강화 사업이나 경쟁력 평가가 교수의 연구 성과나 취업률 등 양적인 것에 쏠려 있어, 대학들이 교수의 강의 능력과 학생의 학습 성과 향상에 크게 주목하지 않은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본교가 시행하고 있는 교수학습법은 어떻게 이뤄져 있을까. 본교 교수학습개발센터에 명시돼있는 프로그램에는 크게 △교수법 연구회 △교수법 워크숍 △강의촬영을 통한 수업분석 △강의자료 제작 이렇게 4가지가 있다. 교수법 연구회는 교내 교수들 간의 강의방법, 학생의 참여 유발 방법, 매체 활용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다음으로, 교수법 워크숍은 교수를 대상으로 효과적인 교수법과 상담 방법,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방안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덧붙여, 강의촬영을 통해 수업을 분석하는 것은 현재 신임교원을 대상으로 하며 앞으로 강의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교수에게도 해당 프로그램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 네 가지 프로그램에 본교 교수는 어느 정도의 참여를 보였을까. 2014년부터 작년까지 교수학습개발 프로그램에 참가한 교수의 수를 조사해봤더니, 교수법 워크숍에는 각각 45명, 57명, 101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교수법 연구회에는 지난 3년간 29, 23, 29명이라는 적은 수의 교수가 참가했으며 수업 분석에도 연평균 12명이 참여하는 등 높지 않은 기록율을 보였다.


  한편, 본지는 교수와 학생 간의 면담 실정도 조사해봤다. 설문 결과, 학우 중 38%가 교수와의 면담에 불만을 표했고 47%가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15%에 그쳤다. 면담에 참여하지 않는 학우 중 46%가 ‘형식적인 질문뿐이라 면담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짐’이라고 응답했고 ‘친하지 않은 교수와의 대면이 부담돼서’라고 답한 학우가 21%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학생은 어떤 교수에게 면담과 강의를 받고 싶어 할까. 지난달 30일에 제1회 대학교수법 및 학습프로그램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과의 친밀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저서 『최고의 교수법』에 의하면 박 교수는 매 학기 첫 교시마다 학생의 이름이 적힌 환영의 메시지를 제자에게 전달한다. 또한, 출석을 확인할 때마다 성을 빼고 부르며 강의가 시작한 후 2주 뒤에는 이름을 모두 암기하는 등 학생과 유대를 쌓기 위해 노력한다. 이 때문에 학생이 꺼리는 과제 많은 수업을 진행함에도 박 교수의 강의는 언제나 인기가 많다.


  즉,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교수는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해주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대학의 교육 환경이 제대로 조성된다면 학생의 수업 참여는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다. 교수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교수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해 더 좋은 수업을 마련하고, 학생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앞으로 자신의 강의를 되돌아보는 교수가 늘어난다면 대학 수업의 내일은 더 밝아질 것이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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