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회의에 참여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바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이뤄진 현행 학제를 초등학교 5년, 중학교 통합 5년, 진로 탐색·직업학교 2년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그는 대대적인 학제 개편을 통해 취업난과 저출산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도 개편이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외형적 제도에 불과하다며 학제 개편을 전면 반대하고 있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무시한 제도일 뿐
최근 국민의당 소속 안철수 국회의원의 학제 개편 정책안이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실 학제 개편은 70여 년 전 교육법이 제정된 이후부터 수없이 논의됐지만, 실질적으로 교육 현장에 적용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학제 개편은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안 의원이 주장한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바꿔, 최종적으로 고등학교의 졸업 시기를 1년 앞당기겠다고 한다. 조기 졸업을 통해 취업을 앞당기고 궁극적으로는 결혼·출산의 연령까지 낮추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무시한 전략일 뿐이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에 의하면 최소 만 5세까지는 부모나 부모에 준하는 사람의 밀착된 보살핌이 필요하다. 즉, 별다른 논의 없이 유아 교육을 축소하고, 어린아이에게는 버거운 학교 교육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옳지 못하다.

또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1년씩 줄이고 중학교 과정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것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야기한다. 중등 기간이 늘어나면 초등학교에서 인성, 정서 등을 발달시킬 수 있는 전인교육 시간이 줄어, 결과적으로는 시험과 성적에 얽매여 학업 공부에 매진하는 시간이 2년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은 필연적으로 다음 학교의 진학을 위해 준비하는 형태라, 늘어난 중학교 과정은 결국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전 단계가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나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사교육 부담만 더 일찍부터 가중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그의 정책안대로라면 수많은 비용을 들여 중학교 시설 증축은 물론, 교육 과정 개편, 중등 교원 확충을 한 번에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학교에서는 갑작스레 늘어난 학생의 수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교육부는 부족한 예산 안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제 개편안은 여러 교육 정책 중 가장 개혁적으로 보이지만,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는 그 어떤 효과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작정 학제를 고치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학제로도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전진하지 않으면 가라앉을 뿐이다
학제 개편은 지난 1998년부터 꾸준히 거론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매번 엄청난 비용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혀 개편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19대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학제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잠깐의 혼란을 겪더라도 학제 개편이 결국은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우선, 학제 개편이 이뤄져야 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현재 우리나라의 학제는 대학 입시에 편중돼 있어 창의 교육의 실현을 저해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곧 국가경쟁력이 될 정도로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지금의 중·고등학교는 학생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에 5-5-2 학제에서 규정하는 진로 탐색·직업학교의 과정이 절실하다. 자신의 진로 계획에 맞게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 경로 모두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개념의 학점 이수제로 운영된다. 이는 필수 학점을 채웠는지의 여부가 중요해, 학생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구축할 수 있다.

실례로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교, 취업 관련 기술을 배우는 학교 등 총 4가지 형태로 중학교를 운영해 학생의 선택에 따라 진학하도록 한다. 이로 인해 학생은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계획을 직접 수립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률과 졸업 후 취업률이 대등해지면서 결과적으로 대졸자와 고졸자가 동등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형성됐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학제 개편이 우선시 돼야 한다. 현재 저출산의 원인은 청년의 늦은 취업과 그에 따른 만혼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학제가 개편되면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지금보다 한 살 빠른 만 17세에 사회로 진출할 수 있다. 청년의 취직 연령이 빨라져 저절로 혼기가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유니세프 조사대상 29개국 중 최고치다. 이러한 불명예는 대대적인 개편이 진행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제는 지난 60년을 지탱해온 현 학제에 윤활유를 부어줘야 할 때다.


김진경 기자 wlsrud68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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