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실용음악 교육은 1988년 서울예술대학에서 처음 시작됐고 그 후 10여 년이 지난 1990년대 후반에 여러 대학에서 실용음악과를 신설하면서 본격화됐다. 대학 실용음악이 기틀을 잡아가기 시작한 2000년 초반의 실기입시장은 기능적으로는 다소 미흡하지만,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다양한 개성을 지닌 입시생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몇 일간에 걸쳐 진행되는 입시로 인해 육체적으로는 고달프고 지치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오늘은 어떤 아이를 만날 수 있을까?’ 라는 기대감과 설렘이 있었다.
2000년 중반 실용음악과의 양적인 팽창과 더불어 입시를 준비하는 학원의 수도 증가했고 이는 실용음악 입시장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실용음악 학원이 활성화되기 이전의 입시생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현재는 많은 학생이 입시를 위한 실기지도를 받고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대다수의 실용음악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입시교육은 음악의 기본적인 토양이 되는 지식과 중요한 가치인 창의성, 심미성의 신장보다는 실기고사에서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 암기식, 주입식으로 진행돼 기능적으로는 숙달되고 세련돼졌지만 독창적인 개성이 배제된 도식적이고 평준화 된 인재 양성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필자는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음악교육마저 주입식 교육에 의해 도식화돼가는 현상과 실용음악 입시장의 현 양상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모 기업의 CEO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하는 기사를 읽었다. “암기식, 주입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제도는 10~20명 단위의 소기업에 맞는 인재를 배출할 수는 있겠으나, 몇백 명을 관리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기는 힘들다.”
머지않아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교육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와 여건들은 무시한 채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교육정책들을 쏟아낼 것이다.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십년지소계라도 되는지가 궁금하다. 솔직히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희망을 품어본다. 건전한 교육관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돼 참되고 내실 있는 교육의 기반이라도 마련되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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