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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화무십일홍’과 배롱나무
2017년 05월 03일 (수) 19:43:27 김상철(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ddpress@dongduk.ac.kr

본교 춘강학술도서관으로 올라가는 초입 왼편에 껍질이 벗겨져 미끈한 몸통을 지닌 독특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가지가 잘 발달하여 우아한 수형을 지니고 있는 이 나무는 배롱나무로 수령이 90년을 헤아리고 수형이 빼어나 성북구의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돼 있다. 배롱나무는 원산이 중국으로 추위에 약하여 강릉 이남 지역에서만 자란다. 대개 붉은색 꽃이 피나 흰 꽃도 있다. 껍질이 벗겨진 줄기의 하얀 부분을 손톱으로 긁으면 나무가 마치 간지럼을 타는 듯 잎이 흔들린다 하여 간지럼 나무라고도 한다. 화초 중에 백일홍이라는 꽃이 있어 서로 구분하기 위해 목 백일홍이라 부르기도 한다. 권력 무상을 빗대어 아무리 아름답게 핀 꽃도 열흘 동안 붉을 수 없다.’ 하여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이 있지만, 배롱나무는 피고 짐을 반복하며 여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화무십일홍은 인부를 백일호(人不百日好)라는 말과 합하여 꽃은 피어도 열흘을 못 가고, 사람은 좋은 날도 백일을 넘기지 못한다.’라는 말로 사랑이나 권력 모두 한때라는 의미로 쓰인다.

배롱나무는 선비들이 즐겨 심어 정원을 가득 채워 만당화(滿堂花)라고도 하며, 전통 있는 가문의 서원이나 정원, 사찰 등에 심어졌다. 양귀비와의 로맨스로 유명한 당나라 현종은 이 꽃을 좋아하여 자미화(紫微花)라고 불렀다. 당나라 때 왕의 정치를 맡아보는 관청을 한림원과 중서성을 자미성(紫薇省)이라 했다. 이는 이곳에서 배롱나무의 꽃처럼 무수히 많은 관직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자미는 북두성 중 하나로 북쪽에 자리하며 옥황상제가 있는 곳이다.

먹을 것이 없어 곤궁했던 시절 사람들은 하얗게 꽃이 피는 이팝나무를 보며 돌아올 추수철의 흰쌀밥을 꿈꿨다. 그러나 백일홍의 꽃이 더디 짐을 한탄하며 저 꽃이 빨리 세 번 피고 져야 쌀밥을 먹을 수 있네라고 노래했다. 부산 양정동의 배롱나무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으며,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 전남 담양 명옥헌 등의 배롱나무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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