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1 목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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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통폐합 갈등, 소통으로 풀자
2017년 05월 10일 (수) 13:41:51 이지은 기자, 김규희 기자 ddpress@dongduk.ac.kr
   

  지난 1일, 본교 학우는 학교 측의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며 본관에서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학과제가 아닌 학부제로 전환하면서 유사하지 않은 전공끼리 묶는다고 비난했으며, 이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학과의 명칭이 바뀌면서 현재의 커리큘럼에서 벗어난 교육과정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게다가, 학교 측의 행보도 문제였다. 본교는 학생의 의견을 듣지 않고 학사구조 개편안을 구성해 많은 학우를 더욱 분노케 하였다. 이에 지난달 28일, 학사구조 개편 총장 간담회가 끝난 뒤 일부 학우들이 논의한 끝에 점거농성을 결정했다. 이후 학생과의 상의 없는 학사구조 개편을 반대하며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학사 협의체’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불통’의 과정은 비단 우리 학교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인해 여러 대학이 현재 비상 상태인데, 특히 대학의 특성화 항목이 취약하다고 판단한 학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불안에 떨면서 급하게 만든 학사구조가 제대로 구성됐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많은 학교가 교육부 평가가 가까워졌을 때 학사구조를 조정해나갔는데, 이때 공통점이 없는 학과끼리 한 학부로 묶거나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전적인 학과들을 없애는 방식을 취했다. 반면에 이러한 방식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조치를 실행해 모든 학내 구성원의 찬사를 받은 학교가 있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우리 학교 외에 다른 대학의 학과통폐합 사례를 살펴보면서 대학가가 어떻게 이를 시행했고, 학생들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우선, 현재 대학구조개혁평가로 온 대학가가 떠들썩하다 보니, 대학가 학과통폐합의 주된 원인이 본 평가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진행되기 이전에도 학과통폐합은 여러 이유로 시행됐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조사한 ‘2015 전국 대학 학과통폐합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6년간 진행된 학과통폐합 건수는 총 1,320건이었다. 그중에서도 지방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1,320건 중 78%가 비수도권에서 일어났으며 2014년에서 2015년으로 가는 사이에는 3배 이상 학과통폐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취업률이 낮은 학과, 정원이 미달하는 학과는 통폐합이 되는 주요 대상이었다. 이에 이론 중심의 학습이 이뤄지는 문사철(문학·역사·철학) 학과는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 비인기 언어학과가 서로 합쳐지거나 철학과가 없어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 것이다. 실제로, 앞서 말한 조사에서 인문사회계열 전공이 전국 일반대학에서 단순히 폐과된 학과 중 50%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한남대학교에서 독일어문학과와 철학과가 폐지됐는데, 이 두 학과를 폐지한 이유는 각 학과에 할당됐던 인원을 모아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기 위함이었다. 학과통폐합을 위해 굳이 두 학과가 선택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취업률과 충원율, 신입생 등록률, 중도탈락률 이 4가지에서 타 학과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한남대학교 외에 배재대학교, 목원대학교, 건양대학교 등에서도 각종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이유로 인문학과의 폐지가 이뤄졌다.


  이뿐만 아니라, 순수예술에도 어김없이 이 같은 결과론적 관점에서의 통폐합이 진행됐다. 지난달, 인하대학교는 조형예술학과와 시각정보디자인학과를 통합함으로써, 순수예술과 산업미술을 합치려고 했다. 또한, 청주대학교는 취업률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회화과를 없애려고 하기도 했다. 이에 학생들은 학교 측에 ‘피카소가 취업했냐’라는 문구를 내밀며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면 각 학교가 이렇게 앞서 말한 지표에 목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학교의 재정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학교 운영비의 절반을 훨씬 넘는 재원이 되기에, 학교는 학생이 충원되고 중도 탈락하지 않는 과를 선호하게 된다. 또한, 수험생에게 인기가 많은 취직이 잘 되는 학과도 결과적으로 많은 학생을 모으기 때문에 학교의 재정에 도움이 된다. 또한, 교육부가 진행하는 여러 평가 혹은 사업에서 취업률 지표 자체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학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거나 국고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라도 눈에 보이는 학과의 지표 결과가 학교 측에게는 절실하다.


  하지만 학문을 배우러 대학에 온 학생들에게는 어떠한 이유라도 통폐합은 결코 정당화될 수가 없다. 학교를 향한 반발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존재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대학이 취업만을 위해 운영되는 곳이 아니므로 순수 학문을 배울 수 있는 과가 없어진다면 결국, 대학의 본질이 무의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취업률이 낮아지는 것은 학과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실업난이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어쩔 수 없이 변화해야만 한다면, 학생들도 무조건 반대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비난하는 부분의 핵심은 소통하지 않는 학교 측의 행태다. 많은 대학에서 학교의 주인인 학생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는다. 학과통폐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은 학생들인데도, 외부에서 들려오는 의견에 주의를 기울이느라 소통하지 않는 것이다. 공청회같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 역시 거의 성사되지 않고, 이뤄지더라도 실질적으로 변하는 게 없어 학생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 학생들은 행동에 나선다. 학교와의 갈등에서 학생들이 취하는 행동에는 요청서 전달, 1인 시위 등의 어렵지 않은 작은 대응부터 수업 거부, 점거농성 등의 집단행동까지 존재한다. 재작년 큰 화제가 됐던 건국대학교 학사구조 개편 사례를 살펴보면, 영상학과와 영화학과가 통합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건국대 영화학과에 재학 중인 연예인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건국대학교 영화과를 살려주세요’라는 문구를 적어 올렸는데, 언론에서 이것을 주목하면서 많은 사람이 이를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부터는 이런 방식으로 학과의 통폐합을 공론화시키려 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는데, 이는 작은 행동으로도 학교에 큰 압박을 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좀 더 적극적인 학생들의 시위 사례로, 제주교육대학교와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을 통폐합하려는 교육부 내부방침에 반발해 제주교대 학생들이 약 5주가 넘도록 수업 거부를 실시한 일이 있었다. 이때 학생들은 법정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한 것은 물론, 기말고사도 치르지 못해 전원 유급 위기를 맞기도 했다.


  더욱 극단적인 방법으로 행동한 경우도 있었다. 미술학과가 뷰티학과로 통합되는 데 반대하는 서원대학교 미술학과 학생들이 총장실에 모여 대형 확성기를 1시간 30분가량 틀어놓고 농성을 벌인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 학교 내에 중간고사가 진행되고 있어 일부 학생이 불편을 겪었고 주민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심지어, 2004년 가야대학교의 한 연극영화과 학생은 컴퓨터학과와 통합을 끌어내려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태도에 항의하기 위해 분신 기도를 벌여 학생과 교직원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 학생은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했으나, 다행히도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곧바로 옷을 벗기고 불을 꺼 큰 화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여러 가지 대응을 하면서 학생들이 학교 측의 강한 개편추진에도 굴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사례도 존재한다. 예컨대, 경남대학교의 학생들은 계속해서 학교 측에 강하게 반발해 독일, 러시아, 프랑스어과 3개 학과를 폐지하는 것을 막았다. 그들은 대학 측의 학부 축소 방침에 맞서 10여 일간 농성과 수업 거부를 하면서 백지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렇게 성공한 학교도 있지만, 학교와 타협을 보거나 학교의 일방적인 행동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학과통폐합이 시행될 수밖에 없었던 학교도 있다. 잘 알려진 사례로, 2014년 중앙대학교는 아동복지학과 등이 속한 사회복지학부와 아시아문화학부 등 총 4개의 학부가 사라졌다. 교수와 학생의 강한 반발에도 학교 측이 자본주의 논리를 언급하며 학과통폐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런 식으로 학과통폐합이 이뤄지는 학교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이처럼 학과통폐합을 대응하는 학생들의 방안은 천차만별이었고, 이에 반응하는 학교 측의 태도도 다 달랐다. 현재 본관 점거를 하고 있는 동덕여대 학우들은 어떤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본지의 기사 마감일인 5월 4일 현재 최종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지만, 점거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과 의지를 학교 측에 전달하면서 얘기가 오가고 서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과 ‘행동’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본교 학생들이 몇 년간 이뤄지지 않던 총장과의 간담회도 4시간 반의 학교 부서와의 대치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그러므로 본교 학생들이 본관 점거의 행동을 벌이는 이 시간도, 곧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가의 슬픈 현실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과 학교 측이 학사구조 개편을 두고 불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소통해야만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소통은 겉치레가 아니다. 진정한 소통은 대학의 발전을 위해 서로 평등한 위치에서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학사구조 개편을 하기보다는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방안을 만들어나가야 하며, 학생도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보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즉, 학생과 학교 측의 이해와 공동의 노력이 있으면 소통이 가능하고 결국, 학교와 학생을 위한 최적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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