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이경전 교수


  지난해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그 파급력이 우리나라에도 이어졌다. 이후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앞다투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 국민적인 이해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이경전 교수를 만났다.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인가
  4차 산업혁명을 간단히 말하면, 인공지능의 발달로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인공지능 혁명’이다. 이세돌과의 대결에 임했던 알파고가 가장 잘 알려진 인공지능 기계인데, 알파고는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바둑의 수가 무엇인지를 판단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환경에 맞춰 합리적으로 판단, 행동하는 기계라고 볼 수 있다. 바둑의 수를 결정하는 것부터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 분야에까지 동원돼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낸다.
  흔히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생각하는 것이 가능해 인간을 지배할 위험이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인공지능은 합리적인 판단으로 인간을 도와주는 기계에 불과하다. 실제로, 게임 등 일정한 규칙이 정해져 있는 분야에 적용된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똑똑할 수는 있지만, 생활에 쓰이는 인공지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설치돼 온도나 교통량을 조절해 인간을 돕는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결국, 이러한 인공지능의 기능을 통해 인간이 좀 더 편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산업혁명과 대비되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무엇인가
  각 산업혁명 간의 특징은 운전을 예로 들어 설명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 2차 산업혁명 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차를 몰았다. 이후 3차 산업혁명이 오자 사람들은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이용해 더 효율적으로 차를 운행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 때 운전 방식은 어떻게 나타날까.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사람의 어떠한 개입 없이도 기계가 직접 운전하는 광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정보를 가진 기계가 인간의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3차 산업혁명이 정보(Information)시대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포랙션(Inforaction)시대인 것이다. 이 밖에 수술을 직접 진행하는 기계 또한 인포랙션 시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상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래하는 세상을 ‘스마트 커넥티드 월드(Smart Connected World)’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는 사물과 사람, 인터넷이 서로 연결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으로 집 안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거나 스마트 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매장에 가더라도 직원의 부담스러운 안내를 받기보다 인공지능을 통해 정보를 얻거나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수도 있다. 이처럼 사물에 인터넷을 결합한 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이 쓰이는 일이 생활 곳곳에 나타날 거라 예측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4차 산업혁명 이후 어떻게 변하나
  현재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가 운영되는 방식이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제조업의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낸다. 스피드 팩토리는 인공지능과 3D 프린팅 기술로 맞춤형 신발을 생산한다. 인공지능은 사람이 찾기 어려운 결함을 발견하는 역할로 쓰이며 3D 프린팅 기술은 소비자가 원하는 치수와 디자인을 실제 모형으로 구현하는 데 특화된 기술이다. 본래 인건비가 적게 드는 중국이나 베트남에 공장이 세워졌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력이 필요 없게 돼 미국이나 독일 등으로 옮겨졌다. 이로써 맞춤형 생산의 수요자가 많은 지역에 공장이 신설하면서 빠른 기간 내에 상품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서비스업의 변화는 ‘아마존고’ 매장을 통해 설명 가능하다. 여기서 인공지능은 카메라 센서를 통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어떤 물건을 집는지를 판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본 매장에는 계산원이 없으며 소비자가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찍고 가게에 들어가면, 별도의 계산 과정 없이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 필요한 주요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나
  요즘 가장 각광받는 인공지능 기술은 기계학습방법론이다. 과거에는 인간이 기계를 만들기 위한 지식을 모두 얻은 후, 그것을 바탕으로 기계를 개발했다. 하지만 학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좋은 기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을 모두 얻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계학습방법론이 만들어졌다. 기계학습방법론은 기계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인간이 얻을 수 없는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하도록 구현한 기술이다. 기계학습방법론에는 딥 러닝(Deep Learning), 강화학습, 진화학습 등 여러 기술이 있다. 그중에서도 딥 러닝은 기계가 각 정보의 특성을 찾고 이를 분류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 인공지능 개발에 핵심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인공지능 때문에 발생할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기존의 기계와 달리 인공지능은 스스로 배우지만, 그 과정에서 관련 지식을 덜 습득하거나 잘못 배울 위험이 있다. 마치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결 중 4국에서 실수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실수가 인명 피해를 발생시킬 만큼의 심각한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인한 교통사고가 그 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소유한 개인 또는 개발 회사에 그 책임을 묻는 규제가 동반돼야 한다. 또한, 다른 물품보다 더 엄격한 점검을 거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만들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4차 산업혁명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나
  미래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걱정과 우려보다는 변화하는 기술을 직접 경험하면서 손에 익히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물 인터넷도 이용해보고, 주변의 인공지능이 어떻게 쓰이는지 찾아보면서 4차 산업혁명의 많은 도구를 스스로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물질적인 변화를 느끼다 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한다는 편견이 사라질 것이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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