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학생회관 입구와 율동기념관 앞에는 연두색 몸통을 지닌 큰 나무 두 그루가 있다. 바로 벽오동나무로 봄이면 보라색 꽃이 피고 여름이면 큰 잎으로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옛말에 남자아이를 낳으면 소나무를 심고, 여자아이를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 했다. 남아선호가 유별났던 옛날에 남자아이는 나라의 기둥이 될 재목이 되라는 의미로 소나무를 심고, 여자아이는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거나 가야금을 만들어 혼수로 보내기 위해 오동나무를 심은 것이다. 벽오동과 오동은 유사하지만, 몸통의 색이 다를 뿐 아니라 전혀 다른 품종이다. 벽오동은 주로 글 읽는 선비들의 정원에 심었다. 이는 봉황이라는 전설의 새가 벽오동나무에만 깃든다는 속설 때문이다. 봉황은 상서로운 새로 선비에게는 자신을 알아줄 현명한 임금을 상징한다. 묵묵히 정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을 알아줄 이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다짐의 상징인 것이다.

봉황은 신령스러운 새이기에 여러 가지를 가린다. 오로지 벽오동나무에만 앉고 60년에 한 번 열린다는 대나무의 열매만을 먹으며, 목이 마르면 예천이라는 약수만을 마실 뿐이다. 먹을 것과 먹어서는 안 될 것을 엄격히 구분하고 자신이 깃들 곳을 까다롭게 고르는 봉황은 염치를 상징한다. 염치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고, 만약 옳지 않은 일을 했을 때 그것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선비들은 옳지 않은 욕심이 생기거나 뜻을 거스르는 말이나 상황에 부닥쳤을 때마다 뜰 앞의 벽오동 나무를 씻는 ‘세동(洗桐)’의식을 통해 마음을 다잡았다. 어지러운 세상에 새삼 벽오동의 의미를 되새겨볼 일이다.

김상철(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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