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부터 학우들은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에 이뤄진 전체 학생 공청회를 마지막으로 학교 측은 1학기 중간고사가 시작될 때까지 학사구조 개편에 관한 어떠한 상황도 공유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4월 25일, 본교는 약 4개월 만에 총학생회(이하 총학)를 비롯한 각 단과대 대표자를 불러, 수정된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후, 이틀 뒤인 4월 27일에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가 열렸고, 같은 달 28일에는 김낙훈 총장이 참석한 공청회가 이뤄졌다. 당일 두 공청회에 참가한 수많은 학우들은 소통 없이 만들어진 개편안을 비판했으며 학사구조 개편의 전면철회도 요청했다.

이렇게 4일간 총 세 차례의 설명회 및 공청회가 있었지만, 학생들은 수정된 개편안을 향해 반대 의사를 계속해서 강력히 표명했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끝내 학우들이 요구하는 개편안의 수정이나 철회를 약속하지 못했고, 결국 분노한 학생들은 이달 1일 오전 5시경 본교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본지의 마감일인 5월 4일 자까지도 농성을 계속했다.

학사구조 개편 수정안 4개월 만에 공개돼

지난달 25일에 진행된 학생대표 중심의 설명회에서는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이하 PwC)’의 담당자가 나와 개편안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PwC는 여러 대학의 학사구조를 조정해온 컨설팅 기업으로, 학교 측은 이번 개편안을 수정할 때 그들의 제안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PwC가 본교를 위해 하는 일은 학생 이력관리시스템 구축, 학사제도 개편,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대비 등 7가지가 있다.

이날 공개된 개편안은 지난해 12월에 보여준 수정안과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편인데, 실제로 지난 수정안에서도 8개의 단과대학 아래에 10개 이상의 학부제가 존재하는 구조였다. 이에 총학 측은 학교가 학생들의 반대에도 학부제라는 틀을 계속해서 고집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대략 150명의 정원을 뽑는 ‘융복합특화대학’이 지난 개편안 때와 이름만 조금 달라졌을 뿐,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발전기획팀 김근호 팀장에 따르면, 융복합특화대학은 현 35개의 학과 중에서 가장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전공들을 꼽아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개편안에서 일부 학과의 명칭이 바뀌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지금의 국어국문학과와 국사학과가 각각 한국학부의 한국어교육전공과 한국문화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변했는데, 참가한 대표자들은 달라진 명칭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교육과정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PwC 담당자는 “명칭은 다르지만 현재 국어국문학과와 국사학과에서 배우는 것을 똑같이 공부할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추가로 배울 과목이 생길 수 있다. 즉, 기존학과에서 무언가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생기는 개념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더 배우게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주지 않았다.

게다가, PwC 측은 이달 10일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 △모집단위 △학부 및 전공의 명칭 △각 학부의 정원 등을 먼저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학사구조의 틀만 우선 만들었고, 이후 각 학부의 세부적인 교과 과목이나 커리큘럼에 대해서는 8월까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학생 측이 “학생과 소통할 시간은 지난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약 4개월간 충분히 있었다. 개편안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어떻게 학생들을 설득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PwC 담당자는 “우리 회사는 어제부터 이 일에 투입됐고 4개월 전에는 우리와 계약하지 않았다”라며 대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지난 설명회 및 공청회에서 설명을 맡았던 인문대 영어과 권영국 교수는 기획처장이라는 보직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사회과학대 경영학과 김우영 교수가 새로운 기획처장으로 취임했다.

공청회에 김낙훈 총장 참석해

임원 단위의 설명회가 열린 날로부터 이틀 뒤, 곧바로 전체 학생 대상의 올해 첫 공청회가 이어졌다. 이 공청회에서도 설명은 PwC 담당자가 맡았다. 그는 우선 학생들에게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이하 구조개혁평가)에서 본교가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하면 엄청난 정원감축이 이뤄지리란 점과 더불어, 서울권 경쟁대학과 비교했을 때 본교의 위치가 얼마나 낮은가에 대해 얘기했다.

PwC 측의 정량지표 비교·분석 결과에 따르면, 본교는 전국 180개 대학 중 155위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권 65개 대학 중에서는 58위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시간강사 보수수준 △전임교원확보율 △교사확보율 △교육비환원율 △신입생충원율 △장학금지급률 등의 지표에서는 매우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 측은 최근 구조개혁평가의 정량지표와 정성지표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본교의 적립금에서 최소 55억 원 이상을 투자 금액으로 쓰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조개혁평가지표 중에서도 △계획의 수립추진성과(5점) △정원 조정의 연계성(3점) △교육과정 강의 개선(10점)은 적립금을 쓴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총 75점 만점 중 18점에 해당하는 중요한 정성지표인데, 이는 대학이 스스로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특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와 교육과정 및 강의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본교는 이 부분에서 나쁜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학교가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학사구조 개편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우들은 현재 우리 대학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나, 학과 특성에 대한 이해와 소통 없이 만들어진 개편안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단호히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됐지만, 학교와 학생 사이에는 어떠한 결론도 도출되지 못했다. 이에 총학생회는 1차 공청회가 마무리되기 전, 학교 측에 김낙훈 총장과의 2차 공청회를 요구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학생들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철회 혹은 수정을 할 계획이 있는 것인지 확실히 답변할 수 있는 이가 김 총장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교 각 부서의 처장단은 그 자리에서 잠시간의 회의 끝에 김 총장과의 면담 시간을 만들겠다고 확답했다. 대신, 2차 공청회 때는 발언권을 각 학과의 대표단까지만 갖고, 일반 학생들은 방청만 하는 것으로 조건을 내걸었다. 또한, 외부로의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당일 공청회에 전자기기는 반입할 수 없었고 입장하기 위해서는 학생증을 필수로 지참해야 했다.

김 총장은 다음날 28일에 열린 2차 공청회에 참석했고, 임원 단위 학생들과 4시간 30분 동안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총장과의 공청회에서도 학생들은 뚜렷한 결론을 얻어갈 수 없었다. 발언권이 있는 학과 대표자들이 학부제로 통합하게 되면 각 학과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짚었으나, 김 총장은 오히려 학부제로 통합되면 취업의 원활화, 교육과정 개선 등의 장점이 있다며 학생들과 반대되는 대답을 내놨다. 결국,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한채 공청회가 끝나갈 무렵, 학우들은 총장과 처장단을 향해 학생들의 의견에 따라 개편안을 수정하라고 다시금 요구해야 했다. 이날 학생 측의 구체적인 조건은 당일 이후로 개편안을 다시 한번 수정할 때, 공청회에서 나왔던 각 단대와 학과별 의견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표기하라는 것과 그 수정안을 보고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평의원회를 늦춰달라는 것이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학우들의 요구안에 대해 전자는 수용하겠으나, 후자는 5월 초에 연휴가 많은 관계로 당장 확답을 줄 수가 없다고 답했다.

본관 곳곳에 ‘본관 점거 중’, ‘학과통폐합 철회하라’는 내용의 구호가 부착돼 있다

학사구조 개편 철회를 위한 본관 점거 농성 시작돼

지난 1일 오전 5시경, ‘동덕여대 본관점거위원회(이하 본점위)’를 중심으로 학우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시작됐다. 이는 전날 학생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개편안을 수정하겠다는 학교 측의 답변을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여러 학생의 의견이 모여 진행된 결과다. 이에 이희준 총학생회 회장은 “현재 수정안에 얼마나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학생 위원이 학교 측 위원과 동률로 참석하지 못하는 평의원회를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학생의 의견을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처사다”라며 재차 학생 위원의 동률 참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는 평의원회 참가 인원은 급작스럽게 조정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일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학생들은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에 대항하고자 최후의 선택으로 본관을 점거하는 데 뜻을 모았다.

점거 당일 본점위는 학사구조 개편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본관을 점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피력했다. 또한, △현 학사구조 개편안과 평의원회 중단 △학사협의체 신설을 요구했다. 농성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물품은 본점위에서 만든 후원 계좌로 필요한 비용을 받거나 각 개인과 학과에서 들어오는 지원으로 채워졌다. 이 밖에 학생들은 검색 사이트 순위에 학교 이름을 올리기 위해 협력하거나 각 언론사에 본관 점거 사실을 제보하는 등 사안을 공론화시키는 데 힘썼다.

다음날 2일 새벽, 학교 측은 총학과의 회의를 통해 학사구조 개편 최종안을 공개했다. 이전에 발표된 개편안과 최종안의 차이는 간담회 당시 학과 명칭과 무분별한 학과 통합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던 인문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그리고 트랙 A, B, C, D로 명시돼 세부 커리큘럼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경영경제학부가 해당 트랙의 가칭을 공개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장 큰 요구사항으로 제시됐던 학부제 철회를 담아내지 못해 학생들의 울분을 샀다. 학부제 부활은 기존의 학과 커리큘럼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방안인데도 그저 교과 과정은 8월까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학교 측의 태도가 이전까지 보였던 불통의 모습과 겹쳐져 신뢰하기 힘들다는 견해였다.  

학우들, 학사구조 개편 철회 재차 요구해

한편, 본교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 최종안에 대한 반대표가 많을 시에는 학사구조 개편을 모두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새롭게 밝혔다. 그리고 만약 의견 수렴을 거쳐 본 최종안이 통과될 시, 평의원회를 비롯한 4개의 위원회를 거친 후에야 대교협에 서류 제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6일까지는 설문이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평의원회는 잠정적으로 주말로 미뤄지게 됐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에 총학 측으로 보내진 학교 본부의 설문지 양식은 현 상황의 책임을 학생에게 떠넘기는 강제적인 설문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반대표기 하단에 제시된 일련의 설명에 대해 한 학우는 “학사구조 개편안을 구성할 때 학생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것은 분명 학교의 잘못이다. 그런데 개편에 반대할 시 얻게 되는 피해를 본 설문에 명시한 것은 매우 위압적으로 느껴진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학교는 같은 날 저녁,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춘경 학생처장은 “학생들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 모두 동의하며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 더불어 총학에서 제시한 새로운 설문 양식을 모두 수용하겠다”라고 말했다. 본 회의에서는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 학생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논의가 주요 골자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중운위는 학사협의체를 신설하고 이를 학칙에 명시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본교는 학칙을 개정하는 사안은 본 자리에서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하며 5월 내에 학사실무협의체 구성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 외에도 새롭게 편성될 교과과정 개편 작업은 학생의 의견 수렴이 필수적으로 이행돼야 하며 이를 근거로 교과과정의 적절성을 피드백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얘기가 오갔다. 이에 학교는 학사구조 개편안이 학생의 찬성으로 통과된다면, 교과과정 개편을 완료한 후 학과별 대표를 통해 의견이 반영됐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3일에 진행된 중앙운영위원회와 과학생회의 회의를 통해 결과적으로 나온 총학의 입장은 설문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미 지난 3월 진행된 비상학생총회부터 수업거부와 본관 점거까지, 모두 학우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학사구조 개편의 철회를 요구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이에 총학은 처장단 회의를 통해 학교는 학사실무협의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칙에 나오는 학사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견고히 했다.

본지의 마감 날에도 지난해 12월부터 불통으로 점철된 학사구조 개편을 진행한 학교 당국을 규탄하는 학우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글·사진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