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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산업을 뒤흔드는 검은 손
2017년 05월 10일 (수) 15:45:22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스크린 독점 탓에 흥행에 실패했다

“뚜껑이 열려야 알 수 있다.” 영화계에서 흥행을 점칠 때마다 늘 나오던 이 말도 이제는 옛말이 돼버렸다. 이미 업계에서는 영화의 스토리와 주연 배우, 감독 등의 기본 정보가 아닌 상영관 수나 상영 횟수와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화의 흥행 여부가 판가름되고 있다. 이를 더 쉽게 말하자면 바로 ‘스크린 독과점’이다. 이미 영화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관객 사이에서도 수차례 갑론을박이 진행된 것은 비단 최근 일이 아니다. 우선 많은 관객이 선택한 영화에 그만큼의 상영관을 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며 사업의 이윤을 위해 필요한 절차라는 입장이 있다. 반면에, 상영관 몰아주기에 대해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며 영화의 다양성을 저해시킨다는 입장 또한 건재하다.

맥스무비 영화연구소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한 이 중 95.7%가 실생활에서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현 상황은 관객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지장을 준다는 답변이 전체의 86.4%에 달했다. 이를 통해 대중은 스크린 독과점에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처럼 독과점 형태가 관객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 상황이지만, 아직 뚜렷한 개선 방안이 도출되지 않아 사실상 이 같은 행태가 계속 방치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영화 산업의 상영 단계는 롯데쇼핑, CJ CGV, 메가박스 등 3대 기업이 스크린의 92.2%를 점유한 상태다. 영화 표 가격이 각 영화관에서 일제히 오르는 현상도 이러한 독과점 현상과 연결된 지점이다. 이미 중소 영화제작자들은 이런 틀이 건재함으로써 영화표 구입 강제, 영사기 제공 강요 등 불공정행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 구조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제기해왔다. 여기에 기업이 투자, 배급, 상영의 3단계를 수직적으로 장악하는 수직 계열화로 인한 폐해도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된 피해 외에도 과도한 마케팅 기획비와 배급 진행비 등을 짊어지게 되는 중소 영화제작자는 막대한 수수료를 감당해낼 재간이 없다.

실례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제작·배급한 삼거리픽쳐스의 엄용훈 대표는 스크린 독식을 비판하며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의 대표직을 사임한 바 있다. 개봉 당시에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던 본 영화가 매우 적은 양의 상영관을 배정받아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었다. 엄 대표는 개봉 첫 주부터 정상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의 개봉관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극장 측은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을 근거로 관을 축소한 배경을 설명했지만, 그는 “자사계열 배급 영화는 예매 오픈 시기를 대부분 2주 전에 열어준 데 비해, 중소배급사 영화는 개봉일 1주일 이내로 급박하게 열어줬다”라며 항변했다. 덧붙여, “조조 및 심야 시간대 중심으로 상영관을 배정하면 당연히 좌석점유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한국 영화가 가진 수직 계열화 문제를 강력히 지적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문화 산업은 흥행 결과에 따라 콘텐츠의 존립이 좌지우지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자본주의 논리에 흔들리는 것은 영화 산업도 별반 다를 바가 없어, 스크린 독과점과 수직 계열화는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 영화와 관련 종사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다. 게다가 스크린 독과점과 수직 계열화가 야기한 편파적인 흥행몰이 현상으로 인해 한국 영화 투자 수익률은 2015년 -7.2%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결국 ‘빈익빈 부익부’의 양상을 보이는 산업 구조가 한국의 전체 영화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음을 대변하는 결과다. 즉, 일부 기업의 독식 체계가 배를 불리게 하는 건 한국 영화 산업이 아닌 자신들뿐이라는 얘기다.

이를 해결해줄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뿐이다. 두 개정안은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 규제’와 ‘동일 영화에 대한 상영 쿼터 제한’을 핵심으로 구성돼 본 체제를 뒤엎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하지만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영화는 우리가 ‘문화’를 체험하고 되새기는 주요한 매개체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영화 시장을 멋대로 주무르는 일부 기업의 행태는 곧 대중의 문화 기반을 뒤흔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의 자본 논리에 대항해 다양한 문화를 체감할 권리를 되찾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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