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터널>은 과거에서 현재로 30년이라는 기간을 타임리프 하는 스릴러 장르물로, ‘시간의 터널’이라는 문학적 수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시청자는 이러한 설정을 통해 30년 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현재에 다시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그로 인해 과거의 고통이 현재까지 지속되면서 여전히 힘겹게 살아가는 피해자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 흐름이 우리네 현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고민한 사람이라면 비교적 최근에 겪은 가슴 아픈 사건이 떠올랐을 것이다. 바로 세월호 참사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아이들에 대해 그 가족들은 여전히 그들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심지어 망자의 육체라도 돌아오기를 바라는 그들에게는 사라진 아이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집을 나간 이가 돌아올 때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게 가족 아닌가. 지난달, 그토록 쉽지 않다며 격론이 벌어졌던 세월호 부양이 의외로 선선이 이뤄졌지만, 지난 세월호 3주기에도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를 가슴에 묻은 가족이 있다. 이들에게 3년이란 세월은 <터널> 속 터널의 이편에서 저편으로 지나간 듯 그 길이가 실감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외에도 본 드라마는 30년 전에 마무리됐어야 할 사건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자식들까지도 평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는 청춘에게 막막하기만 한 지금의 현실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가를 시사해주는 부분이다. 90년대 IMF는 서서히 커져 오던 거품이 일거에 터지게 되면서 생긴 경기 침체로 그 후 세상에 나온 청춘은 어른들의 무거운 짐을 떠안아야 했다. 그러나 드디어 올해 아버지 세대에서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던 과거형 권력이 국민이 든 촛불 앞에 무참히 무너졌다. 대통령을 파면시킨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은 오랜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우리는 이러한 터널의 끝에서 현재의 고통이 이미 과거부터 쌓인 어떤 것이 결국 터져버린 결과라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실제로 역사를 역행한 사건이 벌어질 때 한 세대가 지난 후에야 그 파장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어른이라면 그들이 행하고 누렸던 행위가 오늘날 청년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반면에 지금의 청춘들은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가고 싶다면 잘못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강변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까지 그 고통이 이어지는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