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 전달 필수…“판단은 대중에게 맡겨야”

“고발 프로그램 하나가 수백 명의 점주를 길거리로 나앉게 했다. 왜 미디어는 사실을 왜곡해 영세업자만 죽이려 하는가?” 지난 3월 12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고발 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에서 대왕카스테라 제조에 관한 보도를 과장되게 방영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해당 방송은 대왕카스테라에 엄청난 양의 식용유가 들어간다고 지적했고, 업체가 전날 팔다 남은 카스테라에 크림을 넣어 마치 새 제품처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의 여파로 카스테라를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대왕카스테라 가게 앞은 이제 한산해졌다. 급기야 이번 사태로 적자가 이어져 문을 닫는 업체도 잇따르고 있다. 매월 수백 개의 대왕카스테라 매장이 신설됐지만, 이제는 신규 가맹점 확보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왕카스테라 가맹점주는 프로그램이 지적한 방대한 양의 식용유는 카스테라 한 개가 아니라 10인분가량의 한 판을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먹거리 X파일>이 일부 매장의 문제를 전체의 잘못처럼 과장되게 이슈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먹거리 X파일> 측은 후속편을 제작해 논란에 대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해당 영상에서도 잘못된 보도에 대한 언급이 없어 또다시 시청자의 입방아에 올랐다.

피해 점주는 이러한 <먹거리 X파일>의 행태에 혀를 내둘렀고 방송 폐지 운동에 들어갔다. 일부 점장은 자신의 매장에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포스터를 붙였고, 몇몇은 포털사이트에 ‘<먹거리 X파일>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서 힘없는 자영업자만 망하게 하는 책임감 제로인 방송은 사회악이다”라며 프로그램 폐지에 대한 목소리를 키웠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에게 대왕카스테라가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이라는 인식이 각인됐다. 점주들은 “우리가 부정한 행동을 하지 않고 열심히 장사했는데, 나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다는 게 억울하다”라고 하소연하며 방송에서 진정한 사과를 통해 영세업자가 흘린 눈물과 억울한 누명을 벗겨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소비자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몇몇 시청자는 방송에서 업계 전체가 못 먹는 재료로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비쳐 논란이 됐다고 비판했고, <먹거리 X파일>이 문제가 된 가게를 어떤 곳인지 공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대왕카스테라 논란은 시청자가 고발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사실 고발 프로그램은 양날의 검과 같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이슈를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번 사태처럼 억울한 피해자를 발생하는 부정적인 점도 갖는다. 때문에 고발 프로그램 제작자에게는 객관적인 증거와 검증이 요구된다. 또한, 제작진은 과장되거나 자극적으로 편집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즉, 과장된 해석의 마녀사냥식 보도가 아니라,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소비자가 직접 사안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먹거리 X파일> 측도 최근 불거진 문제를 인식한 듯, 6월부터 새로운 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기존 방송 포맷이 ‘소비자가 잘 모르고 있던 먹거리에 대한 숨겨진 진실과 이면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앞으로는 ‘건강한 식재료를 정직하게 생산하는 이들을 찾아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최근, 길을 지나다가 매출 하락으로 가게 문을 닫게 된 서울의 한 대왕카스테라 점주가 자신의 가게 입구에 붙인 눈물 어린 종이 한 장의 하소연이 기억에 크게 남는다. “제가 운영하는 가게는 방송에 나온 일부 매장처럼 유화제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식용유를 많이 사용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방송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판단은 대중에게 맡겨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억울한 피해자를 지켜줘야 하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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