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한 그때, 쏟아지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짐을 한가득 짊어진 장애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짐을 두 손 가득 들고도 어깨와 목까지 둘러맨 그의 모습은 비틀거리고 아슬아슬하게 걸음을 내디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얼핏 보았을 때는 ‘몸이 불편하신 분이 많은 짐을 들고 가시나?’라는 생각이 들어 도움을 드리려 했다. 하지만 이내 ‘장애인 지하철 택배’로 일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무엇에 맞은 듯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 장애인에게 택배 일을 시킨 사람이 비인간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저분 스스로가 선택한 일인데 내가 지나치게 감상에 젖어 연민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번져나갔다. 순간 무언가 울컥하면서 눈물이 차올랐다. 도와드리고 싶은데 아무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 내게 화가 나는 감정도 한껏 뒤섞였다.
 

  앞서 언급한 ‘장애인 지하철 택배’란 장애인이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택배를 운송하는 것을 말한다.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별도의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어 지하철 택배 회사는 주로 장애인을 채용한다. 이는 장애인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고무적인 현상 같아 보여도 사실 그렇지 않다. 지하철 택배 사업과 관련된 법 제도의 확립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일당의 30%를 요구하고 4대 보험 대상에서 제외해도, 그들을 보호해줄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하철 택배 근로자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당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일하는 도중 상해를 입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이는 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공정한 대우가 필요하며 그들의 존엄성이 지켜져야 한다. 이로써 사회적 약자가 피해받는 일이 근절될 수 있다. 우리는 장애인을 향한 존중과 예의를 갖추며 그들과 ‘같이’,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그들과 우리는 진정 다르지 않다.

박고은(큐레이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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