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부친이 사립학교(이하 사학) 비리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홍신학원은 화곡중학교, 화곡고등학교 등을 운영하는 학교 법인으로, 나경원 의원의 부친 나채성 씨가 이사장을 역임하는 곳이다. 하지만 나 이사장은 무려 24여억 원의 법정부담금을 체납한 것이 드러나면서, 학교를 운영할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법정부담금은 법인이 학교 운영을 위해 내놓는 지원액 가운데, 교직원의 연금 및 건강보험 부담금, 재해보상 부담금 등 법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돈을 말한다. 즉, 나 이사장은 법인의 돈을 쓰지 않기 위해 책무를 회피하는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학 비리 문제는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우선, 우리나라는 사학이 국·공립학교보다 더 많은 기형적인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에 속한 대부분의 나라는 국·공립대학이 주를 이루고 사학의 비율은 22% 남짓인 반면,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중 사학의 비율은 83%다. OECD의 평균보다 4배 가까이 많다.


  문제는 우리나라처럼 사학이 많은 사회에서는 사립대학교(이하 사립대학)의 비리 문제 역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2013년 정의당의 정진후 국회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사학의 설립자나 총장, 재단의 이사장 등이 연루된 사학 비리 건수는 53건에 달했다. 우리나라 사학 대학 수가 약 300여 개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된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비리와 부당운영으로 인해 적발된 4년제 대학 손실액이 총 1,341억 원이었다. 

 

그렇다면 사학비리란 무엇인가
  이렇게 빈번하게 일어나고 학내 구성원들에게 악영향을 크게 미치는 사립대학의 비리는 그 종류를 보면서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용인송담대학교의 김동익 전 총장은『대학교수 그 허상과 실상』에서 사립대학 비리의 유형을 제시했다. △입학비리 △교직원 채용비리 △건설비리 △교비 유용이 그에 해당한다. 일단, 입학비리는 실기 시험을 보는 예체능 분야에서 뇌물을 주고받는 등의 행위를 통해 부정 입학하는 것이다. 얼마 전,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자대학교에 부정 입학한 사실이 밝혀져 많은 사람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입시에 특혜를 주고 기존의 절차를 바꿔가면서까지 비리를 통해 이 학생을 뽑은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직원을 선출할 때도 기득권의 입김이 작용하는데, 이것이 바로 교직원 채용비리다. 실례로, 지난해 7월 교직원 채용비리로 인해 수배됐던 조선대학교 전 이사가 검거된 일이 있었다. 박 전 이사는 교직원 채용이 가능한 자신의 권력을 미끼로 다수의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다음으로 건설비리는 학교 건물을 신축하거나 부지를 매입할 때 생기는 비리다. 아울러, 교비 유용은 학교회계와 법인회계가 엄격히 구분돼 있는데, 사학의 설립자나 이사장이 법인이 아닌 엄연한 학교의 예산을 차입하거나 급여나 수당을 받아가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지난달 17일 교육부가 학교법인 서남학원에 김경안 서남대학교 총장에 대한 해임을 요구했다. 학교 교비를 개인적으로 유용하고 사문서 위조 등에 연루된 혐의였다. 해당 대학에는 설립자인 이홍하 씨가 300억 원이 넘는 교비를 횡령하면서 경영난을 겪어온 일도 있었다.

 

사립대학의 내부에서 비리의 원인을 찾다
  이렇듯, 수십 년이 흘러도 대학에서 부정·비리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사립대학 내부의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립대학의 운영 구조는 부정·비리를 견제하기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립대는 설립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아직도 상당수 사립대학은 시대착오적인 족벌 운영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2016년 교육부 자료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립대학 가운데 설립자 이후 3대 이상 세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이 무려 20곳에 이른다. 현재 학교법인 동덕여학단의 조원영 이사장도 조부와 부친 및 모친에 이어 3대째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1980년대에 본교 이사장을 지냈던 故 조용각 박사의 외아들로, 본교의 설립자인 춘강 조동식 선생의 후손이다. 그는 1980년부터 학교법인 동덕여학단 기획실장, 본교 기획실장, 부총장 등을 지내며 약 16년간 우리 대학에서 근무하다 1996년에 제3대 총장으로 취임했다(본지 보도 2015년 3월 2일 459호).


  결국, 사립대학은 태생적으로 설립자 일가의 사유재산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인지 사립학교 하나면 사돈의 8촌까지 일자리는 해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족벌운영에 따른 친인척 채용 문제도 심각하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 2016년 전국 대학의 법인 친인척 근무 현황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학 284개 법인 가운데 67.3%인 191개 학교법인에서 설립자나 이사장, 이사 등 임원의 친·인척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립대학에 근무하는 친인척 인원별 분포에 따르면, 전체 191개 법인 가운데 1-3명 미만인 법인이 106개(55.5%)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3-5명 미만인 법인이 52개(27.2%), 5-10명 미만인 법인이 30개(15.7%), 10명 이상 근무하고 있는 법인도 3곳으로 1.6%를 차지하고 있다. 친인척들이 5명 이상 무더기로 근무하고 있는 학교법인만 따져보면 총 33개로, 17.3%에 달하는 것이다. 동덕여학단의 이혜경 현 이사도 조 이사장의 부인으로, 과거에도 수차례 이사직에 역임 된 바 있다.


  사실 친인척이 대학에 근무하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업무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채용된 것이 아니라, 세습과 족벌 체제 아래서 뽑힌 사람들이 그 대학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부정과 비리로 대학을 더 위기에 빠뜨릴 여지가 충분함에도 우리나라의 사립학교법은 족벌운영 체제에 지나치게 관대하다. 현재 법인에 과도하게 쏠린 권한을 견제할 내부 장치가 필요한데, 영향력 있는 견제 기관이 부재한 상태인 것이다.  

 

사립대학의 독단을 견제하지 못하는 현 세태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독점적 의사결정 구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학교법인 이사회다. 법인 업무와 관련한 사항뿐만 아니라 교직원 채용 등 대학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까지도 모두 법인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한다. 친인척의 채용이 어떻게 제지 한번 없이 이뤄졌을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현재 법인 이사회의 독선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는 사립학교법에 속한 ‘개방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 제도’ 정도이다. 이때 개방이사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막기 위해 학교 법인 이사 중 4분의 1을 외부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법률 규정에 의한 자리다. 하지만 이 자리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2013년도에 전국 4년제 사립대학 133개 법인의 개방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66곳(49.6%)이 법인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인사를 개방이사로 선임했다. 주로 전직 교원이나 법인 산하 중·고교의 교장·교감, 동창회 관계자 등이었다. 본교의 조원영 이사장 역시 2015년 당시 개방이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2015년 본지 보도에 따르면, 본교의 개방이사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로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상을 선임해야 하는데, 동덕여학단 이사회 정원은 총 8명이므로 개방이사 정수는 2인이 된다. 작년 제7차 이사회 회의록에서 당시 추천위원회는 동덕여학단 이사회에 개방이사로 4명을 추천했다. 전 이사회는 그중 김윤식 교수와 이율의 동덕여중고등학교 총동문회 회장을 현 개방이사로 선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김윤식 교수는 2010년 본교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경험이 있지만, 이전 총학생회 ‘더불어숲’의 ‘2014년도 동덕여대 총장선출 상황보고’에 의하면 그는 과거 2010년 이사선출위원회에서 차기 이사로 조원영 이사장을 추천해 논란이 된 인물이었다. 이율의 회장 역시 본교 교양 필수 과목인 동덕인성교육 특강에서 구재단을 찬양하는 발언으로 학내 구성원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는 대학의 교육에 관한 주요사항을 자문·심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구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한, 교원·직원·학생 중 각각의 구성원 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이뤄져야 하며 동문이나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도 포함해 최소 11인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들은, 2010년까지도 개방 이사는 물론 평의원회조차 구성하지 않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립대에서 두 제도를 준수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6년 평의원회의 구성 인원수별 현황을 분석해보면, 전체 사립대학의 85.8%가 평의원회 인원을 법정 최저기준인 11명으로 구성했다. 12명이나 13명으로 꾸린 대학은 각각 13, 16개교다. 반면 평의원회를 14명 이상으로 구성한 4년제 대학은 경희대학교와 연세대학교를 비롯해 경기·중앙·계명·영남·인제·한양대학교 등 8곳뿐이다. 전문대학은 더 상황이 심각한데, 11명 이상인 곳이 오산대학교뿐이다. 이렇게 최저 인원수만으로 평의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은 대학이 견제·감시 기능을 축소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 의원은 이 같은 대학의 평의원회 인원 상황에 대해 “11인은 최저 기준이다. 대학은 규모와 필요에 따라 적정한 인원을 참가시켜야 한다”라면서 “특히 평의원회가 대학 내의 중요 정책을 심의·자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한 많은 구성원을 참여시켜 의견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평의원회 구성단위별 현황을 봤을 때, 교수는 39.6%, 직원은 24.9%, 학생은 11.9%, 동문 및 기타는 23.6%로 학생 비율이 가장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학생평의원의 수는 단 1명뿐인 대학(189교·70.8%)과 2명인 대학(65개교·24.3%)이 전체의 95.1%에 달했다. 이는 평의원회의 주요 구성을 교원·직원 및 학생 중심으로 하라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학생들의 실질적 참여를 봉쇄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사학 비리 적폐를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앞서 말했듯이 일차적으로는 학내에서 비리를 개선해나가야 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정부는 앞으로 사학의 비리 행위를 신고하는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법률을 교육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정의당 전해철 의원이 발의한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사학 재단의 비리를 알린 제보자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는 내부 고발인이 없어 사학 비리가 밖으로 알려지지 않고, 부패를 해결하지 못 하게 하는 큰 원인이었다. 따라서 사학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확대하려면 ‘공익제보 활성화’가 절실했는데, 얼마 전 본 법안이 실현된 것이다. 비리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사학 비리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비영리 민간연구소인 대학교육연구소는 ‘사립대학 부정비리 근절 10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비리 당사자 대학 복귀 금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폐지 △법인 및 대학 친인척 근무 제한 △부정비리 처벌 강화 △사립대학 교육부 감사 강화 △대학 자체 감사 내실화 △대학구성원 자치기구 법제화 △대학평의원회 역할 강화 △대학 정보공개 강화 △개방이사 제도 강화 등을 주장했다.


  또한, 지난 3월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소속 교수 중 6만 6,000여 명이 사학의 적폐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기구를 만들자는 데 동의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독립기구인 대통령 직속의 기관을 조만간 출범하기로 했다. 이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교육 이슈를 여러 사람이 참여해 논의하고 교육부의 지시를 통해 행해야만 했던 과거와는 달리 대통령에게 직접 교육 종사자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대학은 아직 비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구조로 돼있지만, 마냥 어둡기만 한 상태는 아니다. 국회의원은 비리 척결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법안을 제시하고, 학생은 비리 권력을 반대하며 학교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대응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정부 또한 새 기구를 설치함으로써 사학 비리를 타파하기 위해 애쓴다. 이 같은 노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사립대학의 비리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회 구성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본교를 포함한 많은 사립대학에 부정과 부패가 드리울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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