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하는 말을 할 것인가?』 - 안정한 / 올댓북 -

 

 

   지난 9일,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여러 행보로 세간의 주목받았지만, 그중에서도 권위적인 태도를 탈피한 모습으로 시민을 놀라게 했다. 그는 참모들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거나, 정장 윗옷을 벗겨주는 경호원을 제지하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언론은 그의 행위를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빗대며 탈권위적인 행보를 이슈화했다.


  국민과 언론이 이 같은 대통령의 행보에 크게 주목한 이유는 이러한 행동이 기존의 권위적인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전 정부는 물론,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권위적인 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일찍이 수직적인 체계와는 거리를 둔 선진국을 따라 우리나라 역시 여러 조직에서 수평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권위주의를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다. 이에『어떻게 원하는 말을 할 것인가?』의 저자는 사회를 피폐하게 만드는 권위를 비판함으로써 이 시대의 모습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권위가 왜 상대방을 설복시키는 데 있어 영향력이 큰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권위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우선, 인간은 자신 앞에 놓인 사회적 압력의 크기를 계산한 뒤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습성을 보이는데, 권위는 여기서 큰 영향을 미친다. 종종 우리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을 듣지 않으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덜 받게 되거나 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작용 탓에 권위에 복종함으로써 혹여 발생할 결과가 비윤리적이더라도 저항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이는 사회화 과정을 통해 더욱 굳건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는 부모를, 학교에서는 선생을 따르라는 가르침을 반복적으로 학습해왔다. 물론, 부모와 선생을 일방적으로 권위의 대상으로 몰아 그들의 말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로부터 부모와 선생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만 배웠을 뿐, 그 내용이 옳지 않거나 본인의 발전을 막을 때는 직접 대화를 통해 바로 잡아야 한다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관습에 의해 사람들은 권위가 높은 사람의 말이라면 일단 받아들이려 하고 자신보다 어리거나 직위가 낮은 사람의 말은 무시하는 행동을 무의식중에 하게 된다. 


  이 같은 인식이 오랜 기간 한국 문화에 뿌리박히면서 사회는 결국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다. 지난해 부장검사의 갑질과 인격 모독으로 인해 한 30대 검사가 자살한 사건이 그 예다. 그는 평소에 쾌활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권위적인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잇따라 지난달에는 드라마 <혼술남녀>의 신입 조연출 피디가 권위적인 사내 문화 때문에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나중에 밝혀진 결과, 신입 PD는 드라마 촬영 내내 수시로 선배한테 언어폭력을 당했고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일도 도맡아 처리해야 했다.


  이렇게 강한 권위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자기가 권위적인 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효능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1,0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당한 대우에 대한 이의제기나 불만을 표현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49%가 ‘제기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 중 67.6%는 ‘어차피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해 권위에 맞설 의식이 미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처럼 이미 뿌리박힌 권위 문화를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에 팽배해져 있어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를 빼앗기거나 상사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하더라도 억지로 참아내게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잇따른 자살 사건에서 봤듯이, 우리는 이제 권위가 항상 옳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한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내리려는 자성적인 태도와 함께, 권위가 앞을 가로막더라도 자기 뜻대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진정한 탈권위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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