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1번가’는 문 대통령의 정책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는 기존의 선거 운동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된다. 그 중심에는 ‘촛불 민심’과 ‘모바일 시대’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급작스럽게 치러진 보궐선거였다. 이 때문에 국민은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지도자를 원했고 각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시스템에 이목이 쏠렸다. 게다가 SNS와 인터넷 플랫폼의 발달은 유권자가 선거에 참여하는 방식의 다양화를 이뤄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앞서 말했듯 지난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국민은 그 어떤 이슈보다 정책이 중심이 된 올바른 선거가 진행되길 바랐다. 이러한 바람에 힘입어 대두된 것이 바로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이다. 매니페스토란 쉽게 말해 구체적인 공약을 의미한다. 본 운동을 위해서 후보를 비롯한 각 정당은 공약이 갖는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 등을 자세히 명시해야 한다. 또한, 유권자도 단순한 기호를 떠나 후보의 공약을 찬찬히 따져 보는 과정이 필수로 요구된다. 사실상 ‘너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십상이지만, 지금껏 그 당연함이 쉽게 가려지는 순간이 많았기에 매니페스토 운동은 오늘날 그 의미가 더 대두됐다.

가짜 뉴스에서 피어난 매니페스토 정치
이번 19대 대선을 거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는 지난달 30일까지 모두 2만 2,181건의 가짜 뉴스를 적발했다. 이는 18대 대선이 4,043건인 데 비해 약 5.5배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가짜 뉴스를 생산하거나 다른 이에게 전파하는 행위는 매니페스토를 실현하고 있지 못한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디어 전문가들 또한 가짜 뉴스를 소비하는 습관은 편향된 사고로 이어져 합리적인 토론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한국언론재단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가짜 뉴스 문제가 심각해 사회 분열을 가중시킨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이러한 현상이 국민이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하는데 혼란을 야기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민은 후보의 공약 혹은 발언의 진실을 가려내는 ‘팩트체크’에 집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을 검증하는 방식이 대대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고, 국내 언론사 16곳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협업해 뉴스의 진위를 가려내는 ‘서울대 팩트체크(SNU FactCheck)’가 신설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해당 플랫폼은 각 후보의 발언 또는 의혹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를 ‘거짓’, ‘대체로 거짓’, ‘사실반 거짓반’, ‘대체로 사실’, ‘사실’, ‘판단 유보’라는 세부적 항목으로 나타냄으로써 유권자의 이해를 도왔다. 직장인 이 씨(30)는 “특히나 대선 후보의 TV 토론을 본 뒤에는 어떤 정보가 옳은 것인지 판가름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는 했다. 그런데 이러한 플랫폼이 생긴 후로는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를 알게 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선거에 임할 수 있었다”라며 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행보는 선거 캠프마다 팩트체크 전담팀을 구성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번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되는 TV 토론회에서도 과거와 비교할 때,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색깔론 논쟁보다는 상대편 공약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모습이 주로 등장했다. 나아가 이번 선거는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입증하려는 모습이 이전보다 두드러져 매니페스토적 양상이 나타났다는 데 의의가 있다.

뉴미디어가 이뤄낸 참여적 선거 운동
한편, 선거 캠프에서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역량도 역대 대선보다 단연 두드러졌다. 각종 연설과 선거 노래가 난무했던 거리 유세보다 치열하게 진행된 모바일상의 선거전은 분명 이전과 차이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중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1번가’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정책 쇼핑몰을 만들어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정책을 구매하면 여러 소셜 플랫폼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입소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이곳의 베스트 상품 1위는 총 223,325건이 구매된 ‘안전이 정착된 나라’로, 정부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길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염원이 집약된 결과였다. 다음 순위에는 ‘최순실 없는 나라’와 ‘우리 아이, 평등 세상’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문재인 1번가는 대중이 쉽게 후보의 공약을 알아가고, 원하는 바를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피력하는 통로의 기능을 담당했다. 또한, 정당에는 민심이 어느 정책을 향했는지 알아챔으로써 해당 공약을 주요 순위에 두는 전략을 취하는 데 기여했다.

아울러,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투표 사진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투표 인증 사진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연일 SNS에서는 자유롭게 기호를 표시하고 특정 후보의 벽보 앞에서 사진을 촬영한 이들의 게시물이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틈새 변화를 이용해 정의당 측은 ‘#투표했5’ 등의 해시태그를 통해 투표 독려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드러내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누구나 마음껏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가 점차 형성돼가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정당 중심의 일방적 선거 운동이 후보자와 유권자 간의 ‘소통’이 요체가 되는 참여적 선거 운동으로 변화된 것이다.

오늘날 선거 문화의 변동은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새롭게 출항하는데 순풍으로써 작용했다. 정치권과 국민의 소통이 중심이 된 이러한 변화가 내년 지방선거를 비롯해 차후 총선거와 대선에서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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