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 혹은 현실을 담아낸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동반되기도 한다. 실례로, MBC <역적>이 굳이 홍길동을 내세워 역적의 탄생을 그려낸 건 우리가 겪어낸 탄핵 정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 사극은 민심에 의해 왕이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연산의 폭주로 인한 백성의 횃불 봉기를 통해 그려냈다.

비슷한 맥락에서 요즘 대다수의 콘텐츠가 ‘과거와 현재의 상관관계’를 일제히 다루고 있다는 건 흥미로운 대목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를 봐도 그렇다. 거기에는 ‘과거 문제에 대한 청산’이라는 시대의 열망이 각 드라마를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tvN <시카고 타자기>는 단순히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열성 팬이 만들어가는 멜로드라마로만 그려질 수 있었다. 하지만 본 드라마는 일제강점기를 주인공의 전생으로 설정함으로써 전생과 후생이 얽힌 이야기를 구성했다. 후생의 작가는 자신의 전생을 힘겹게 떠올려내며 그것을 소설로 써낸다. 이는 마치 현대에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생의 기억처럼 잊혀버린 당시의 독립 운동가들을 기록으로나마 되살리려는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이야기처럼 보인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MBC <도둑놈, 도둑님>은 의열단원이었던 선조를 둔 후손이 이러한 배경 탓에 지독한 가난과 핍박을 겪는 이야기를 선보였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생계형 도독이 됐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은 이 드라마가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음을 드러낸다.

오늘날 우리는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겪은 뒤, 대통령 탄핵을 실행시켰고 조기 대선을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다. 그러나 탄핵 후에도 그 권력에 부역하고 국민의 혈세를 제 돈 주무르듯 했던 몇 인사가 아직도 권력층에 남아있다. 분명 많은 이를 단죄하는 상황이지만, 법망을 피해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이들이 버젓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미진한 부분이 모두 해결되기 전까지 우리가 이 잘못된 과거의 사건을 끝난 사안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들 과거의 모든 순간이 합쳐짐으로써 현재의 우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반대로 지금 벌어진 어떤 사태의 연원이 과거로까지 거슬러 올라감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현재 우리가 직면한 사안에 대한 확실한 청산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총합이 오늘날 우리를 말하듯, 지금의 총합이 미래의 우리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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