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지(22·대학생) 씨는 명품가방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는 대형 아울렛이나 공항면세점에서 명품가방을 사곤 했었다. 하지만 명품가방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니 용돈을 모아서 사기가 힘들었다. 한때는 명품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새롭게 눈을 돌린 곳은 바로 ‘중고명품샵’이다. 남들이 사용한 물건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중고명품을 찾는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허민지 씨는 서울 시내에 위치한 중고명품샵을 이용한다. 중고명품샵을 이용하면 시중보다 30~40% 싼 가격에 명품을 살 수 있다. 그녀는 사용하고 되팔 수 있다는 점을 중고명품의 장점으로 꼽는다. “쓰지 않거나 유행이 지난 제품은 되팔 수 있어서 좋아요. 다시 되팔 때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받으려고 가방을 맬 때도 주의해서 사용해요”
   사람들은 고가의 명품을 소유하면서 자신도 명품과 같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를 ‘명품 하나쯤은 가져야 한다’는 심리 때문이라고 말한다.


명품, 이젠 중고로 즐기세요
   중고명품샵의 경우 15% 정도의 수수료를 받고 위탁판매를 하기도 한다. 작년에 한 유명 명품 브랜드의 특정 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일어났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명품을 사서 중고로 팔아도 손해가 나지 않는 ‘백태크(명품가방으로 재테크하는 방법)’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그 후로 중고명품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압구정에 위치한 중고명품샵 ‘고이비토’ 김민준(가명) 사장은 특정 제품을 제외하고는 중고명품을 이용한 재테크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새 제품을 사용하고 다시 되파는 것보다는 중고제품을 사서 파는 편이 손해를 덜 본다”고 말했다. 중고명품을 찾는 이유는 가격이 싸고, 한정판매되는 제품이나 단종된 브랜드의 제품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준 씨는 중고명품을 소장하는 목적이 아니라 사용하고 다시 되팔 계획이라면 브랜드의 ‘메인 아이템’을 구매할 것을 권유했다. “브랜드별 메인 상품의 경우는 수요가 많다보니 다른 중고제품보다 가격이 덜 떨어져요”
중고명품샵을 이용하는 고객의 계층은 20대부터 40·50대까지 다양하다. 40·50대층은 소장하고 있던 물건을 팔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다.
   동일한 브랜드의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물건의 연식이나 착용감, 태닝(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죽이 점차 산화하여 색깔이 변하는 과정)에 따라 가격이 달라요” 김민준 씨는 일반인들이 중고명품을 구입할 때는 믿을만한 곳에서 거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반인은 가품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어렵다. 그는 물건을 거래할 때는 신뢰할 수 없는 중고명품샵이나 중고사이트를 통한 거래는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곳에 똑같은 옷은 없습니다”
   중고제품이 ‘빈티지(Vintage)’라는 이름으로 주목받는 요즘, 종로 5가에 위치한 구제시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광장시장의 한쪽 구제시장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가방이나 옷, 신발 등 갖가지 구제제품들이 가득하다.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에는 상인들이 중고제품을 손질하고 있었다. 
  

▲ 종로에 위치한 광장시장
구제시장은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린다. 구제시장에서 5년째 장사 중인 김수진 씨는 이탈리아나 일본에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구제시장에서 팔리는 물건들은 대부분 상인들이 직접 손질해서 판매한다. 세탁이나 바느질은 주로 집에서 해온다. 그녀는 몇 년 전부터 부쩍 손님이 늘었다고 한다.
구제제품은 새 제품 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말만 잘하면 약간의 할인도 가능하다. 이진아(23·대학생) 씨는 유행과 상관없는 옷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구제시장을 찾는다고 말한다. “시중에서 살 수 없는 디자인의 옷들이 많아요. 길 가다가 똑같은 옷 입은 사람도 찾아 볼 수 없고요. 특이한 물건이 많아서 자주 찾아요”
   현재는 구제시장 말고도 홍대나 신촌 등지에서 구제제품 상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리사이클(Recycle)시장이 활성화 돼 있어 같은 중고제품을 사더라도 우리나라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일본은 지역별로 중고시장이 있고 다루는 종류도 옷부터 고가의 물건까지 세분돼 있다. 도쿄에는 주말마다 열리는 벼룩시장도 있다.
  최근 들어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가격도 저렴하고 트랜드가 빠르게 적용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입는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발생되는 화학물질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환경과 부담감을 무시 못할 것이다. 유행도 포기할 수 없고, 개성도 포기할 수 없다면 독특한 디자인의 중고제품이 한 가지 대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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