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점차 사라지는 이즈음은 바야흐로 장미의 계절이다. 장미는 기원전 2,000년 전 바빌론 등 아시아 국가에서 재배되던 것이 16세기경 유럽 대륙에 전해졌다. 다양한 품종 개발을 통해 수많은 장미가 만들어졌는데 18세기 이전의 장미를 고대 장미(old rose), 19세기 이후의 장미를 현대 장미(modern rose)라 구분한다. 클레오파트 역시 장미 향수를 사용하고 장미 목욕을 즐길 정도로 장미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장미는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어 까칠한 미녀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신이 처음에 장미를 만들었을 때, 사랑의 사자인 큐피드가 장미꽃을 보자마자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키스하려고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자 꽃 속에 있던 벌이 깜짝 놀라 침으로 큐피드의 입술을 쏘고 말았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인 비너스는 벌을 잡아서 침을 빼내 장미 줄기에 꽂아 두어 오늘날 장미에 가시가 있게 되었다고 한다. 기독교에서 장미는 그리스도의 피에서 유래된 은총, 자선과 순교를 의미한다. 백장미는 동정녀 마리아의 순진, 청결, 정조 등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에 장미에 관한 기록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이미 삼국시대에 장미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찔레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야생장미이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서양 장미는 해방 후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들여온 우량종이다.


장미는 색깔에 따라 의미가 다양하다. 빨간 장미는 욕망, 열정, 기쁨, 아름다움 등을 의미하여 사랑 고백 등에 쓰이고, 하얀 장미는 존경과 순결 등의 의미와 더불어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노란 장미는 질투, 완벽한 성취, 사랑의 감소를 의미하여 사랑의 이별을 뜻하는 것이니 노랑 장미꽃다발을 받았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또 파란 장미는 얻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을 의미하여 이뤄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읽힌다. 장미 뿌리는 매우 단단하여 고급 담배 파이프를 만들며, 꽃잎은 고급 향수의 원료가 된다.


김상철(예술대학 회화과) 교수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