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展(2014)』 - 정은정 / 따비 -

 ⓒ네이버 이미지

  오늘날 치킨은 ‘치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음식 중 하나다. 1997년부터 지금까지 치킨이 외식 분야 1위로 손꼽혔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래서인지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치킨 가게는 전 세계 맥도널드의 수보다 많다. 실제로 전 세계 맥도널드가 3만 6,000여 곳에 불과한 반면, 한국의 치킨 점포는 4만 곳이 넘는다. 그러나 치킨 가게의 수가 많다고 꼭 호황을 이룬다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기에는 보기보다 많은 시련과 고통이 따른다. 『대한민국 치킨展』의 저자는 치킨의 맛깔스러운 자태 뒤에 숨겨져 있었던, 대기업의 횡포에 시달리는 치킨 가게 사장과 양계 농민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한국에서는 치킨 가게를 운영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구조다. 대부분의 치킨집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해당하는데, 오픈할 때 가맹비가 없다는 솔깃한 조건에 많은 예비 창업주들이 창업 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가맹점주가 된 그들은 매번 새로 나오는 수천만 원짜리의 오븐 기기나 튀김기를 사야만 하며 본사 규정에 따라 인테리어를 수시로 바꿔야만 한다. 기업은 가맹비를 면제해줌으로써 생기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창업주로부터 수십 배의 수익을 챙겨 본인들의 배만 더 채우고 있다.

 대표적인 횡포를 보인 기업으로 ‘멕시카나’가 있다. 멕시카나는 한 달에 1만 마리의 치킨을 팔자는 ‘만수클럽’ 프로젝트를 내놓으며 체인점에게 무리한 전략을 지시했다. 점주들은 어쩔 수 없이 15,000원에 팔리는 후라이드 치킨을 10,000원에 할인해 판매해야 했고, 손님에게 쿠폰을 5-6장씩 주는 무리한 영업을 해야만 했다. 이뿐만 아니라 본사는 일방적으로 닭 공급가를 4,800원에서 5,460원으로 인상했으며, 주 6일 영업을 강요하는 등 온갖 횡포를 보였다. 결국, 대다수의 가맹점이 100만 원에서 200만 원가량의 손해를 입는 사태가 벌어졌다. 피해가 지속되자 여러 가맹점주가 본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나섰고, 이에 도리어 본사는 적하반장으로 가맹점주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처우에도 닭 공급이 끊길까 봐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하는 것이 수많은 치킨 가게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개업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폐업하는 치킨 가게만 전국을 기준으로 40%에 달한다.

 양계 농민의 현실도 치킨 가게 사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현재 치킨에 사용되는 닭은 대부분 육계 기업에 소속된 양계 농민으로부터 키워지고 있다. 여기서 양계 농민은 닭을 사육하는 사람을 의미하며, 육계 기업은 그 닭을 가공해 유통하는 산업체를 뜻한다. 이때 대표적인 육계 기업인 하림은 양계 농가의 90%와 육계 업체 50%를 소유하는 실정이다. 하림에 소속된 양계 농가는 기업으로부터 병아리와 전용 사료를 공급받아 키우고, 한 마리당 400원 정도의 사육 수수료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때문에 소속이 없던 농가는 판매처가 이미 정해진 구조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해 육계 기업 소속의 계열 농가로 편입한다. 하지만 하림 등의 기업에서 계열 농가에 ‘상대평가’ 제도를 도입하고부터 수익 배분에 차이가 생겼다. 이 제도는 닭을 출하할 때마다 양계 농가에 사육성적을 매겨 등급별로 수수료 총액을 달리 주는 방식이다. 농민들은 등급 책정 방식이 복잡해 수수료 예측이 어렵고, 매번 등급이 떨어질 때마다 사육수수료를 적게 받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기업 측에 따졌다가 오히려 더 질 나쁜 병아리를 공급받아 등급만 더 떨어질까 봐 숨죽이고 있다. 또한, 기업과 거래를 중단하려 해도 수억 원을 들인 생산 설비를 회수하기가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닭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다.

 치킨 한 마리가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치킨집 사장과 양계 농민은 기업의 횡포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다. 기업의 이득을 위해 무고한 그들이 손해를 보는 부당한 구조는 하루빨리 청산돼야 한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해줄 구체적인 규제와 감시가 시급하다.

고현선 수습기자 hyunsun3006@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