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구글 이미지

점차 여름 기운이 완연해지는 오뉴월이면 도시 근교 아산에는 하얀 아까시나무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다.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지만 올바른 이름은 ‘아까시나무’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나무로 억센 가시가 많아 ‘가시나무’로도 불리며, 목이 긴 기린이 뜯어먹는 나무로 전혀 다른 나무다.
아까시나무는 본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이 중국 북경에서 묘목을 가져와 인천에 심은 것이 처음이라고 전해진다. 본래 외래종이지만 이미 토착화돼 친근한 나무가 됐다. 바닷가를 제외한 도심이나 황폐한 땅 등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생장이 빨라 사방, 조림용으로 많이 심어졌다. 나무를 땔감으로 쓰느라 황폐해진 우리나라의 산림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데 크게 기여한 것도 바로 아까시나무다. 또 주렁주렁 달리는 꽃은 풍부한 꽃물을 품어 훌륭한 꿀밭이 돼 꿀벌 나무(Bee tree)라고도 한다. 해마다 봄이면 양봉업자들이 아까시나무 꽃의 개화에 따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대거 이동하며 꿀을 채취한다. 우리나라 꿀의 80% 이상이 아까시나무 꿀이니 대표적인 꿀밭인 셈이다. 목재는 질기고 단단해 내구성이 좋아 토목건축용으로 이용하거나 농기구를 만드는 데 쓰며, 탈 때 연기가 적기 때문에 땔감으로도 이용된다.
아까시나무의 수명은 40-50년을 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경북 성주에 약 130년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최고령 아까시나무가 있다. 경북 칠곡군 일대에서는 매월 5월 초가 되면 ‘아카시아꽃 축제’를 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냥 환대받는 아까시나무도 왕성하고 빠르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 다른 나무의 생장을 위협하는 면모도 지니고 있다. 또 수명이 다해 죽게 돼도 뿌리가 살아남아 다시 새 나무로 살아난다. 그러므로 인위적으로 캐내지 않는 한, 숲은 아까시나무 천지가 돼 숲의 천이를 방해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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