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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많이 보는 청소년들은 흡연자가 될 수 있다?
2017년 09월 04일 (월) 12:37:05 정민수 (자연과학대 보건관리학과) 교수 ddpress@dongduk.ac.kr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영화 산업은 어른은 물론 청소년에게도 인기 있는 여가 문화로 발전했다. 그런데 영화를 많이 보는 청소년이 흡연자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필자는 미성년자 관람가 영화의 흡연장면이 관객의 첫 흡연을 유도하는지에 대해 연구해왔다. 영화를 통해 청소년이 담배를 배워서 흡연자가 된다면 이것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주요 선진국의 흡연율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따라서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3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을 인상하는 ‘가격정책’과 더불어 담배에 금연 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부착하는 ‘비가격 금연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흡연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 이유로는 흡연에 우호적인 사회 환경이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흡연인구로 새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남자 청소년이 담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흡연이 멋지고 어른스럽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된다면 청소년이 이를 쉽게 모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지상파에서 송출되는 프로그램에는 흡연 장면이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지만, 영화에는 그러한 규제가 없다. 특히 2000년 이후 15세 관람가 영화를 기준으로 했을 때 국내 개봉영화에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흡연장면이 37% 정도 더 자주 등장했다. 그렇다면 영화 속 흡연장면은 정말 위험할까?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필자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전국 대표성을 가진 16-18세 고등학생 웹 패널 748명을 모집해 실험조사를 했다. 참가 청소년은 무작위 할당을 통해 국내에서 개봉된 대표적인 흥행영화 세 편의 흡연장면을 시청했다. 이들은 전문가의 내용분석을 통해 선정된 15세 관람가 영화로, <도둑들>(최동훈 감독, 2012년), <투사부일체>(김동원 감독, 2006년),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 2003년)이다. 영화 속 흡연장면의 시청 여부에 따라 청소년의 흡연 욕구 변화와 차이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 흡연장면이 포함되지 않은 영화를 시청한 집단의 흡연 욕구가 1.58점이었던 것에 비해 흡연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시청한 집단의 흡연 욕구는 2.04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아울러 흡연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시청하기 전에는 흡연 욕구가 1.76점이었으나 시청 후에는 2.04점으로 역시 유의미한 증가를 보였다. 그러므로 매력적인 주연 배우의 흡연장면은 남자 청소년의 흡연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궁극적으로 이들의 실제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의 관심이 요청된다.

영화 속 흡연장면의 해악은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알려져 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둘 간의 상관관계만이 보고됐을 뿐이다. 이번 연구는 실험설계를 통해 영화 속 흡연장면이 청소년 흡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인과관계를 제시한다.

따라서 영상물심사위원회에서는 15세 관람가 영화에 흡연장면이 포함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보건당국은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 지상파에 방영된 금연광고를 삽입하도록 의무화해, 영화가 자라나는 청소년의 상상력은 키우되 흡연은 유도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주) 이 글에서 소개된 필자의 연구 결과는 ‘JMIR 퍼블릭 헬스 앤드 서베일런스’(JMIR PUBLIC HEALTH AND SURVEILLANCE. IF=5.175, Health Care Science & Services 분야 상위 5% 학술지)에 ‘Effect of Viewing Smoking Scenes in Motion Pictures on Subsequent Smoking Desire in Audiences in South Korea’의 논문 제목으로 지난 7월 17일에 게재됐다.

정민수 (자연과학대 보건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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