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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권력도 국민 위에 있을 수 없다
공권력의 원천은 ‘국민’…검찰, 국정원 공권력 오남용 철저히 밝혀야
2017년 09월 04일 (월) 14:08:52 전혁수 미디어스 정치부 기자 ddpress@dongduk.ac.kr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적폐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재벌, 언론 등이 적폐로 지목된 가운데 국정원도 청산의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이하 TF)를 구성해 국정원 구석구석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국정원의 ‘여론조작’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월 3일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민간인으로 구성된 ‘댓글부대’를 운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정원은 2009년 5월에 다음 아고라 대응팀 9개를 구성했고, 2011년에는 당시 국정원
장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로 댓글부대를 확대했다. ‘사이버외곽팀’이란 이름으로 불린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는 30개 팀, 3,500여 개의 아이디로 이뤄졌다.

이들은 사이버공간에서 국정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여론조작을 시도했다. 국정원에서 제공한 여론대응 지침에 따라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댓글을 작성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게시한 글의 수준이나 영향력 등으로 실적을 평가해 활동비도 받았다. 국정원은 이들에게 인건비로만 한 달에 2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30억 원을 지급했다. 그리고 댓글부대에 지급된 비용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지출됐다.

국정원은 국가의 정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대북 및 해외 정보활동, 간첩을 감시하는 활동 등을 주로 수행한다.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국정원의 정보활동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따라서 국정원의 주요 움직임은 국정원법에 의거해 필요에 따라 비밀에 부쳐진다. 이처럼 국정원의 권한은 철저히 보장된 공권력인 만큼 정당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국정원에게 부여된 권한의 성격은 ‘공권력’이고, 공권력의 원천은 바로 국민이다. 국정원은 권력을 남용해 국내 정치에 노골적으로 개입했고, 사이버외곽팀이란 이름으로 구성된 댓글부대를 운용해 특정 정파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는 민간인에게 권력을 불법적으로 이양했기 때문이다. 실제 탄핵 사유가 된 것은 뇌물수수가 주를 이뤘지만, 결국 국민의 분노를 발생시킨 지점이 권력 이전의 문제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넘겨받은 권력을 자신의 가까운 지인인 최순실 씨에게 임의로 부여했고, 최 씨는 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
댓글부대를 구성하고 운용한 원 전 원장의 행태도 따지고 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 원 전 원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국정원장으로서의 권한을 임의로 민간인에게 부여해, 특정 정파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는 데 사용했다. 오히려 사욕을 채우려 한 최순실 씨보다 이 전 대통령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원 전 원장의 맹목적인 충성심이 더욱 위험천만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원 전 원장이 이 전 대통령의 승인 없이 일을 벌였다고 하기에는 사건의 덩어리가 너무 크다. 게다가 원 전 원장은 ‘이명박의 남자’라고 불릴 정도로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재직할 당시 서울시 기획예산실장, 행정1부시장을 거쳤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 국정원장을 역임한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이 전 대통령이 당시 국정원의 활동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원 전 원장의 활동 중 일부가 이미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확인된 상태다.

검찰이 새롭게 드러난 사실을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법원에 변론재개를 신청했고,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을 재수사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재수사가 시작되면 원 전 원장은 공권력을 오남용했다는 직권남용죄와 함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임의로 지급해 횡령하고 배임한 혐의까지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도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의 신분이 피의자가 될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적어도 참고인 신분으로는 검찰에 출석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제는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해 적폐를 완전히 청산할 때다. 국민의 힘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오남용한 국정원의 실태를 철저히 밝혀내 청산의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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