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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의 원인, 마름지상주의에 있다
『왜 나는 늘 먹는 것이 두려운 걸까(2014)』 -허미숙/소울메이트-
2017년 09월 04일 (월) 14:14:22 고주현 bbl0819@naver.com
   

최근 섭식장애를 앓는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섭식장애는 흔히 거식증과 폭식증처럼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을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섭식장애 환자 수는 2008년 약 1만940명에서 2012년 1만3,002명으로, 5년 동안 2,000명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섭식장애는 우리 주변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흔한 질병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섭식장애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고, 단순히 먹은 것을 다 토해내거나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증상 정도로만 아는 게 전부다. 이에 『왜 나는 늘 먹는 것이 두려운 걸까』의 저자는 누구나 섭식장애를 겪을 수 있으며 이 질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섭식장애는 식이 활동과 관련된 이상 행동을 통틀어 일컫는 질병이다. 체중이나 체형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하루 권장 섭취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음식을 먹는 증세부터 아예 음식 섭취를 거부하고 매 끼니마다 구토를 반복하는 수준까지, 증상의 스펙트럼이 넓다. 섭식장애의 원인 또한 굉장히 다양한데, 보통은 현대인의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에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밥 먹을 시간까지 아껴야 하는 바쁜 일과로 인해 하루 동안 먹을 양을 한 끼에 섭취하거나 식사를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거식증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의 저자는 섭식장애의 주된 발생 원인이 신체적 요인보다는 정신적 이상에 있다고 말한다. 어떤 정신적 문제가 섭식장애를 유발한다는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정신 이상으로 섭식장애를 앓는 환자 대부분이 체중이나 체형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다. 즉, 완벽한 몸매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체형은 학벌이나 직업처럼 개인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회가 만든 이상적인 모습을 충족하지 못할 시에 조직에서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느낌을 받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한편, 섭식장애의 성비를 따졌을 때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훨씬 높았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섭식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 1만2,468명 중에서 여성은 1만44명으로, 전체 중 81%에 육박한다. 특히 20대 여성의 섭식장애 발병률은 남성에 비해 9배 더 높았다. 왜 여성의 섭식장애 발병률이 훨씬 높은 것일까?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 근로자를 채용할 때 직무와 상관없이 키나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구직 조건에 키와 몸무게 등의 조건을 걸어 문제가 되는 일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지난해 한 음료전문점은 아르바이트 직원 공고에 ‘모델 같은’ 외모와 체형을 가진 여성 직원을 구한다고 게시해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신체적 요소를 채용 조건으로 요구해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이처럼 여성의 몸매에 대한 속박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반면 남성 근로자의 체격 조건과 관련된 법 조항은 따로 구축돼 있지 않다. 남성이 구직할 때 체형을 이유로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여성에 비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결국, 여성은 사회가 규정한 날씬함이라는 좁은 틀에 몸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받아 섭식장애를 앓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7월 26일, 여성환경연대는 실제 한국 여성의 몸매보다 훨씬 마르게 제작된 마네킹에 맞춰 의복을 만드는 의류업계의 실정을 고발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서 한 여성단체 회원은 20대 여성의 평균 키인 161cm, 허리둘레는 71cm에 해당됐지만, 마네킹 모양으로 뚫어놓은 종이 벽을 통과하지 못했다. 더불어, 이들은 현대 사회 모두가 다양한 체형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외적 획일화를 줄이려는 행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전체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마른 몸매에 열광하는 문화는 현대인이 신체 기준을 본인의 만족이 아닌 사회에 맞추게 한다. 그리고 저자가 경계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동반하는 섭식장애’는 이 같이 마른 몸을 추구하는 사회 풍토로 인해 생겨나고 있다. 개인과 사회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날씬함만을 쫓는 문화에 경각심을 갖고 체형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섭식장애를 줄이는 첫 번째 단계다.

고주현 수습기자 bbl0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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