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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사람‘들’이 말하는 강의가 필요하다
2017년 09월 04일 (월) 14:18:57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작은 숫자부터 높은 숫자까지, 리모컨이라는 조종기를 통해 훑어본 TV 속 세상에서 약간의 틀만 바뀐 비슷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구성된 세트장을 벗어나 처음 가 본 여행지에서 적응해나가는 출연자의 모습과 갖은 일을 경험하며 커나가는 연예인 아이의 성장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 반면 일정 회차마다 말하는 이가 바뀌고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의 폭을 가늠하기 힘들 때 대중은 호기심을 갖기 마련이다. 여기에 입은 꾹 다문 채 고개만 끄덕여왔던 청중을 함께 웃고 울리는 프로그램이라면 사람들은 기꺼이 본인의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인기몰이 중인 ‘대중 강의’야말로 앞서 말한 가능성을 모두 갖춘 포맷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방송 업계에서는 교양과 예능을 넘나드는 강연 프로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중 지난 7월 종영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고정 출연진으로 내세워 역사,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담론을 등장시켜 전혀 색다른 강연을 선보였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TV 속 대중 강의의 흐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불과 몇 년 전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는 점차 인문학 전공의 입학 정원을 줄여가던 대학이 본격적으로 통폐합 사업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이후 인간의 가장 기본 바탕이 되는 인문학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으로 관련 강좌가 곳곳에서 기획되기 시작했고 이는 인문학 신드롬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대중의 수요에 민감한 방송 산업에서도 이를 차용하고자 했고 가장 위험 부담이 적은 기존의 강의 방식을 그대로 들여와 방송을 만들게 된 게 오늘날 강의 문화의 시초가 됐다.

한편, 이 같은 강연을 오랜 시간 지켜보다 보면, 문득 ‘강연자로부터 끝없이 전달되는 지식 속에서 청중에게 남는 것은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이 자리하게 된다. 물론, 전문가만큼의 교양을 쌓는 걸 요구하는 물음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가 오갔다면, 이후 각자에게 남는 일정량의 정보가 있어야만 이를 또 다른 이야기로 재해석하는 게 가능하다. 실제로 다뤄지는 강연 주제를 살펴보면, ‘촛불 집회와 맞불 집회는 세대별 갈등인가?’, ‘4차 산업 혁명, 사라지는 일자리’ 등처럼 쉽게 웃고 지나칠 수 없는 쟁점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방송사별 강연 프로그램의 현황을 살펴보면, 새로운 주제를 찾아내는 데 급급할 뿐, 정보를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강의 프로그램의 구성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한 명의 강연자와 다수의 청중이거나 6명 이내의 출연자가 서로 질의 응답하는 구조로 나뉜다. 이처럼 획일화된 강의법과 학습법만이 지속될 시, 어렵게 피어난 강의 문화가 언제 다시 대중의 관심 밖으로 사라질지는 모를 일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자와 학생 간의 일방향적인 강의 방식을 탈피하고자 새로운 교육법을 도입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수업 시작 전에 어떠한 문제를 제시한 뒤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는 ‘Problem-Based Learning’이라는 문제 중심 학습법을 들 수 있다. 분명 여기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상황적 차이가 존재하며 대중 강의는 특정 대상을 교육하는 방식처럼 진행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JTBC의 교양 강의 프로그램인 <차이나는 클라스>가 방송 제작 전에 미리 강연자와 다음 주제를 공개해 질문을 받는 방식은 이러한 한계를 개선해나갈 시발점이 될 가능성을 지닌다. 앞서 말한 <알쓸신잡>이 방영 후 각 회차에 담긴 주요 내용을 카드 뉴스 형식으로 제작해 공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대중 강의 형식을 띤 프로그램들은 각 개인이 특별하다는 얘기를 전하면서 정작 시청자가 어떻게 정보를 기억할지에 대해서는 쉽게 외면해 버린다. 기껏해야 한정된 질문을 받음으로써 청중의 알고자 하는 욕구가 모두 충족됐다고 퉁 쳐버린다. 이 때문에 한껏 타오른 강연 문화의 불꽃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방송 산업은 더욱 다양한 강의법과 학습법을 차용한 프로그램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부디 비슷한 양상의 포맷만을 찍어내다 모처럼 상승 기류를 탄 사람들의 ‘지적 욕망’이라는 불씨를 위태롭게 만들지 않길 바란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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