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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이다> - 존재하기 위해서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2017년 09월 04일 (월) 14:20:09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뜨거운 사이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100% 여성으로 이뤄진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케이블 방송사 Onstyle <뜨거운 사이다>는 매주 6명의 여성 진행자가 사회와 문화, 연예 등의 분야를 막론하고 두 가지의 최신 이슈를 선정해 이를 두고 논쟁하는 토크쇼다. 나아가 매주 사회에서 호평 혹은 혹평을 듣는 문제적 인물을 게스트로 초청해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이고 있다.

“사이다 같다.” 답답한 속마음이 뚫린 자신의 상황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리고 지금껏 제대로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한 이들에게 사이다는 그야말로 기적이다. 마찬가지로 <뜨거운 사이다>의 출격은 2017년도 방송 내 여성 출연자 비율이 고작 22%인 대한민국 예능계에 등장한 선물 상자와도 같았다.
이들은 가장 첫 번째 토크 주제로 여성 예능의 가뭄을 택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밀접한 속사정을 대중에게 드러내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는 각 분야를 막론하고 여성 진행자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 방송 매체의 한계와 맞닿아 있는 사안으로, 대중문화 평론에만 등장하던 이야기를 직접 방송에서 다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작 출연진이 꾸려낸 담론은 두루뭉술한 모양새만을 잡는 데 그쳤다. 이들은 여성 예능의 현황을 분석할 때, 26대 3이라는 남성 예능과의 비율을 내세우면서 이마저도 여성은 패션과 뷰티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 치중돼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여성 예능의 뜻이 무엇인지도 인지하지 못한 대다수의 시청자에게 별다른 설명 없이 수치를 들이밀어도 그 효과는 미비할 뿐이다. 방송의 진행자가 모두 여성인 프로그램부터 원 톱 MC가 여성인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사례를 연도별로 분석했더라면 어땠을까. 여성 예능의 부재 뒤에 여성 방송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력이 단절된다는 본질적인 문제까지 가시화시켰을 거라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게다가 이날 방송을 본 대다수는 TV에서 여성 예능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시청률과 직결되는 재미, 즉 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못 박을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방송 산업 역시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여성 구직자가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해야 함을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 방송에서 예시로 등장했던 프랑스 방송위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방송 프로그램 속 성비 조사’와 같은 대응책도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돼야 비로소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아울러 문제적 인물 코너에서는 시청자의 문제의식을 해결해준다는 기획 의도를 좀처럼 확인하기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첫 방송의 게스트였던 사진작가 로타는 이미 수많은 팬을 보유함과 동시에 뭇 여성 단체로부터 사진 작업이 소아성애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꽤 알려진 문제적 인물이었다. 이로 인해 과연 <뜨거운 사이다>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안타깝게도 프로그램은 로타의 작명 배경, 유명 연예인과의 에피소드 등을 다루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다수의 언론에서 이미 언급됐던 내용이었을 뿐만 아니라,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는 작가의 발언은 총 6명의 진행자가 끌어낸 결과라고 보기에는 개인의 SNS에서도 밝힐 수 있는 입장 정도였던 터라 씁쓸함만 남았다.

물론, 끝에는 여성 모델이 팔과 다리가 보이지 않는 포즈를 취한 채 노출을 감행하는 로타의 작업물이 한국 사회가 여성을 수동적이고 욕망이 없는 객체로 소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비판 의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쟁점이 총 30분 남짓한 코너 진행 시간 동안 매우 짧게 다뤄졌다는 점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보기는 힘들다. 

분명 본 프로그램은 대중이 기대하는 탄산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더 톡 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기존 남성 중심의 프로그램만이 즐비했던 대중문화에 ‘여성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택함으로써 ‘뜨거운 사이다’ 그 자체가 됐다. 그리고 이러한 행보는 방송 산업 외에도 사회의 각 위치에서 여성 혹은 약자, 소수자이기 때문에 억압당하는 현실을 뒤흔드는 구심점이 될 것이다. 얼어붙은 성비 구조처럼 차가운 사이다만이 진열됐던 판매대에서 드디어 선보인 뜨거운 사이다가 대중의 입맛을 바꾸길 기도한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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