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9.21 목 11:16
> 뉴스 > 광장 > 경제를 읽다
     
대출 규제의 빛과 그림자
2017년 09월 04일 (월) 14:45:12 김경락 한겨레 경제부 기자 ddpress@dongduk.ac.kr
 
  지난 8월 2일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무엇보다 한층 깐깐해진 대출 규제가 눈에 띈다. 한 마디로 은행에서 손쉽게 돈을 빌려 집을 사지 못하도록 한 거다. 가파르게 상승한 집값을 잡기 위해 새 정부가 우선 꺼내든 카드는 바로 대출 규제를 통해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를 낮추는 것이다.  
 
  이 대책이 발표된 이후 여러 곳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란 볼멘소리가 나왔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돈이 많은 사람만 집을 살 수 있게 됐다는 힐난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집 구매=자산 증식’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돈이 적은 사람의 자산 증식 기회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출 규제로 인해 돈이 부족한 사람이 집을 살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같은 값의 집을 구매할 때 혹은 같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집을 구매할 때 금융회사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 한도가 줄었다. 무주택자이며 부부합산 연 소득이 7천만 원 이하인 사람이 서울에서 4억짜리 집을 살 때, 대책 이전에는 최대 2억 4천만 원을 빌릴 수 있었으나 이제는 최대 2억 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집값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정하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60%에서 50%로 낮아지면서 부부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LTV 규제는 부부합산 소득 7천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앞서 나온 부부가 현재의 연봉을 넘게 벌면 LTV 40%가 적용돼 대출 한도는 1억 6천만 원으로 더 줄어든다. 여기에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고려하면 빌릴 수 있는 돈은 더 줄 수 있다.
 
  그러나 기회를 빼앗았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나치게 느슨한 대출 규제는 많은 사람에게 집을 살 기회를 주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을 과도한 원금 및 이자의 상환 부담에 빠뜨리면서 금융시장 자체를 망가뜨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로 불렸던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느슨한 대출 규제였다. 이때 집권하고 있었던 조지 부시 정부가 내건 구호 중 하나는 ‘모든 미국인에게 집 한 채’였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 사기가 어느 때보다 좋은 환경이 지속됐다. 집값이 1억 원이라면 은행에선 이자 상환까지 고려해서 1억 1천만 원까지도 빌려줬다. 하지만 이러한 대출 규제의 완화로 금융위기가 와 집값이 폭락하자, 상당수 미국인은 살던 집을 내놓고 길거리에 나 앉거나 파산의 길을 걸어야 했다. 빚을 쉽게 낼 수 있는 사회는 달콤하나 위험한 사회인 셈이다.
 
김경락 한겨레 경제부 기자
 
 
김경락 한겨레 경제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동덕여대학보(http://ddpress.dongduk.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처리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02748) 서울특별시 성북구 화랑로 13길 60(하월곡동 23-1) | Tel 02-940-4241~4242
발행인 : 김낙훈 | 편집인 : 이지은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지은
Copyright 2009 동덕여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ddpress.dongd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