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이번 달부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기로 밝혔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취업 시 제출하는 입사 지원서와 면접 등에서 학력, 외모, 성별, 출신지, 신체조건을 반영하지 않는 방식이다. 많은 취업 준비생이 블라인드 채용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처럼 찬반 여론이 부딪히면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정직한 채용관습, 모두에게 이득
  올해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의 설문 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 208명 중 절반 이상이 ‘명문대학교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준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이는 출신학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용 문화로 인해, 비명문대학교 출신의 지원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평가받아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문제의 심각성이 두드러지자, 마침내 정부는 차별을 없애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줄 방안으로 블라인드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같은 정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근거를 대보자면, 우선 블라인드 채용은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채용 시에 선입견이 생길 만한 요소가 제외된 상황에서는 해당 업무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선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도 초반부터 본 방식을 도입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인사과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블라인드 채용 법을 시행 후, 신입사원의 수습 기간이 줄고 실무 투입 기간이 빨라졌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모든 직원이 본인에게 적합한 부서에 있어 업무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퇴사율 0%’라는 수치를 자랑했다. 이처럼 본 채용 방식은 해당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우호적인 평가를 받아, 최근 롯데와 SK 같은 민간 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또한, 본 채용방식이 시행되면서 공공부문 구직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의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은 취준생의 절반 이상이 구직 준비를 위해 연간 240만 원 이상을 사용하며, 부족해진 생활비를 벌고자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고 밝혔다. 취업 준비 비용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어학원 수강료와 해외 어학연수 등 때문이었다. 그러나 블라인드 방식이 도입되면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이 어학 성적 또는 연수에 대한 확인할 수 없게 돼, 취준생은 스펙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써야 하는 부담이 줄게 된다. 
 
  결국, 블라인드 채용의 도입이 늦춰진다면 이는 잘못된 채용관습을 극대화할 뿐이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취준생에게 구직에 대한 부담감을 계속해서 안겨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이 본래 취지에 맞게 시행되도록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까지 본 채용 방식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고현선 수습기자 hyunsun3006@naver.com
 
 

준비 없는 도입에 블라인드 친 듯 암담해
  최근 블라인드 채용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많은 취업 준비생이 새로운 채용 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은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봤을 때 이상적인 청사진에 불과하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 본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학력을 배제해버린다면 회사는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을 진행할 때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진다. 물론,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안내 자료를 배포했지만, 사실상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발표한 ‘지방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참고해보면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설명만 나와 있을 뿐, 새로운 채용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기업은 그들에게 필요한 실력과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므로 그에 맞는 채용 방식이 필요하지만, 이를 준비할 시간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하려 한다.
 
  더불어, 학력과 학점이 지원자의 노력과 성실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채용 시 가장 객관적이고 효율적인 지표로 작용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좋은 직장을 가려면 고학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알게 모르게 존재했기에, 많은 사람이 높은 학벌을 얻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버리면 그동안 열심히 해온 이들은 역차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들에게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이라는 자신의 이점을 드러내지 못 하게 하는 페널티일 뿐이다.  
 
  또한, 이 채용 방식을 적용하더라도 지원자가 면접 과정에서 사 측과 몇 번의 질의응답을 나누다 보면 출신지나 학력 등의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기존에 목표했던 ‘차별 타파’를 성공적으로 이룰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더불어, 블라인드 채용을 시작한다고 해서 학연과 지연 등 인맥을 통한 합격을 막을 순 없다. 오히려 새로운 편법을 등장시켜, 악의적인 관습이 지속될 수 있다. 
 
  이처럼 블라인드 채용은 유용한 방식이 아닐뿐더러, 준비가 되지 않은 현시점에 도입하기 사실상 어렵다. 채용 방식을 변경하려면 그에 비준하는 대비책과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과 지원자 사이에 혼란만 가중된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저작권자 © 동덕여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