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9월 그리고 가을, 독서의 계절이 찾아왔다. 과제와 학점 관리, 아르바이트 등으로 힘든 대학 생활을 보내는 사람이 많지만, 가끔은 가을밤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책 한 권 읽는 여유를 갖는 것도 좋다. 이왕 책을 읽기로 다짐했다면, 다양한 책을 골라볼 수 있는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도서관 이용자가 줄어드는 이 시점에서 유익한 서비스와 편안한 독서 환경을 마련하는 등의 시도로 탈바꿈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에 본지 기자들이 직접 여러 도서관을 방문하고 어떤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취재해봤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모바일 사용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그중에서도 ‘손안의 세상’이라고 불리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장소의 제약은 거의 사라졌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실 도서관 이용자 수는 생각만큼 대폭 감소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주기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했던 층이 아직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들은 사실상 도서관 이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해 스마트폰의 보급에도, 이용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정반대로 생각하면, 평소 도서관에 가지 않는 사람은 계속해서 방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따져봤을 때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이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는 점을 짐작해볼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을 오게끔 유도하기 위한 도서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우선, 공간을 새롭게 꾸미면서 도서관을 활성화하는 곳들이 있다. 월곡역에서 우리 학교로 오는 오거리에 위치한 ‘월곡꿈그림도서관’도 그중 하나다. 지난 7월에 개관한 이곳은 다양한 시설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라이브스트리밍_창틈’이라는 공간은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책을 읽도록 만들어졌다. 창문에 따라 놓인 의자에, 고음질 스트리밍 음향기기까지 있어 원하는 노래를 들으며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곳을 직접 방문한 기자는 햇살이 들어오는 한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노래를 틀어봤다. 피아노 반주가 나오는 몽환적인 노래를 들으니, 평범한 상황인데도 마치 OST가 울려 퍼지는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다. 
 
  더 안쪽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온돌마루가 나온다. ‘보물섬’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는 만화와 최신 웹툰 도서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의 도서관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원피스』, 『하이큐』 등의 만화책은 물론, 도서로 출판된 『신과함께』, 『연애혁명』 등의 웹툰 자료도 많다. 월곡꿈그림도서관은 청소년에 특화된 도서관으로 건립됐는데, 그 대상에 맞춰 학생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만화 도서를 다양하게 비치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이곳을 방문한 대학생 박예지(21) 씨는 “보통 도서관에는 『원피스』 등의 만화책이 없어 이러한 도서를 보려면 돈을 주고 만화방이나 만화카페에 갔어야 했다. 하지만 월곡꿈그림도서관이 생기면서 편안한 마루에서 마음껏 만화를 볼 수 있게 돼 자주 방문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방문한 곳은 코엑스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이다. 이곳에 발을 딛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고개를 들고 올려봐야 할 정도로 높게 구비된 책장이었다. 그 높이는 13m로, 아파트 4층 높이에 달해 방문객을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 이러한 특이한 구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도서관에 대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기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도서관 한편에 간단한 음료와 다과를 판매하는 편의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는 음식 반입이 금지되는 기존의 도서관과는 달리 방문객에게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별마당 도서관만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본 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잡지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도서관은 잡지의 분야가 패션이나 화장품 등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별마당 도서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잡지코너를 마련해 경영, 여행, 육아, 의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600여 권의 잡지를 제공한다. 실제로 잡지코너에서 만난 20대 여성 조 씨는 “동네 도서관에서는 제 관심 분야인 웨딩이나 여행 잡지가 없어서 따로 사야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분야의 신간 잡지까지 무료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라고 답했다.
 
 
시민 참여를 북돋우는 도서관의 창의적 시도들 
  최근에는 이렇게 예전과는 달리, 도서관 내부를 꾸미면서 이용객의 방문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외에도 도서관에 신선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새 정책을 펼치면서 이용객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때, 각 지역의 대표 도서관이 주로 그 도시의 도서관 정책을 도맡아 주도한다. 이에 본지는 서울의 대표도서관인 서울도서관의 이정수 관장을 직접 만나 서울의 도서관 활성화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관장은 우선 도서관은 한 번 오면 계속 방문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 방문하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주로 북콘서트 혹은 북페스티벌 등의 책과 문화가 결합한 행사를 통해 실천할 수 있다. 음악 공연이나 저자와의 토크쇼 등을 함께 진행하면서 책에 거리감을 갖던 사람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북페스티벌은 출판사를 주체로 독자에게 책을 홍보하기 위해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자와 출판사, 서점과 도서관 여기에 독자까지, 독서생태계에 있는 모든 구성원이 참가해 행사를 주도하고 즐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도서관이 행사와 시민을 연결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면서 시민이 북콘서트나 페스티벌을 함께 준비하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 본인이 사는 지역, 도서관 그리고 책에 대해 애정을 갖고 도서관과의 사이를 견고하게 만든다는 효과를 낳는다.
 
  이렇게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주민을 이용자가 아닌, 애용자로 만들려는 시도가 많다. ‘책 읽는 서울’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갖춘 서울의 도서관 활성화 목적은 책으로 시민의 힘인, ‘시민력’을 키우는 데 있다. 책으로 시민의 잠재적인 주체성과 민주 의식을 틔우는 것이다. 독서동아리가 그 예시다. 혼자 책을 읽으면 잘못 이해할 가능성도 존재하고 자신만의 시각에 사로잡힐 수 있는데, 독서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관점과 차이에 대해 배우도록, 책과 주제를 선정하고 그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도서관에서 한다. 현재 서울 내 약 1,500개의 독서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늘어날 계획이다. 
 
  주민을 주체로 만드는 도서관 활성화 방안 중 요즘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메이커 스페이스’다. 이곳에서는 이용자 스스로가 주체가 돼 정보를 만든다. 이 관장은 “주민이 정보를 얻기만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도서관과 이용자 모두가 정보 제공을 하게 됐다. 개개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도서관에 제공하고, 도서관은 이러한 정보를 모아 역사를 남기기 위해 시민에게 자료를 만들 공간을 지원해준다”라고 전했다. 이곳에서는 3D프린터나 녹음기 등이 있어 여러 방법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이 기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그 밖에도 어르신 자서전 쓰기, 전통시장 상인의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 등의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중이며 ‘무한 상상실’이라고 불리는 메이커 스페이스 공간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거나 영화를 만드는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소외계층이나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 시설 등을 확보해 도서관의 발길을 늘이기도 한다. 예컨대, 소외계층에게 독서 습관을 기르도록 해 정보 격차를 줄이도록 하거나 장애인을 위해 택배 혹은 이동서비스, 대면낭독 서비스를 도입한다. 또한, 글씨 크기가 큰 대활자본, 점자책, 오디오북 등을 마련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도서관의 처음 설립 목적인 ‘누구나 아무 제약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을 완전하게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대학 도서관, 학생을 위해 변화를 추구하다
 한편, 대학 도서관에서는 학생들의 이용률을 증가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우선, 본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시스템으로 도서관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프로그램 중 하나는 학기마다 2-3회 정도 진행되는 ‘교수님과 함께하는 북카페 모임’이다. 이 행사는 춘강학술정보관에서 공지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교수님과 학생이 토론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일부 학생에게는 행사 도서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온라인 시스템으로는 모바일 기기로 책을 읽을 수 있는 ‘E-book’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 ‘교보문고 eBook어플’을 통해서 동덕여자대학교 학생임을 인증하면 6,745종의 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춘강학술정보관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 데이터베이스‘Web DB’를 이용해 100개국 이상의 신문과 잡지를 볼 수 있다.
 
  다른 학교의 도서관을 살펴보면, 고려대학교는 학생의 도서관 이용률과 독서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CJ Creator Library(이하 CCL)’를 개관했다. 이곳은 누워서 공부하거나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구성돼 재학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K-studio가 설치돼 있다. 고려대학교는 본 공간을 활용하여 학생과 지역주민에게 영상 콘텐츠 제작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고려대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1인 방송 크리에이터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더 많은 사람을 방문하게 하려는 도서관의 새로운 시도와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내용을 배워가는 것은 물론, 정보 생산의 주체가 돼 자료를 직접 만들도록 지원해주는 역할까지 하면서 도서관은 시민의 힘을 키우는 데 충분한 자양분을 준다. 끊임없이 성찰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지금 집 앞에 있는 도서관 혹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도서관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도서관을 이용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시민이 늘어난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도서관의 변신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글·사진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고현선 수습기자 hyunsun3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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