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4일은 세계 동물의 날이다. 그리고 이날이 다가오기 이틀 전인 10월 2일에도 기억하면 좋을 법한 기념일이 하나 있다. 바로 세계 ‘농장동물’의 날이다. 여기서 말하는 농장동물이란 보통 돼지, 닭, 소 등의 가축을 말한다. 왜 동물의 날이 있는데, 또 농장동물을 위한 날을 따로 만들어야 했을까?


  사실 10월 2일은 마하트마 간디의 생일이기도 하다. 간디는 생전에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나약한 동물일수록 인간의 잔혹함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 발언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게 동물을 대하고 있는지 깨달으라는 말과 같다. 특히나 식용되는 가축동물에게는 그 잔인함의 정도가 더욱 지나치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간디의 말처럼 농장동물의 고통을 잊지 말고 기억하며, 나아가 이들을 생명으로서 존중받도록 인간이 최소한의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세계 농장동물의 날은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간디의 지적에도 우리는 여전히 매일 가축이 받는 고통을 외면하며 ‘맛있는’ 고기를 자주, 그리고 손쉽게 즐긴다. 우리가 동물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번 기획을 통해 농장동물이 비참하게 소비되는 현실과 그로 인해 인간이 받게 될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본다. 더불어 국가와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이 무엇인지까지 함께 다뤄볼 것이다.

 

가축동물이 공장식 농장에서 받는 고통
  식탁 위에 올라오는 고기가 어디서 왔을지를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떠올랐을 장면은 보통 정육점에 걸려 있는, 이미 도축이 끝난 상태인 붉은 빛깔의 살코기일 가능성이 크다. 농장을 경험해볼 기회가 적은 대부분의 현대인은 생명력 넘치던 가축이 고기 한 덩어리로 변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고, 어떤 방식으로 죽었을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사실 돼지, 닭, 소 등의 가축들은 농장동물이라 일컬어지고 있지만, ‘공장동물’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동물의 자연적인 본능을 일체 막고 사육하는 곳은 ‘공장식 사육농장’(CAFOs·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 이하 공장식 농장)이라고 불리는데, 그곳에서 사는 동물들은 본능적 욕구는 거의 채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동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축들이 공장식 농장에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부터 먼저 조금이나마 느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알지 못하고서는 어떠한 노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그럼 아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가축의 삶을 살펴보자. 그동안 먹어왔던 치킨과 삼겹살이 더 이상 맛있게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돼지
  돼지는 매우 영리하고 예민한 동물이다. 그런데 농장의 돼지들은 생애 전부를 아주 좁은 공간에서 보내고, 도축장으로 갈 때 처음으로 바깥세상을 구경하게 된다. 게다가 새끼 때는 태어나자마자 마취 없이 거세되며 꼬리가 잘리고 이빨이 뽑힌다. 지능이 높은 돼지가 사육장 환경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로의 꼬리를 물어서 끊어버리거나 자해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번식용 암퇘지의 경우에는 살아있는 동안 기계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을 때가 되면 도축장으로 간다. 그곳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돼지는 어차피 도살된다는 이유로, 내내 음식과 물을 먹지 못한다.

 


  ‘닭대가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통 사람들은 닭이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다. 닭의 지능은 상당히 높다. 그런데 이러한 닭은 자연 상태에서는 10년을 살 수 있는데도, A4용지보다 더 작은 케이지에서 7주 정도만 키워지고 도살된다.


  또한, 단기간에 몸을 키우기 위해 성장촉진제가 가득한 사료를 먹게 되고, 이 탓에 신체 구조가 변형돼 관절통 등의 큰 고통을 겪는다. 게다가 비좁은 환경에 있다 보니 본능적인 욕구를 채울 수 없어 서로를 쪼아 죽이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 그런데 농장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역시나 마취 없이 부리를 잘라 버린다. 이때, 부리가 너무 짧게 잘리게 되면 물을 마시거나 모이를 먹지 못해 일찍 죽게 된다.

 


  소 역시 마취 없이 뿔의 제거나 거세, 낙인 등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정신적으로 큰 외상을 입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소는 다양한 성질을 가진 품종 중에서도 온순하고 영리한 편이라, 어미와 떨어져 있고 강압적인 공장식 농장의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또한, 소에서부터 더 많은 고기를 생산해내기 위해 농장주들은 운동은 극히 제한시키고 약이 섞인 특수 사료를 먹여 단기간에 살을 찌우게 한다.

 

고통의 주된 원인, 공장식 농장
  공장식 농장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가족경영 축산이 산업화를 거치면서, 많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목적을 가진 기업형 축산으로 발전해가면서부터다. 사람들은 적은 비용을 들여 축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섭취하기를 원해, 동물의 본능을 고려하지 않고 인간 중심의 효율성 위주로 사육환경을 완전히 뒤바꿨다.


  이처럼 저비용·고효율을 추구하다 보니, 현재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환경 분야 전문 연구조사기관인 ‘월드워치 인스티튜트(WI)’에 따르면 전 세계 공장식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은 2000년 약 150억 마리에서 2016년 240억 마리로 증가했다. 또한,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가금류의 72%, 전체 달걀의 42%, 돼지의 55%가 공장식 농장에서 길러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7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더불어 축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초기의 소규모 부업 형태는 기업형으로 변화해갔다.


  실제 우리나라의 공장식 밀집 사육은 통계로 뚜렷이 확인된다. 한·육우의 농가당 사육 마릿수는 1990년 평균 2.62마리였지만, 2010년에는 16.86마리로, 2017년(2분기 기준)에는 다시 31.5마리로 늘었다. 1990년 농가당 34마리를 키우던 돼지는 2010년 1,237마리로, 2017년에는 2,299마리로 늘었다. 마찬가지로 닭 역시 한 농가당 462마리에서 4만1,051마리로, 2017년 5만3,893마리로 급증했다. 반면,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의 수’ 자체는 줄고 있다. 즉, 한 농가에서 기르는 가축 수만 자연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1,230가구에 달한 전국 산란계 농가는 2015년 4분기 1,149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5만 마리 이상 대형 농가는 314가구에서 401가구로 오히려 늘었다. 농가당 사육 수는 4만8,000마리에서 6만2,500마리로 확대됐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인 박창길 성공회대학교 명예 교수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가당 사육 수는 수천 마리에 그쳤으니 엄청나게 대형화된 것이다. 공장식 축산이 아니고서는 이 많은 닭을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의 원인은 사람들의 육식 소비가 줄기는커녕 더욱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고기 소비가 공장식 농장의 형성 및 유지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국제적 투자네트워크 ‘농장동물 투자 위험과 수익(이하 FAIRR)’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중산층의 소득 증가 등의 영향으로 2025년 육류 수요는 2013년보다 20%가량 증가한 1억4,4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연간 1인당 먹는 돼지·소·닭고기양이 1995년 27.4kg에서 2014년 45.8kg으로 증가했다. 특히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1인당 평균 23.3kg으로, OECD 국가 평균인 21.9kg을 넘어서며 상위권에 올랐다. 이에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이와 같은 현 세태를 지적하며 “싼값에 최대한 육식을 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계란을 포함해 육식을 줄이고 생산량도 줄여서 자연상태로 기른 육류를 제대로 된 비용을 치르고 먹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장식 사육이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
  게다가 공장식 축산은 가축만을 괴롭게 하지 않는다. 좁은 철장 안에 갇혀 스트레스와 약물에 시달린 가축이 인류에 끼칠 유해성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FAIRR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의 공장식 농장에서 사용한 항생제량이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아시아 지역의 가금류 및 돼지 농장에서 사용되는 항생제는 2030년까지 12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공장식 농장에서 특히나 항생제를 많이 쓰는 이유는 가축이 밀집된 환경에서 질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 농장주들이 가축의 개별 상태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다 보니, 동물들은 약을 남용하게 된다. 이후 그 동물을 섭취한 인간도 필연적으로 항생제 내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또한,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의 축산재난이 매년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을 꼽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밀식 사육을 할 때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농장 내 모든 돼지에게 순식간에 번지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 6월 OECD에서 발표한 ‘한국 가축질병 관리상 농업인 인센티브’ 보고서에서도 “급격한 집약화가 고병원성 가축질병 재발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더불어, “농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격한 인구증가는 가축 사육의 밀집도를 높였다”라며 “급격한 집약적 축산화가 최근 고병원성 가축질병 재발에 중요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는 지적을 덧붙였다. 이는 결국 AI, 구제역 등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현재와 같은 집약적 사육을 하는 공장식 축산 방식을 벗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방역당국은 AI 때마다 철새 탓을 해왔지만, 철새가 2~3개월 전 북상한 최근에도 제주도에서는 AI가 발생한 바 있다.


  근래 문제가 된 살충제 계란도 마찬가지다.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꼼짝없이 움직이질 못하는 닭은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과 진드기를 안고 산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살충제를 뿌려댈 수밖에 없다. 또한, 나중에는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가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살충제 살포 주기도 빨라지고 약품의 강도도 높아진다. 그러나 사실 자연 상태에서의 닭은 흙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과 자신의 발을 이용해 모래를 몸에 뿌려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생존 본능을 갖고 있다. 결국, 살충제 계란을 낳은 것은 닭이 아닌 인간의 욕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물 복지 개선을 위해 정부와 우리 모두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
  이처럼 가축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독이 되는 공장식 농장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장식 농장을 규제하는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의 11개 단체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공장식 농장에 대한 조사나 감독을 금기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산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닭에게 살충제를 뿌리는 문제 또한 지난해부터 언론과 소비자연맹, 국정감사 등에서 수차례 지적된 바가 있는데도, 농식품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규제를 시행하지 않는 한, 축가는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식 농장을 계속해서 가동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추가로, ‘동물 복지농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동물 복지농장이란 비좁은 사육장에서 여러 동물이 갇혀 사육되는 것을 방지하고 좋은 환경에서 가축을 키우는 곳이다. 최근 동물 복지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부각되면서 상당수의 사람이 동물 복지농장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긍정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장식으로 돌아가던 기존 농가가 아무런 지원 없이 사육장 부지를 키우고 질좋은 시설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가 최근 동물 복지농장주 혹은 동물 복지농장을 준비 중인 농장주 2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시설 지원이 없어서 힘들다고 응답한 사람이 51.6%였다. 그다음은 복지농장에 대한 판로 개척 어려움이 46.9%, 운영 지원이 없음이 40.6%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자금 뿐만 아니라, 어떠한 방법으로 복지농장을 운영했을 때가 가장 효율적이었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이 복지농장을 확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묻자, 농장주의 53.8%는 판매 시 사육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답변했다. 이에 정부가 나서 ‘복지농장 인증 마크’ 제도를 활성화해 육류를 파는 지점이나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먹거리 안전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시민들의 주목을 받아 소비가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시민은 어떻게 행동하면 될까. 우선, 육류를 과소비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지나친 육류 섭취는 건강에도 도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농장의 공장식 가동을 부추길 뿐이다. 따라서 채식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이 드러난 후, 채식하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현실은 채식주의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다. 외부 음식 중 대부분에 육류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본교 학생식당의 메뉴를 예로 들어보자. 이번 달 11일부터 15일까지의 점심 백반 메뉴를 살펴봤다. 5일간의 음식 중, 육류가 들어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 불고기, 햄, 케밥, 소고기, 닭고기 등이 포함돼 있어 채식을 도전하려던 학생이라면 먹지 못했을 메뉴만 존재했다. 학교나 회사 등 여러 사람이 방문하는 곳의 식당은 메뉴를 좀 더 다양하게 해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도 배제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공장식 축산의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에 대해 짚어봤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한 피해를 오롯이 동물이 보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 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누군가의 먹이가 돼 생을 마감할 운명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 듯, 동물도 죽기 전까지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지 않은가.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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