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진행하는 부정부패 파헤치기 ‘프로젝트不’의 두 번째 영화 <저수지 게임>이 개봉했다. 본 영화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주연으로 등장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탐사보도 다큐멘터리다. 최근 적폐 청산의 분위기에 힘입어 탐사보도 형식의 고발성 다큐멘터리 영화가 잇따라 흥행하고 있는데, <저수지 게임>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하거나 예매율 4위에 오르는 등의 행보를 거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저수지 게임>은 누구도 선뜻 나서서 밝히지 못하는 MB의 비자금 횡령 사실을 끈질기게 추적해 그려냈다. 영화의 전체적 맥락을 이끌어 가는 주진우 기자는 비자금이 모여 있을 거라 예상되는 이른바 ‘저수지’를 찾아 캐나다, 케이만 군도 등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닌다. 몇조 단위의 횡령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고 추측되지만, 영화는 그중에서도 MB가 처음으로 돈세탁을 했을 거라 추정되는 한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제작을 담당한 김어준 총수는 “이 사건은 횡령된 액수는 적지만, MB가 임기 초반에 저지른 일이기 때문에 미숙한 일 처리의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따라서 MB가 횡령한 것을 확실히 입증해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MB가 항상 비슷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므로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수지도 밝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사건은 농협이 캐나다의 한인 사업가 이요섭에게 약 200억 원의 거금을 대출해준 정황으로 시작된다. 이후 이요섭이 분양사기를 저질러 농협은 이 돈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데도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주 기자는 이에 상당한 의문을 갖고 취재에 임한다. 그 결과, 농협 내부자의 증언과 여러 정황을 토대로 주 기자는 이 사건의 배후가 MB와 그의 친인척이라고 추정한다.


  이러한 취재 과정을 담은 <저수지 게임>은 여느 고발 다큐멘터리 영화와는 다르게 흥미로운 설정을 통해 시민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추적 스릴러에 맞는 음향과 여러 편집 기술을 동원해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탄생했다.


  우선, 감독은 이요섭과 농협 직원들, 그리고 MB를 잇는 인물도를 보여주면서 범죄를 추적하는 과정을 연출한다. 또한, 새로운 공간이 언급될 때마다 해당 장소를 적은 포스트잇도 함께 비춰준다. 이 과정을 몇 번씩 반복해서 보여주면서 자칫 본 영화가 상영될 동안 인지하기 힘든 많은 수의 인물과 장소를 관객의 머릿속에 정리하게끔 도와준다. 해당 사건을 처음 접한 시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감독의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울러, 주 기자의 탐사보도 과정은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진 후에 진행되므로 범죄 현장을 포착하기보다는 주변 인물의 증언으로 실마리를 잡아간다. 이때 감독은 증언으로부터 나오는 범죄 상황을 일러스트로 나타내 시각적으로 가시화한다. 이는 이해를 빠르게 해줄 뿐만 아니라, 한층 더 가볍게 사건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게다가, 일러스트와 인물도를 보여줄 때는 탐정 영화에 나올법한 긴박감 넘치는 배경음악을 깔아 더욱 스릴 있게 작품에 빠져들게 했다.

 
  한편, 김어준 총수는 영화가 끝나갈 무렵 “이 영화는 실패기다”라고 평가한다. MB가 해당 사건에 연결돼 있을 거라고 추리는 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나 저수지를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실패했다고 볼 수 없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주 기자는 공항에서 “이렇게까지 쫓는 이유가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주 기자는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말하고 또다시 해외로 나간다. 그의 목표는 아직도 분명하며 취재는 멈춰지지 않았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따르면, 주 기자는 오늘도 MB의 저수지를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제는 검찰이 나서서 조사하고 잘못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할 차례다. 그 발판을 마련하기에 이 영화는 충분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MB가 비자금을 횡령했다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시민에게 각인시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비자금과 관련된 여러 정보도 알아냈다.


  <저수지 게임>의 성공은 영화 속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그 시점부터 시민의 관심과 언론인의 취재, 그리고 공권력이 힘을 모아야 영화의 진가가 드러날 수 있다. 이러한 주변의 도움으로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영화 <저수지 게임>이 적폐를 청산하고 올바른 사회로 나가는 데 꿰맨 첫 단추였음이 자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김규희 기자 kbie17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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