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익숙한 이미지 하나가 뉴스를 뒤덮었다. ‘어, 나도 저거 쓰는데…’ 중학생 시절부터 15년 가까이 쓰고 있던 ‘깨끗한나라’ 생리대 브랜드인 ‘순수한면’이었다. 지금까지 특별한 생리불순이나 부작용을 겪어본 적이 없는 나로선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생리대는 몸에 나쁜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때여서인지 ‘릴리안 생리대 파문’은 여성의 분노를 연료 삼아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릴리안 사냥이 시작됐다. 분명 여성환경연대가 화학물질이 발견됐다고 밝힌 국내 제품은 11개였는데, 이중 공개된 건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뿐이었다. 공개 경위와 상관없이 소비자의 릴리안 생리대 환불 요구가 이어졌고 ‘릴리안’ 제목을 단 기사가 쏟아졌다. 50년 가까이 명성을 이어오던 토종기업인 깨끗한나라는 여성의 생리불순과 난임의 주범으로 찍혀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나는 여전히 궁금했다. ‘정말 생리대는 몸에 나쁜가?’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청)에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해당 제품은 기존의 안전기준에 적합했다”였다. 식약처의 품질검사 기준에 따르면 릴리안 제품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여성환경연대가 제기해 문제가 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안전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안전한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안전검사 항목에 해당 물질이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식약처는 부랴부랴 관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리대에 들어가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전 세계적으로 관리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라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식약처에 물어보고 싶었다. ‘정말 생리대는 몸에 나쁜가?’


  문제는 다른 데서 또 터졌다. 깨끗한나라뿐만 아니라 유한킴벌리 생리대에서도 다량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져 여성환경연대와 유한킴벌리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유한킴벌리 임원 중 한 명이 여성환경연대 이사 5인 중 한 명이며 연구를 진행한 강원대학교 김만구 교수팀이 유한킴벌리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나왔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 ‘정말 생리대는 몸에 나쁜가?’


  이번 사태를 취재하면서 내 머릿속엔 옥수수가 떠올랐다. 생리대 파문이 흡사 유전자재조합(이하 GM) 식품에 관한 오랜 논쟁과 닮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GM 식량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그렇게 지난 20년 동안 GM 식품은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GM 식량의 안전성은 여전히 논란이다. GM 식품을 비판하는 사람은 흔히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작물의 생물학적 구조가 변형되면서 인간에게 독성,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먹었는데 큰 문제가 없지 않냐는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논란이 오랜 기간 종식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은 높은데 과학적 검증은 어렵기 때문이다. GM 식품을 따로 분리해서 특정 집단을 상대로 오랫동안 역학 조사를 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생리대도 마찬가지다. 가임기 여성 대부분이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위해성 여부에 대해선 모두가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신체적·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생리불순과 신체적 부작용이 오로지 생리대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 밝혀내긴 쉽지 않다.


  결국, 불안감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건 일반 시민이다. 생리대 파문 동안 ‘생리컵이나 면생리대로 바꾸는 사람이 많아졌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가까운 지인 중에 그 누구도 생리컵이나 면생리대로 바꾼 사람은 없었다. 20년 가까이 일회용 생리대를 써오던 습관이 어찌 하루아침에 바뀌겠는가. 많은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집 한편에 쌓아놓은 일회용 생리대를 이번 달 생리 주기 때 또 써야 한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정말 생리대는 몸에 나쁜가?’ 모두의 궁금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식약처가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기만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말한 대로 역학조사를 빠른 시일 내에 마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모두의 궁금증은 불안감과 함께 무한 연기 상태일 수밖에 없다. GM 옥수수, 가습제 살균기, 살충제 계란, 간염 소시지, 일회용 생리대. 그다음은 또 무엇일까 궁금하다.


구민정 헤럴드경제 소비자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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