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고향 친구를 한국에 초청해 여행을 다니는 방송으로, 간단한 콘셉트로 보이지만 그 반응이 뜨겁다. 바로 우리의 풍경과 문화가 외국인의 시선을 통할 때면 새삼 새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들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타자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우리의 모습이 신기한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한편, 본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우리가 유독 외국인의 시선에 민감해한다는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영화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길 정도로 흥행한 데는 서민적 시각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바라봄으로써 공감대를 선사했다는 점도 있지만, 독일 기자의 시선이 중요한 포인트로 작용됐음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비정상회담>과 같은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둘 때부터 외국인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물론 이는 대외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나라 산업 환경 속에서 생겨난 습성일 가능성이 있다. 비교적 삶이 풍요로운 외국인의 반응이 우리의 생존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비슷한 이유로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불거진 영화 <청년경찰> 속 중국인 동포에 관한 비하 논란처럼 종종 그 대상이 왜곡되기도 했다. 즉, 우리 사회가 외국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한 데는 타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라기보다 ‘인정 욕구’가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사실상 타자에 대한 감수성은 지금처럼 성별과 세대 등 다양한 갈등을 겪는 우리 사회에서 절실한 부분이다. 지금처럼 외국인에 한정되지 않은 타자 전체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의 변화가 요구된다. 우리가 현재 당면한 젠더 갈등 등의 문제도 사실상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 결여돼 비롯된 일일 수 있다. 분명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나친 긴장 구도로만 빠져드는 상황을 진정시키고 해법을 찾아가는 데 있어 타인의 입장을 예민하게 읽어내는 감수성도 필수적이다.
 
살아남아야 하는 극한의 생존 상황에서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개인이 살기 위해 타자를 밟고 올라가는 것이고 나머지는 함께 사는 길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우리는 굳이 오랜 고민을 거치지 않고도 궁극적으로 모두가 살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제는 지금껏 관심을 기울지 않았던 타인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일깨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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