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미미, 계좌 60%가 깡통,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하늘의 별 따기

지난달 27일, 국내에서 두 번째로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시행된 지 한 달을 맞았다. 카카오뱅크는 영업 시작과 동시에 지난 4월에 출범한 제1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누렸다. 한 달 만에 계좌 수 307만 개를 돌파했고 같은 기간 예·적금액은 1조 9,580억 원, 대출금액은 1조 4,090억 원으로 추정 집계됐다. 게다가 체크카드 발급 건수도 216만 건을 넘어섰다. 이 모든 수치 앞에는 ‘최단 기간’이란 수식어가 함께 붙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는 물론 시중은행을 조만간 따라잡을 기세지만, 최근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로 들리는 얘기는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없다” 등으로 요약해볼 수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의 시중은행이 실시하지 않거나 시도하지 못했던 시장을 발굴하길 기대했다. 대표적으로 중신용자 대출 등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중신용자에 대한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대출을 꺼려왔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그간의 기법을 뛰어넘는 다양한 비계량적 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시장에 새로운 물꼬를 터주길 바랐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현황을 살펴보면, 중신용자가 아닌 신용등급 1-4등급인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1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뱅크로부터 받은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일별 실행된 대출금액 기준 1-2등급의 비율은 평균 64%라는 높은 수치로 집계된다. 더불어 3-4등급도 26%의 비율로 조사돼 총 1-4등급까지의 대출금액 비중이 전체의 90%나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출범 초부터 돌풍을 일으킨 ‘해외송금 수수료’도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의 10분의 1 수준인 수수료를 강조하고 있지만, 해외송금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는 시중은행의 반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택한 적극적 방어로는 송금수수료를 면제하고 전신료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방안 등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송금수수료가 아닌 환전수수료로 따지면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시중은행이 실시하는 환율 우대 서비스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모든 통화에 대해 기본 50%에서 최고 70%의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 송금 시간은 수취 국가에 따라 실시간 또는 1일 정도가 소요되며 송금추적시스템 등 사후관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카카오뱅크의 가장 큰 문제는 ‘깡통계좌’에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가입자의 60% 이상이 계좌만 트고 돈은 입금하지 않은 ‘0원 계좌’인 것으로 집계된다. 대출도 마찬가지다. 마이너스 통장은 겉으로 보이는 대출 건수가 아무리 많아도 실제로 통장에서 돈을 빼서 쓰지 않으면 대출 이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소비자 편의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거의 먹통 상태인 대출한도 조회 서비스 관련 불만도 상당하다. 상담 직원과의 연결 또한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카카오뱅크 측은 “이용객 급증에 따른 일시적 정체일 뿐이다”라고 해명하지만, 소비자가 이 같은 불통을 언제까지 참아줄지는 모를 일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 안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다수 출범한다면, 금융권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안정적인 영업망 확보가 업체 운명을 가르는 주요 지표인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등장할 때 대중이 느꼈던 신선함과 편리함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김유림 주간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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