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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탕감 정책 찬성 vs 반대
2017년 10월 17일 (화) 15:03:56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최근 문재인 정부는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소액을 연체한 채무자들의 빚을 전액 탕감해주겠다는 통 큰 정책을 내놨다. 이는 소액·장기 연채채권을 정리해 경제적 약자의 생활권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혹자는 이러한 정부의 시혜적 정책이 임시방편이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어려운 형편에서 열심히 돈을 갚아온 이들을 허무하게 만드는 것뿐이라며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처럼 본 정책은 과연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국민들의 관심이 주목된다.

‘수렁’에 빠져든 이들을 구할 수 있다
경제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빚 탕감 정책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10년 이상으로, 아주 오랫동안 추심의 고통을 받아왔던 ‘소액·장기 연체자’에게는 대단히 희망적인 소식이다. 이는 사실상 빚의 수렁에 빠진 이들을 확실하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다.

우선, 정책의 대상이 된 연체자 대부분이 이미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소멸시효 완성채권이란 상법상 연체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채권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채무자는 합법적으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고작 5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채권자는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서 늘어나는 이자와 신용 불량으로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없는 나날을 버텨냈다. 이 때문에 나라에서도 5년 동안 금융 거래의 제한과 불편으로 인해 충분히 고통을 겪었다고 인정해주고 채권을 소멸시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금융회사가 소멸시효가 끝나기 전, 지급을 독촉하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이용해 소멸시효를 15-25년까지 연장시켜버린다는 점이다. 또한, 소멸시효 5년이 완성됐더라도 채무자가 단 100원이라도 빚을 갚으면 채무가 부활하게 된다는 점을 악용해, 채무자에게 채무상환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일부 선납금만 납부하면 원금을 대폭 감면해주겠다고 유혹한 뒤 소멸시효를 무력화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불법·편법적 추심이나 시효중단 조치에 노출돼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정부가 나서서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빚 탕감 정책을 펴기로 한 것이다. 즉, 5년은 지났으나 채권자로 인해 소멸시효가 연장된 장기연체채권을 아예 소각해줌으로써, 더는 채무자가 빚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막는다. 물론 이로 인해 일부러 돈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10년간 금융 활동을 제지당하면서까지 1,000만 원 이하의 돈을 연체하고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편, 돈이 없어 빚을 진 서민들이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면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1,360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136조 원 증가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빚 탕감을 통해 취약계층의 채권추심 고통을 덜고 금융거래 제한을 풀어줄수록 우리나라의 경제는 더 활력을 띠게 될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이번 정책은 경제적 약자를 도와 우리 사회를 훨씬 더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은 기자 unmethink@naver.com


밑 빠진 빚 탕감에 돈 붓기
사실상 정부가 개인의 빚을 탕감해주는 정책은 역대 정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720만 명, 박근혜 정부는 322만 명의 빚을 없앤다는 공약을 대대적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두 정부의 포부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우려에 맞닥뜨리면서 약 49만 명과 약 66만 명의 채무를 감면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사례가 있음에도 유례없는 100% 빚 탕감을 내세우는 현 정권의 말을 순순히 믿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은 소액․장기 연체자를 위한 제도적 조치가 미비한 상태일까. 그러나 이미 국민행복기금은 소득세와 재산세 명세를 심사하고 주택 및 자동차 등의 회수가 가능한 재산 목록을 따져 생계가 어렵다고 인정되면, 원금을 최대 90%까지 삭감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처럼 채무가 조정될 시에는 이자를 전액 감면받고 빚을 10년간 분할해 갚을 수 있는 실정이다. 이는 곧 개인이 짊어진 채권 추심의 고통을 국가가 상당수 양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되는 40만3,000명은 10년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빚을 가진 전국의 장기연체채권자에 1/3밖에 해당되지 않는 숫자다. 이 외에 83만 명은 소득심사를 통해 채무 일부를 감면받아 약 2조 5,918억 원의 빚을 성실히 갚아나가고 있다. 이 같은 차이로 인해 현재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다른 채권자와 달리 이들이 전례 없는 수혜를 입게 된 이유가 10년 이상 소득심사를 받지 않아 감면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부분의 대상자가 연락이 닿지 않아 채무를 조정받지 못한 사람들로, 이 중 상당수는 본인의 소득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심사를 거부한 경우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구멍을 메울 방도를 모색하지 않고서는 약자를 위한 빚 탕감 정책이 얼떨결에 채무 기피자를 구제하는 꼴로 변질되기에 십상이다.

한편, 현재 이 같은 채무조정 뒤에도 또다시 채무 불이행자가 된 사람은 총 10만6,000명으로 전체 18.2% 수준이다. 이 중 85.7%가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의 저소득층인 걸 참작하면 취약계층의 채무회복을 위해 설립된 국민행복기금의 근본 자체가 흔들리는 격이다. 결국, 금융권의 대출 심사부터 추심 및 채무 재조정 등 전 방위에 대한 개선이 선행돼야만 그 역할이 바로잡힐 수 있다. 지금 같은 일방적인 채무 탕감은 임시방편은커녕 국민을 빚더미에 잠식시키는 수렁으로 남을 뿐이다.


문아영 기자 dkdud47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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